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월)
중앙일보 [ 도움말 _구강내과 고홍섭 교수]
입냄새 날까봐 위축된 적 있으시죠? 스케일링부터 하세요
구취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냄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나치 독재자였던 히틀러는 잇몸 주변에 생기는 염증으로 심한 입 냄새를 풍겼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자 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 클라크 게이블 역시 입 냄새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하루 3갑 이상 흡연을 할 정도로 골초였다. 담배 연기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구강 내 세균과 결합해 악취를 유발한 것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는 “구취는 냄새를 맡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냄새를 풍기는 자신까지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악취에 민감한 사람의 뇌 … 좋은 향기보다 오래 기억해
악취는 사람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된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곰팡이 냄새와 배 향기를 맡게 한 뒤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향기를 맡았을 때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기분 나쁜 냄새를 맡게 했을 때는 ‘기억’ 담당 뇌 부분이 훨씬 더 활성화됐다. (『최신 생물학』 2009년)
연구진은 독이 든 식물이나 썩은 음식을 피하기 위해 특정 냄새를 잘 기억하는 원시인의 습성이 현대인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악취가 상대방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거나 얼굴을 돌리게 한다는 점이 뇌 영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입에서 나는 악취, 90%는 입안 문제 … 나머지는 축농증·속병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홍섭 교수는 “구강에서 비롯된 경우가 90%, 나머지는 축농증이나 비염과 같은 이비인후과적 질환이나 속병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3~4년 동안 구취 문제로 고민을 하던 정모(56)씨. 구취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을 먹고 나서 이를 닦았을 때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검사 결과 입 냄새의 원인은 치석과 설태 때문이었다. 설태란 입안의 단백질과 각화된 물질이 엉겨 붙은 세균 덩어리. 정씨의 혀에서 나온 설태의 총량은 247㎎. 정상인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입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박테리아에 의해 황이나 질소를 함유한 화합물을 만든다. 이 화합물은 혀 안쪽이나 치아 사이에 남아 악취를 만든다. 특히 잇몸병이 악화할 때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평소 양치질을 자주 하지 않거나 잇몸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분해할 찌꺼기가 많아져 입 냄새가 심해진다.
침 분비량이 줄어도 입 냄새가 난다. 침은 살균력이 있어 입안의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또 침은 세정력도 있다. 침이 마르면 유해 세균의 활동이 그만큼 쉬워진다.
당뇨환자 갑자기 구취 생기면 당뇨관리 안 된다는 뜻
칫솔질도 잘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받았는데 입 냄새가 난다면 입속이 아닌 코 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취가 심해 병원을 찾았을 때 축농증·비염이 있는지,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지, 코가 자주 막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냄새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축농증과 비염은 콧물을 동반한다. 이는 코가 막힌 상태를 만들면서 입으로 숨을 쉬도록 만든다. 문제는 입으로 호흡하는 것이 입안을 마르게 한다는 것. 이 때문에 혐기성 세균이 더 활발하게 번식해 입 냄새가 심해진다.
전신질환이 있을 때도 입 냄새가 난다. 간에 문제가 있으면 썩은 계란 냄새가, 신장에 문제가 있으면 체내 축적된 요소 때문에 소변 냄새와 비슷한 지린내가 난다. 또 식초처럼 시큼한 냄새가 나면 당뇨병이나 위장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입 냄새는 질환이 잘 관리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갑자기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면 이는 당뇨를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환자가 스스로 주관적인 입 냄새를 호소하기도 한다. 객관적인 입 냄새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자신의 입 냄새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이 있다. 일종의 ‘입 냄새 공포증’.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계승범 교수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둔한 사람보다는 예민한 사람이 입 냄새 제거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치실 자주 사용하고 혀 뒤쪽까지 설태 제거를
입 냄새는 원인이 복합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원인이 명확하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계승범 교수는 “치주 질환을 포함해 입안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냄새가 난다면 치아 표면의 얇은 세균막인 프라그를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받고, 올바른 설태 제거방법 등을 교육받으면 한두 달 사이에 상태가 호전된다”고 말했다.
치아 사이를 닦아 주는 얇은 치실 사용법의 포인트는 바로 치아를 C자로 감싸야 한다는 것. 치아의 밑에서 위로 두세 번 쓸어 올려 주면 플라그는 쉽게 제거될 수 있다. 치아를 하나하나 짚어 가며 꼼꼼하게 닦거나 거울을 보고 닦고 있는 치아를 확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플라그는 혀에도 잘 붙는다. 특히 혀의 끝 부분은 세균이 기생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혀를 칫솔질할 때는 혀 뒤쪽부터 부드럽게 아래로 쓸어내린다. 혀의 앞쪽은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청소되지만 뒤쪽은 인위적으로 벗겨 내야 냄새의 근원을 차단할 수 있다. 설태 제거기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설태를 제거할 때 구역질이 난다면 숨을 1~2초 정도 참고 부드럽게 긁어내면 된다. 계승범 교수는 “스트레스나 피로도 타액 분비를 줄여 입 냄새의 원인이므로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입 냄새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입 냄새가 걱정되는 공공장소에 갈 때는 식단 선택도 중요하다. 구취 발생의 원인이 되는 황을 다량 함유하는 식품을 자제해야 한다. 양파·마늘·파·달걀·겨자류·파래·파슬리 등이 황을 많이 함유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휘발성 황화합물(VSC)=입안의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물질로 입 냄새의 원인이 된다. 대표적으로 잇몸에서 주로 나오는 ‘황화수소’와 혀에서 많이 나오는 ‘메틸머캅탄’이 있다.
