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1
‘나’를 포함한 ‘우리’쪽이 늘 타당하고 깨끗하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고 사는 것은 그야말로 신들도 부러워할 만큼 마음 편한 태도다.
나 또한 반대편에 있는 쪽에 대해서는 내 발 아래 있어야 할, 우리의 테두리 안에 편입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해 버리고 말지 않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나는 그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정말 합리적 민주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고를 하고 있을까?
다른 체제, 같은 기만, 똑같은 세뇌 메카니즘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극우와 극좌의 집단의식 저변에는 흡사한 점이 많이 깔려 있다. 둘간은 그림의 색깔이 다를 뿐 그림의 윤곽은 처음부터 똑같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반대편과 똑같은 광풍에 휩싸여 우리 스스로를 세뇌하고 옥죄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절대적 민족주의는 결국 포장만을 달리한 체 절대적 군국주의와 하나로 이어져 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북한과 비교하여 체제의 우월성을 수없이 내세우고 있다. 지금의 현실에서 경제적인 면에서 우리나라가 그들보다 월등히 앞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수많은 김일성, 김정일 홍보물과 거대한 조형물을 보면서 그들의 비생산성과 세뇌 메카니즘을 비판하면서도 광화문의 많은 조형물들, 그리고 상아탑의 거대 건축물들을 통한 만족감과 세뇌 메카니즘의 작동은 저자가 말한대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전근대주의적 계급사회의 모습인, 지배권력과 피지배권력의 모습, 인종주의적 모습들이 실제로 주위에서 빈번하게 목격된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한축으로 자리잡은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과거 우리 동포들이 미국에서 겪었던 차별의 보상심리라도 되는 것마냥 당연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성의 전당이라고 하는 대학교정에서 벌어지는 많은 오류들은 우리가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근대적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해 온 결과가 아닐까? 절대 권력자인 이사장과 그에 순응해야만 하는 권력구조, 교수와 시간강사, 교수와 학생의 관계, 학생운동권의 절대권력화와 비민주적 의식들.
이 모든 일들이 그러나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아니라 애써 무시하고, 습관화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의 부조리에 대해서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저자는 오히려 외국인 출신 귀화한국인이라는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우리의 치부를 끄집어 낸다. 하나하나!!!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치부를 들어내야만 그 치부들이 고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고칠 수는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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