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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나태주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12. 28.

편할 정도로 익숙한 단어,

그렇지만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맛갈나는 단어로

우리에게 사물과 사랑의 의미를

살려주며 감동을 주는 시인 나태주...

이제는 초등학생조차도 그의 시구 한 문장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는 딸을 모티브로 한 시집이다

딸과 시인의 관계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로

여성과 남성으로 관계로 확장되기도 하고

다시 자식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관계로 축소되기도 한다.



  

아비는 이다음에 어두운 밤, 별이 되어 너를 내려다볼 것이다.

너를 지켜볼 것이다. 네가 어느 날 혼자서 고달프게 밤길 걷다가 문득 누군가 바라보는 것같이 느껴져 하늘의 별을 우러를 때 거기 가장 빛나는 별이 하나 있거든 그 별 속에 아비의 마음이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어다오.



선물

 

선물을 주고 싶다고?

선물은 필요치 않아

네 얼굴과 네 목소리와 너의 웃음이

나에겐 선물이야

너 자신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선물이야

 

네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스타가 되기 위하여

 

별은 멀리 아주 멀리에 있다.

별은 혼자서 반짝인다 언제나 외롭다

사람도 마찬가지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한다

멀리 있는 것을 그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어야만 하겠지

아니야, 자기한테 자기가 슬그머니 져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어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도 스스로 충분히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거야

 

스타가 도고 싶은 딸아,

어두워지는 밤이 오면 하늘을 보거라

거기, 아빠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가고 싶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잊혀지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대 가슴에 못을 치고

나의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고집과 옹졸

나의 고뇌와 슬픔

나의 고독과 독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이었던가

 

사는 듯 마는 듯 살다 가고 싶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 웃다 가고 싶었는데

그대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

나의 가슴에 후회를 남기고

모난 돌처럼 모난 돌처럼

혼자서 쓸쓸히.





눈사람

 

밤을 새워 누군가 기다리셨군요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그만

새하얀 사람이 되고 말았군요

안쓰러운 마음으로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을 때

당신에겐 손도 없고

팔도 없었습니다.



새해 인사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외출에서 돌아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집에 돌아온 밤이면

언제고 한 가지쯤

언짢은 일 있게 마련이다

 

사알짝, 마음에 긁힌 자극

 

다른 사람들 내게 준

조그만 표정이며

석연찮은 한두 가지 말들

가시 되어 걸려 있을 때 있다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더 언짢아질 때 더러 있다.




아버지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