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할 정도로 익숙한 단어,
그렇지만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맛갈나는 단어로
우리에게 사물과 사랑의 의미를
살려주며 감동을 주는 시인 나태주...
이제는 초등학생조차도 그의 시구 한 문장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는 딸을 모티브로 한 시집이다
딸과 시인의 관계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로
여성과 남성으로 관계로 확장되기도 하고
다시 자식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관계로 축소되기도 한다.
❝
아비는 이다음에 어두운 밤, 별이 되어 너를 내려다볼 것이다.
너를 지켜볼 것이다. 네가 어느 날 혼자서 고달프게 밤길 걷다가 문득 누군가 바라보는 것같이 느껴져 하늘의 별을 우러를 때 거기 가장 빛나는 별이 하나 있거든 그 별 속에 아비의 마음이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어다오.
❝
선물
선물을 주고 싶다고?
선물은 필요치 않아
네 얼굴과 네 목소리와 너의 웃음이
나에겐 선물이야
너 자신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선물이야
네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
스타가 되기 위하여
별은 멀리 아주 멀리에 있다.
별은 혼자서 반짝인다 언제나 외롭다
사람도 마찬가지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외로워야 한다
멀리 있는 것을 그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어야만 하겠지
아니야, 자기한테 자기가 슬그머니 져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어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도 스스로 충분히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거야
스타가 도고 싶은 딸아,
어두워지는 밤이 오면 하늘을 보거라
거기, 아빠가 너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
어쩌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가고 싶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잊혀지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대 가슴에 못을 치고
나의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고집과 옹졸
나의 고뇌와 슬픔
나의 고독과 독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이었던가
사는 듯 마는 듯 살다 가고 싶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 웃다 가고 싶었는데
그대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
나의 가슴에 후회를 남기고
모난 돌처럼 모난 돌처럼
혼자서 쓸쓸히.
❝
눈사람
밤을 새워 누군가 기다리셨군요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그만
새하얀 사람이 되고 말았군요
안쓰러운 마음으로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었을 때
당신에겐 손도 없고
팔도 없었습니다.
❝
새해 인사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
외출에서 돌아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집에 돌아온 밤이면
언제고 한 가지쯤
언짢은 일 있게 마련이다
사알짝, 마음에 긁힌 자극
다른 사람들 내게 준
조그만 표정이며
석연찮은 한두 가지 말들
가시 되어 걸려 있을 때 있다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더 언짢아질 때 더러 있다.
❝
아버지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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