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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4. 8. 6.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저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출판사
이룸 | 2009-03-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8년 겨울부터 2009년 봄호까지 계간 문예잡지 [자음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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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의 본질은 무엇일까?

죄에 대한 응징을 통해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

사형을 통해 죄를 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일반 사람들이 갖게 하는 것?

아니면 공권력의 힘에 기대어 저지르는 또하나의 범죄?

 

윤리나 도덕에서 멀리 떨어져버리면 이 세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인간 앞에 나타나. 마치 무슨 서비스처럼 말이야. (P140 中)


사쿠마 
주인공이 교도관으로 있으면서 어찌보면 연민을 가지고 대했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주인공을를 배신합니다.
그를 이용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18살의 야마이가 감옥에 옵니다.
신혼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소년. 그 이유는 그냥 여자랑 자고 싶었던 그 하나의 이유때문이었습니다.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않는 소년은 주인공과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릴때부터 왜 살인까지 하게 되었는지 과거를.

너는 수많은 사람이 어서 죽으라고 하는 녀석이고, 정말 최악의 인간인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어떤 인간이건 나는 네 뒤를 봐줄 거야.
네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거고, 이 세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줄 거야.
이 세상에 태어난 너를, 네가 사형당할 때까지, 마지막까지, 봐줄 거야.
너의 전부를 다 받아줄 거야.


........왜 그러는데?

그러고 싶으니까. 우리는 교도관이야. (P177 中)

 

 

그리고 야마이의 마지막 편지

 

당신이 정직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뉴스에서 봤는지 모르지만 나는 항소했고, 내가 할 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그만두었기 때문에 국선변호인이 붙게 됩니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이 편지는, 만일 보내게 되면 주임이 변호인에게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편지를 써보라고 한 건 주임입니다. 구치소에서는 편지를 쓰는 게 관습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밖에는 편지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편지를 쓰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글 같아서 기분이 나쁩니다. 그래도 이렇게 쓰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나는 여자를 살해하고 남자도 살해한 사람입니다. 밤에는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항소해서 사건을 다 말한 다음에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임에게 사형이라는 제도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권리는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이미 그때부터 그 인간이 말하는 것은 아무 설득력이 없습니다. 죽는 것이 생각나면 잠이 오지 않지만, 잠을 못 잔다는 것도 그냥 내 입장만 내세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밤에는 날마다 떠오릅니다. 괴로워했던, 피가 많이 났던 여자와 남자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내가 한 짓입니다. 전부 다 내가 저지른 일입니다.
  
당신이 가져다 준 책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옛날 작가도 있고 현대 작가도 있다고 주임이 말했습니다. 『햄릿』을 읽는데, 어려워서 알지 못하는 곳도 있지만 주임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죽인 사람인데 이런 인간이 책을 읽어도 괜찮은가 하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밤에 책을 읽으며 지내도 되는가 하고 생각하면 지금 바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인간이라도 예술을 접할 권리는 있다고 주임이 말했습니다. 예술작품은 아무리 지독한 악인이라도 모든 인간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주임과 간수부장이 특별히 CD를 듣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이 준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들으며,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바흐라는 사람의 <눈을 뜨라고 부르는 소리가 있어>. 이 세상에는 훌륭한 것이 많다고 했던 당신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인간의 인생 뒤편에서 이 곡은 항상 흐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실은 큰 파이프오르간으로 좀더 크게 연주된다고 합니다. 그것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것을 감상할 기회를 빼앗아버린 것도 나입니다. 그 사람들의 모든 것을 빼앗은 것은 나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지금 바로 죽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내가 얻지 못했던 것들을, 내가 사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고, 어떻게 하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는가를 알고 난 뒤에 죽자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밤은 정말 힘듭니다. 실제로 보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편지를 쓰고 있으면 조금쯤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이 나에게 살해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라도 나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고민하는 것조차 나한테는 내 입장만 생각하는 일입니다. 고민할 권리는 나한테는 없다. 괴로워할 권리도, 울 권리도 없다. 그래도 이따금 울음이 터지고, 아무리 애를 써도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당신이 구치소에 돌아왔을 때는 이 편지를 잊어주십시오. 몇 번이나 고쳐 쓰느라고 벌써 종이를 몇 장이나 버렸는지 모릅니다. 이것도 감정적인 글이기 때문에 보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는 언제 다 쓸지 모르기 때문에 보내기로 하겠습니다.
  
나에게는 형제는 없지만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만 하는 말입니다.



 

2008년 2월 9일
야마이 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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