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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치과병원/질병상식

하얀 치아가 부럽습니까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1. 2. 18.

 

하얀 치아가 부럽습니까

음료수는 빨대로 드세요, 카레·토마토소스 조심하세요

 

커피와 홍차 등 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를 이용해 치아에 닿지 않도록 한다. [중앙포토]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을 단순호치(丹脣皓齒)로 불렀다.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란 뜻이다. 얼굴이 아무리 예뻐도 웃을 때 누런 이가 드러나면 호감도는 한순간에 반감된다. 백색 치아는 부지런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무리 하얀 치아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순백의 아름다움은 금세 빛을 잃는다. 서울대치과병원 보존과 이인복 교수는 “치아 색을 결정하는 상아질(치아 속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어두우면 이가 누렇게 보인다. 피부도 태어날 때부터 까무잡잡한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 이 닦는 것을 게을리하는 생활습관이 치아 색깔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착색이 잘 되는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변색 정도는 배가된다. 이의 색깔을 어둡게 하는 음식·약물, 그리고 미백치료까지 새하얀 치아를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배지영 기자

카레속 강황은 색소입자 … 과일주스도 치아 부식시켜

치아 착색이 잘 되는 음식은 카레·토마토 스파게티·고추장 찌개 등이다. 경희대치과병원 교정과 박영국 교수는 “카레를 오래 담아뒀던 그릇은 몇 번 씻어도 노란색이 잘 안 빠진다. 카레 속 강황 성분은 그 자체가 색소 입자이기 때문에 다른 음식보다 색소침착 정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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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 스파게티도 착색 위험이 크다. 토마토 소스의 산 성분이 법랑질을 먼저 부식시키고, 그 위에 여러 음식의 색소 성분이 쉽게 들러붙기 때문이다. 단국대치과병원 보철과 이준석 교수는 “미국 치과 교과서에 따르면 과일이나 과일주스를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은 치아가 부식돼 착색이 잘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교수는 “식사를 하면서부터 착색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착색 유발음식 섭취 후 24시간이 지나면 칫솔로 닦아도 착색된 입자가 치아 겉표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세심하게 치솔질을 하지 않거나 가글(gargle)로만 헹구면 누런 이가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착색유발 음식을 먹을 때는 시금치나 양상추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를 곁들이면 좋다. 박영국 교수는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는 색소 입자가 아니다. 게다가 식이섬유는 섬유질이 풍부해 미세한 칫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고추장이 든 음식도 조심해야 한다. 고추장은 색소 입자도 많지만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음식이기 때문에 치아 표면에 착색을 일으키는 화학작용이 더 강하다. 이준석 교수는 “인공치아를 물·간장·고추장에 넣고 착색 정도를 실험해 본 결과, 고추장에서 치아 착색이 가장 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착색이 더 잘 되므로 고추장 찌개를 먹을 때는 물로 입을 자주 헹궈야 한다.

 커피와 홍차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치과 이한나 원장은 “커피와 홍차에 든 타닌도 대표적인 색소 입자”라며 “치아 겉 법랑질에 있는 미세한 구멍으로 색소 입자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커피와 홍차 등 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를 이용해 치아에 닿지 않도록 먹는다.

 탄산음료도 주의한다. 탄산음료 속 설탕과 인산이 치아 겉 부분 법랑질을 벗겨 색소가 잘 들러붙게 한다. 일반 음료 중에는 빨간색을 띤 베리(berry)류가 착색력이 강하다. 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를 이용하고, 오랜 시간 입에 머금고 있지 않도록 한다.

항생제·구강세정제도 잘못 쓰면 치아 변색

 

서울대치과병원 이인복 교수가 환자에게 미백 치료를 하고있다. 특수 빛이 미백약제와 반응하면 치아 색을 하얗게 만든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약물에 의해서도 치아가 변색된다. 이한나원장은 “성장기의 어린이가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류 항생제를 복용하면 치아가 푸른색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 여성의 항생제 복용도 태아의 치아 변색을 유발한다. 철분 보충제, 불소 수돗물의 과다섭취도 치아 변색의 원인이다.

 구강세정제 역시 오래 사용하면 치아 변색을 일으킨다. 일부 구강세정제에는 세정력이 강한 클로르헥시딘(chlor hexidine)이 포함돼 있는데, 이 성분은 치아 표면에 화학작용을 일으켜 치아를 갈색으로 변색시킬 수 있다.

 아이들은 세균이 치아 변색을 유발한다. 박영국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의 구강에는 특히 색소성 세균이 많이 번식해 치아를 주황색이나 흑갈색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외상을 입고 난 뒤에도 치아 색이 변할 수 있다. 이인복 교수는 “치아를 심하게 부딪힌 뒤 별다른 통증이 없었는데도 몇 주, 또는 몇 달 후 이가 푸른색으로 변한 경우가 종종 있다. 외상 시 치아신경이 손상돼 치아 안쪽 상아질이 서서히 변색된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은 누런 이가 되는 지름길이다. 담배의 니코틴이 치아 표면 법랑질의 미세한 구멍에 달라붙어 색을 변화시킨다.

화학약품 바르고 빛 쪼이는 미백치료 효과

음식물에 의한 가벼운 착색은 색소 입자를 긁어내는 스케일링만으로도 미백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색이 어둡거나 노화에 의해 치아 속 상아질이 변색한 경우라면 화학약품을 이용한 미백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체에 해가 없고 치아에 안전한 농도의 미백약제를 치아에 바르고, 특수한 빛을 쪼이면 화학작용에 의해 치아 색이 하얗게 바뀐다. 가장 단시간에 미백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잇몸 질환이 있거나 이가 튼튼하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곳을 먼저 치료 한 다음 미백 시술를 받는 게 좋다.

 치과에서 치아에 끼우는 틀(트레이)을 제작한 다음 ‘홈(home)미백’을 해도 좋다. 미백약품을 틀에 넣은 뒤 치아에 끼우고 자면 된다(2~4주). 최근엔 붙이는 홈미백 치료제도 출시됐다.

  라미네이트는 인공손톱을 부착시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착색된 치아를 갉아내고 미리 제작된 얇은 인조치아를 붙인다. 이한나 원장은 “항생제 사용·불소에 의한 변색 등은 변색된 부위가 광범위하고 색도 짙어서 라미네이트 시술을 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미백치약·미백껌·미백사탕 등은 효과가 크지 않다. 이준석 교수는 “이런 제품들은 미백 시술 뒤 하얗게 된 치아를 유지하는 정도”라며 “미백물질이 착색물질에 접촉하는 시간이 짧고, 강도도 약해 눈에 띄는 미백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출처 :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