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백성을 위하지 않고, 관리도 백성을 위하지 않는다.
백성이 아닌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 수탈을 마다하지 않고...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뻔뻔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힘없는 백성은 그저 당하기만 하고, 울분을 가슴으로만 삭인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누군가는 이편도 저편도 아닌 입장에서 목숨만을 연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울분을 가슴밖으로 꺼내어 내고,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영화초반에 나오는 추설패들의 등장은 백성들이 어떻게 변해 갈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한 모습일 것이다.
그들이 맨 상여안의 주인공은, 없어져야만 할
왕일 수도, 악덕 관리일수도, 아니면 숨죽여만 있는 소극적인 백성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관습에 얽매일수 밖에 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재의 식삼함 때문일까?
수탈, 농민봉기, 서자 등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요소들의 설정은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리는 기차가 어떻게 하면 멋지고 빠르게 달리도록 만들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장면장면에서는 다른 영화와 비슷한 느낌의 장면들이 나타나게 된다.
하정우의 무기하며 먼지 풀풀나는 허허 벌판에 있는 돌무치의 집이 있는 설정,
원수에게 집이 불타 가족을 잃는 설정까지 상당히 많이 닮아있다고 느껴졌다.
또 강동원의 아름다운 칼사위의 모습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소재와 장면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초반에는 나레이션을 통한 영화의 배경을 설명한 건 좋았지만, (배경 모두를 영화안에 닮기는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있었겠다). 끝까지 나레이션에 의해 영화가 진행되는 듯한 상황또한 장면장면을 통한 상상과 연결고리를 요추해 보는 재미를 반감시킨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결말로 갈수록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설명이 과도했던 것은 아닐가?
군도가 개봉 전 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던건 하정우, 마동석, 김성균,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정만식, 강동원... 현재 한국 영화, 드라마계를 주름잡고 있는 주연배우와 조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의견들이 갈리기도 하는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 그랬나? 쟁쟁한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보니 조연들의 빛들이 서로 상쇄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심심한 케릭터들이다보니 얼굴값, 이름값에 비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내공에 비해 연기의 완성도가 부족했다라는 말은 일부 수긍한다
최고의 네임벨류와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로 인해 끝없이 높아진 기대치에 비해 걍 그저그런 평범한 오락 영화 수준의 느낌을 받는 것또한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점이 무척 아쉽기도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러한 점이 이 영화에서 각 인물들에게 요구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영화의 소재는 결국 "민란"이다.
민란의 시대를 통해 이루려고 했던 것은, 백성이 주인인 시대다.
백성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어느 한명의 최고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각 개인 인물 한명한명이 조연이면서도 주연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에게 모든 힘을 주어서는 되지 않을 것이고, 영화에서의 인물들의 비중도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백성이 주인이니, 여러 배경의 인물들이 힘의 집중없이 등장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눈에 띄지 않는 케릭터가 없다보니 혹평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힘은 없지만 모든 시대의 진정한 주인은 백성이어야 한다
뭉치면 백성이고 흩어지면 도적이다.
백성은 결국 뭉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이 영화는 자꾸 도치(하정우)와 조윤(강동원)에 자꾸 집중하려는 의도들이 보여진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제목에서 말하는) 방향과는 결론이 너무 달라진, 복수액션활극에 지나지 않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시대의 주인을 왕과 관리에서 백성으로 바꾸고자 하는 주제에서 개인 복수로 결론나버린 느낌이랄까?
조윤이 영화 결말전까지의 악랄함의 이미지에서 착한 심성으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도치는 결국 자신의 복수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아이러니일뿐 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말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제를 떠나 이 영화의 최대 수해자는 강동원이 아닐까
하얀 도포를 휘날리며 긴 검을 휘두르며 사람을 베는 장면은 잔혹하지만 우아하면서도 고독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서자라는 차별적 신분과 그로 인한 불이익과 어린적 트라우마를 통해 오히려 포악해 질 수밖에 없고,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은 잔혹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잔혹해질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내세운다.
오히려 죽음을 선택하는(무술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목숨과 바꿨다는 점에서) 마지막 모습은 그의 안에 얼마나 인간적인 고뇌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은 사실 납득하기가 쉽지가 않다. 신분이 낮거나 방해가 되는 인간을 개만도 못하게 보는 냉혈한이자 싸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이는 케릭터가 갑자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게 되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민란의 시대, 백성이 주인인 시대에서는 누구나 가슴에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과거의 나쁜 놈도 용서하고 함께 가야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면 과연 목숨을 걸고 그들과 싸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이 되는 것일까?
용서도, 반성도 없는, 여전히 가슴에 괴물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