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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치과병원/질병상식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눈물로 입술 적실 구강암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0. 11. 5.

ㆍ‘혓바늘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한탄 말고
ㆍ평소에 어머니의 혀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의 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더 일찍 병원에 모시고 갔을 것이고, 수술도 더 간단히 이뤄질 수 있었는데….”

공연기획자인 윤모씨(47)는 어머니(76)가 최근 구강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수술한 것과 관련, 지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반추하며 크게 후회하고 있다.

윤씨의 어머니는 지난 봄 혀 왼쪽 부위에 작은 궤양이 생겨나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혓바늘 비슷한 증상이겠거니 하고 가족에게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는 사이 콩알만 하던 궤양이 엄지손톱만 하게 커지면서 입속 깊숙이 파인 모양이 됐다. 결국 병원을 찾은 결과 한눈에 구강암 의심환자로 분류됐고,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구강암 확진을 받았다. 다행히 전이가 되지는 않아 수술 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윤씨는 그동안 어머니가 불편해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친 것을 한탄하지만 이미 ‘만시지탄’일 뿐이다.

구강암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인 백반증(왼쪽)과 홍반증.
구강암이란 구강점막이나 잇몸, 혀 등 구강의 여러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지칭한다. 대부분 구강 점막세포로부터 발병하며 발생장소에 따라 구순암(입술), 설암(혀), 구강저암(혀 밑의 바닥), 경구개암(입천장 앞쪽 부분) 등으로 분류한다.

2002년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당시 구강암 환자는 800여명으로 전체 암의 1%에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1년에 2000명 정도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등 크게 늘어났다. 대부분 40대 이후에, 여자보다 남자가 2~3배 많다.

구강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러가지 생활 속의 발병요인이 지목되고 있다. 고령화, 흡연과 알코올, 만성적인 구강자극, 가족력, 바이러스 감염, 자외선, 영양결핍 등이다.

이 중 술과 담배가 가장 나쁜 요인으로 꼽힌다. 구강암 환자의 상당수가 흡연과 연관이 있으며,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발병확률이 2~4배 이상 높다는 조사도 나와있다.

구강암이 발생한 혀.
구강암의 증상도 다양하다. 입이나 입술, 혀 등에서 비정상적 점막조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입안에 혹이나 멍울이 생기거나 구강점막이 두꺼워지는 현상, 하얀색의 백반증이나 붉은 홍반증, 인후가 불편한 느낌, 입안에 원인 모를 출혈, 음식물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함 등이 손꼽힌다. 어떤 경우에는 혀가 잘 움직이지 않고, 아래턱 운동이 불편하며, 사용하던 틀니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증상은 입 밖에서도 나타나는데, 귀밑이나 목의 윗부분에 혹이 만져지거나 부었을 때도 구강암을 의심할 수 있다. 구강암은 안면마비나 감각이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구강암은 초기에 흔히 백반증이나 홍반증, 궤양 등의 모양으로 나타난다. 전문의들은 입안에 생기는 다양한 구내염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될 경우 일단 구강암을 의심해 조직검사를 받아 확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종호 교수는 “구강암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진단의 첩경”이라면서 “특히 궤양이 생긴 지 10일 이상 지나도 아물지 않고 피가 흐르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혀 밑에 생긴 종괴.
모든 암이 그렇듯 구강암도 조기 발견이 수술 등 치료 성적과 회복의 관건이다. 현재 구강암 환자는 5년 이내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사망위험이 높다.

성균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는 “구강은 쉽게 들여다보고 만져 볼 수 있는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구강암 환자의 대부분은 이미 진행된 상태로 발견된다”면서 “진행된 구강암은 치료율이 매우 낮고 치료에 따른 후유증도 증가하므로 예방을 위한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강암은 입속이나 입 주변이라는 환부의 특성상 수술이 간단치 않고, 수술 후 회복과정에서도 많은 고통과 불편이 따른다. 실제로 윤씨 어머니는 혀를 한쪽으로 4분의 1 정도 절제해야 했다. 수술 후 혀를 끈으로 묶고 한쪽으로 잡아당겨 고정시켰고, 식사도 코를 통해 유동식을 공급해야만 했다. 목 부분의 근육을 떼어내 이식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부위를 다듬는 2차 수술까지 감당해야 했다.

■ 구강암 예방 생활수칙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구강암 환자에 대해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 식사 후에는 꼭 양치질을 하고, 6개월 내지 1년에 한 번씩 치석을 제거한다.

△ 뜨겁고 짜고 매운 음식, 검게 탄 음식을 삼가고 장년 이후에는 지방성 육류 섭취를 줄인다.

△ 술, 담배를 삼간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 구강암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 궤양 등 구강에 발생하는 모든 병변은 초기에 치료받고 만성적 염증상태를 없애준다.

△ 날카로운 치아, 잘 맞지 않는 틀니 등이 구강점막을 만성적으로 자극하지 않게 한다.

△ 구강백반증 및 홍반증 등 전암병소(암 전단계 의심)가 나타날 때에는 속히 진료를 받는다.

△ 1년에 한 번씩(특히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아 구강암 여부를 살핀다.

△ 초기 구강암으로 진단되면 즉시 치료에 임하며 진행성 암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 출처 : 경향닷컴 박효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