권병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악취에 민감한 사람의 뇌 … 좋은 향기보다 오래 기억해
악취는 사람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된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곰팡이 냄새와 배 향기를 맡게 한 뒤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향기를 맡았을 때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기분 나쁜 냄새를 맡게 했을 때는 ‘기억’ 담당 뇌 부분이 훨씬 더 활성화됐다. (『최신 생물학』 2009년)
연구진은 독이 든 식물이나 썩은 음식을 피하기 위해 특정 냄새를 잘 기억하는 원시인의 습성이 현대인에게 이어져 내려오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악취가 상대방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거나 얼굴을 돌리게 한다는 점이 뇌 영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입에서 나는 악취, 90%는 입안 문제 … 나머지는 축농증·속병
악취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홍섭 교수는 “구강에서 비롯된 경우가 90%, 나머지는 축농증이나 비염과 같은 이비인후과적 질환이나 속병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3~4년 동안 구취 문제로 고민을 하던 정모(56)씨. 구취는 아침뿐 아니라 점심을 먹고 나서 이를 닦았을 때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검사 결과 입 냄새의 원인은 치석과 설태 때문이었다. 설태란 입안의 단백질과 각화된 물질이 엉겨 붙은 세균 덩어리. 정씨의 혀에서 나온 설태의 총량은 247㎎. 정상인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입안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박테리아에 의해 황이나 질소를 함유한 화합물을 만든다. 이 화합물은 혀 안쪽이나 치아 사이에 남아 악취를 만든다. 특히 잇몸병이 악화할 때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평소 양치질을 자주 하지 않거나 잇몸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분해할 찌꺼기가 많아져 입 냄새가 심해진다.
침 분비량이 줄어도 입 냄새가 난다. 침은 살균력이 있어 입안의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또 침은 세정력도 있다. 침이 마르면 유해 세균의 활동이 그만큼 쉬워진다.
당뇨환자 갑자기 구취 생기면 당뇨관리 안 된다는 뜻
칫솔질도 잘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도 받았는데 입 냄새가 난다면 입속이 아닌 코 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취가 심해 병원을 찾았을 때 축농증·비염이 있는지,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지, 코가 자주 막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냄새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축농증과 비염은 콧물을 동반한다. 이는 코가 막힌 상태를 만들면서 입으로 숨을 쉬도록 만든다. 문제는 입으로 호흡하는 것이 입안을 마르게 한다는 것. 이 때문에 혐기성 세균이 더 활발하게 번식해 입 냄새가 심해진다.
전신질환이 있을 때도 입 냄새가 난다. 간에 문제가 있으면 썩은 계란 냄새가, 신장에 문제가 있으면 체내 축적된 요소 때문에 소변 냄새와 비슷한 지린내가 난다. 또 식초처럼 시큼한 냄새가 나면 당뇨병이나 위장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입 냄새는 질환이 잘 관리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갑자기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면 이는 당뇨를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환자가 스스로 주관적인 입 냄새를 호소하기도 한다. 객관적인 입 냄새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자신의 입 냄새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이 있다. 일종의 ‘입 냄새 공포증’. 삼성서울병원 치주과 계승범 교수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둔한 사람보다는 예민한 사람이 입 냄새 제거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치실 자주 사용하고 혀 뒤쪽까지 설태 제거를
입 냄새는 원인이 복합적이거나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원인이 명확하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계승범 교수는 “치주 질환을 포함해 입안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냄새가 난다면 치아 표면의 얇은 세균막인 프라그를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받고, 올바른 설태 제거방법 등을 교육받으면 한두 달 사이에 상태가 호전된다”고 말했다.
치아 사이를 닦아 주는 얇은 치실 사용법의 포인트는 바로 치아를 C자로 감싸야 한다는 것. 치아의 밑에서 위로 두세 번 쓸어 올려 주면 플라그는 쉽게 제거될 수 있다. 치아를 하나하나 짚어 가며 꼼꼼하게 닦거나 거울을 보고 닦고 있는 치아를 확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플라그는 혀에도 잘 붙는다. 특히 혀의 끝 부분은 세균이 기생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혀를 칫솔질할 때는 혀 뒤쪽부터 부드럽게 아래로 쓸어내린다. 혀의 앞쪽은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청소되지만 뒤쪽은 인위적으로 벗겨 내야 냄새의 근원을 차단할 수 있다. 설태 제거기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설태를 제거할 때 구역질이 난다면 숨을 1~2초 정도 참고 부드럽게 긁어내면 된다. 계승범 교수는 “스트레스나 피로도 타액 분비를 줄여 입 냄새의 원인이므로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입 냄새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입 냄새가 걱정되는 공공장소에 갈 때는 식단 선택도 중요하다. 구취 발생의 원인이 되는 황을 다량 함유하는 식품을 자제해야 한다. 양파·마늘·파·달걀·겨자류·파래·파슬리 등이 황을 많이 함유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휘발성 황화합물(VSC)=입안의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물질로 입 냄새의 원인이 된다. 대표적으로 잇몸에서 주로 나오는 ‘황화수소’와 혀에서 많이 나오는 ‘메틸머캅탄’이 있다.
구취 제거 100% 하는 법
● 설태가 많이 끼는 안쪽 혀 부분 닦기
● 단백질 많은 제품 피하기
● 침이 마르지 않도록 수분 섭취 자주 하기
● 입 냄새 줄이는 녹차·토마토주스 마시기
● 주기적으로 병원 방문해 구강 건강 살피기
※제공:서울대치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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