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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전신마취 받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 치과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4. 9. 1.
전신마취 받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기사의 사진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마취과 서광석 교수가 효율적인 치과치료를 위해 환자에게 전신마취를 걸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만약 마취 의술이 없었다면 병원에선 환자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을 것이다. 병든 조직을 절제하고 상처를 꿰맬 때 생살이 뜯기는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검사와 수술 시 통증 해소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가 꼭 필요한 이유다. 치과치료도 예외가 아니다. 구강 내 종양 절제수술, 악안면(顎顔面)기형 교정수술, 사랑니 및 매복치 뽑기, 악안면 외상 치료 시 마취는 필수적이다. 정신지체, 자폐, 뇌병변장애, 치매 등으로 치과 치료에 협조가 잘 안 되는 장애인 환자들과 겁이 많은 어린이 환자들이 고통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데도 마취가 도움이 된다.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마취과 서광석 교수의 도움말로 치과치료 시 마취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풀어봤다. 서 교수는 같은 주제로 지난 달 31일 서울대치과병원 제1강의실에서 공개강좌를 열기도 했다.

◇치과치료 후 마취가 안 풀리면 어떡하나?=전신마취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혹시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신마취를 받는 환자의 85%가 이런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낀다고 한다. 드물긴 해도 마취사고가 때때로 발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치과치료를 위해서 전신마취를 시행한 경우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100만 명 중 1명꼴 빈도로 아주 낮다.
물론 전신마취가 감기약 한 알 먹는 것 정도로 안전하진 않지만, 우리가 비행기 사고로 죽을 확률(10만 명 중 1명)보다 위험도가 낮은 게 마취의료다.

◇전신마취를 받으면 머리가 나빠진다?=사실 무근이다. 전신마취 또는 진정법(수면 유도 효과가 있는 약물을 투여해 환자를 진정시키는 법)에 필요한 흡입마취제나 전신마취제는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마취 후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마취 과정이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아주 많거나 아주 어리지만 않다면, 특별히 전신마취를 경험한 후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등 머리가 나빠지는 일은 없다.
우선 두 살 이하 소아 환자의 경우 전신마취 수술 후 행동장애, 지적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때에도 전신마취의 영향인지, 수술을 받게 된 질병 때문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5세 이후 노인 환자의 경우엔 약 10% 정도에서 섬망 등의 인지장애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곧 정상으로 회복된다.
수술 후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마취 후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진정법이 전신마취보다 더 안전하다?=소화기내시경 검사 시 진정제를 맞고 수면 상태에서 검사를 받듯이 치과 치료에도 이 같은 마취 의술이 사용된다. 속칭 수면마취로 불리는 진정법이 그것이다.
진정법은 진정효과가 있는 약물을 얼마나 투여하는가에 따라 의식 하(下) 진정과 깊은 진정으로 구별된다. 말하자면 약을 조금 쓰면 환자가 몸만 못 움직일 뿐 의식이 있는 상태이고, 많이 쓰면 전신마취 때와 같이 진정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진정법은 전신마취에 비해 회복 시간이 빠른 게 장점이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투여되는 약물의 속도나 양이 다르고, 호흡 억제나 호흡 정지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마취를 못한다?=맞다. 열이 난다는 것은 감기 등 다른 질환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신마취 수술을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
열이 난다는 것만으로도 수술 시 신진대사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여기에다 마취까지 걸면 전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관지염 또는 폐렴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 마취 과정에서 심각한 호흡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한편 마취를 앞두고 있을 때는 금식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금식시간은 나이, 음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8시간이 권장된다.
금식을 하는 이유는 마취 후 치료 중 자기도 모르게 뱃속의 음식물을 토할 수 있는데, 이 때 음식물의 일부가 폐·기관지로 유입돼 치명적인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자료출처 :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