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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치과병원/질병상식

씹는 행복 ' 충치활성도 검사'로 지켜주세요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1. 6. 7.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

 

‘우리 아이는 칫솔질을 열심히 하고, 단 것도 잘 먹지 않는데 왜 충치가 잘 생길까?’

아이를 둔 엄마라면 이런 고민을 한번쯤은 해 봤을 법하다. 하루 세 차례 식후 아이들의 양치질을 직접 챙기고, 단 것을 멀리하고 간혹 먹었다면 반드시 칫솔질을 하게 하는데도 충치(치아 우식증)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충치는 대개 입안에 사는 세균(뮤탄스균과 락토바실러스균)에 감염돼 생긴다. 충치균이 음식물의 당분으로부터 산(酸)을 만들어 치아의 미네랄을 녹이면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는 타액(침)이나 생활 습관이 크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충치는 충치균 감염 뿐 아니라 치아 구조, 침의 분비량, 식이 및 칫솔질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칫솔질만 잘 한다고 해서, 단 것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하다간 아이가 충치에 무방비로 공격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를들어 치아 형성이 덜 돼 산 성분에 취약하거나 치아에 칫솔질로는 플라크(치태)가 잘 제거되지 않게 홈이 깊은 경우, 치아에 덧니가 있어 잘 안 닦이는 경우 충치 위험도가 높아진다. 침은 충치균이 만들어내는 산을 중화시키고 음식 찌꺼기를 씻어내는 정화 작용을 한다. 충치균을 직접 억제하는 항체와 효소들도 들어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침 분비량이 줄어들거나 침의 산성 정화기능(완충능)이 떨어지면 충치 발생이 많아지고 진행 속도도 급격히 빨라진다. 충치를 일으키는 식이 습관은 당분이 함유된 발효성 탄수화물(과자, 음료수 등 간식류)의 잦은 섭취다. 통상 하루 세끼 밥 먹는 것 외에 간식 섭취는 2∼3회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데, 실제 아이들의 간식 섭취는 5∼6회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개인별로 충치 발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 같은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충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도에 따라 맞춤형 예방 치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도입돼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이 핀란드에서 도입해 적용하고 있는 ‘충치활성도 검사(우식 위험도 평가)’가 바로 그것. 아직은 조금씩 보급되고 있는 추세여서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이 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충치가 많은 곳에서는 충치를 메우는 치료를 하기에 급급하지만 충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는 조기에 충치 위험도를 평가하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치활성도 검사는 간단한 타액 검사를 통해 충치균 여부와 침 분비량 및 완충능을 파악하고 식습관 등을 고려해 충치가 생길 위험도를 평가한다. 침 분비량은 인체에 무해한 파라핀 왁스(침 분비 자극 역할)를 씹으며 분비되는 침을 모아 검사한다. 침의 완충능 검사와 충치균 배양은 검사지를 입안에 넣어 침을 묻히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런 모든 검사 결과를 표준화된 컴퓨터 프로그램(Cariogram)에 입력하면 아이의 충치 발생 위험도를 고·중·저위험군 형태로 분류해 알려주며 그에 따른 개별 처방도 알기 쉽게 보여준다.

김 교수는 “뮤탄스균의 경우 침 1㎖당 세균 수에 따라 0∼3단계로 나뉘며 1㎖에 뮤탄스균이 50만 마리 이상 존재하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침은 1분당 1㎖ 이상 나오면 정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침의 완충능은 정상일 땐 검사지가 파란색으로, 완충능이 떨어지만 초록이나 오렌지색으로 바뀐다.

충치 활성도 검사는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시행할 수 있고 4일 후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비용도 5만원 선으로 비싸지 않다. 김 교수는 “이 검사 프로그램을 통해 100% 충치를 예방할 순 없지만 5개 충치가 생길 것을 2개만 생기게 하는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출처 : 국민일보 민태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