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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미술

서울대학교 미술관 - 시간의 두 증명 (모순과 순리)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3. 30.

점심먹고 서울대학교 나들이하기
이번에는 서울대학교미술관으로 gogo

 

뒷편으로 들어가는 길은 관악산 끝자락 나무들 사이의 조그만 사이길입니다.

마치 시골 산길 속을 걸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봄을 맞이하는 꽃들과 식물들이 먼저 따사로운 봄햇살을 반기는 것 같습니다

뒤편에서 미술관 앞으로 이동하는 길은

지하인 듯 하면서도 지상과 연결된 통로입니다.

굴다리 너머 계단에 막힌 듯한 길은, 그러나 계단위로 살짝 보이는 관악산 자락과 햇살을 길잡이 삼아 또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계단을 오르니 미술관 뒷편의 아담한 세계와는 다른 넓은 세상이 미술관 앞에 펼쳐집니다.

미술관의 정면모습은 직사각형의 공간속에 비어있는 1층 공간의 모습을 통해 직사각형의 단조로움에서 탈피되어 있습니다.

대칭되어 있으면서도 대칭에서 벗어나고 싶은 듯 합니다.

그리고 관악산을 동경하듯 머리를 든 모습입니다.

석탑작품이 미술관 앞 마당을 지키고 있네요.

건물의 내부 또한 대칭인 듯 하지만 네모 반듯한 대칭으로 구성된 공간은 아닙니다.

작품들을 보면서 낮은 높이의 계단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가장 윗 공간에 다다르게 됩니다.

2023년 03월 24일 - 2023년 05월 28일까지 기획전이 열리고 있네요

서울대학교미술관 x 재단법인 아름지기 협력전시

 


<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 

과도예술의 시대, 고유시간(Eigenzeit)으로 나아가기

 

전시부문: 회화, 영상, 조각 등 170여 점
참여작가: 강소청, 권대섭, 권창남, 김미라, 김보민, 김성철, 김수자, 김용회, 김일웅, 김태호, 다발킴, 류성실, 문영민, 문혜진, 박서희,
박성철, 박진아, 백남준, 서도호, 서용선, 신경균, 심현석, 양유완, 양혜규, 여병욱, 오지은, 우덕하, 유희송, 윤석남, 이강연, 이강효, 이건민, 이경선, 이경아, 이성자, 이수경, 이윤신, 이은범, 이인선, 이인진, 이종상, 이준호, 장욱진, 정유리, 정은미, 정재호, 정재효, 조덕현, 조재량, 조창근, 조해리, 최지광, 하동철, 한정용, 허상욱, 황갑순


새로운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의 결과는 ‘고유시간(Eigenzeit)’의 소멸로 이어집니다. 삶의 경험을 통해 포착되는 시간,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기, 노년기,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애의 특정 시기와 관련된 시간입니다. 새것, 새로운 느낌, 새로운 인식에 대한 집착과 고유시간의 소멸은 상호 변증적 관계입니다. 새것에 집착할수록 시간의 측면에선 더 빈곤해지고, 시간적으로 빈곤할수록 더 새것에 집착합니다.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이미 존재하는 것, 발견된 것에 담긴 표현할 수 없는 초월적 의미를 숙고하지 못하게 됩니다. 새것은 생산경제 측면에선 축복이지만, 오늘날 예술을 이토록 빈곤한 것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시몬느 베이유(Simone Weil)가 “나에게는 그러한 욕망을 가질만한 재능이 없는 것이 오히려 커다란 은혜”라 했던 이유입니다.

권태에 대해서도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과거의 것이라 싫증 나는 것이 아닙니다. 싫증은 오직 새것에 대해서만 날 뿐 옛것에 대해서는 아닙니다.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가 옳습니다. “옛것은 행복으로 배부르게 해주는 일용할 양식이다. 옛것은 행복을 준다.” 일용할 양식은 순식간에 빛이 발하고 마는 매력은 없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전통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것들은 ‘길’과도 같은 것입니다. 길은 싫증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같은 길을 걸을수록 오히려 정겹습니다. 길은 반복을 지겨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매번 모르는 길로가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다만 우리가 새로움, 매력, 흥분, 오락에 취해 있을 뿐입니다. 이 시대의 상품경제의 강제에 짓눌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만병통치약 같은 것으로, 즉 현재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정에서 오는 불행을 완화하는 진정제로 사용하는 것은 망각보다 더 해롭습니다. 그런 용도라면 과거를 소환하지 않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런 과거는 상상된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서울대학교미술관의 협력 전시인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는 의식주에 녹아있는 우리의 전통, 가치관과 지혜에서 오늘날의 삶과 예술, 더 나아가 문명의 길을 밝힐 영감을 구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현재라는 동굴에서 빛으로 나아오기 위해 과거로부터 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 기관의 일치하는 공명 경험이었기에 가능한 협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흥미진진한 시간 여행을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같은 유서 깊은 기관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며, 귀한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않으신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신연균 이사장님을 비롯한 학예연구원들,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여정에 함께 해주신 참여작가분들께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희 미술관의 학예연구팀과 행정부서의 직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김보민

도시풍경과 역사적 사건, 오래된 사료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 산수화를 제작합니다.

작품에는 종종 다른 시간대의 사건과 풍경이 함께 그려집니다.

여백과 운무는 분리되지 않은 시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김보민은 도시를 거니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제작합니다.

비행기의 둥근 창문 모양의 프레임으로 그려진 작품들 혹은 비행기 창 너머로 보이는 고지도와 같은 형상은 역사적 풍경이자 현대적 도시의 모습입니다.

김보민은 다층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전통과 새로운 맥락으로의 현대사회를 도시 산수화를 통해 담아내고 있습니다.

 

# 섬, # 구름, # 밤

비단위에 채색한 모습이 이채롭네요

 

 

# 개화

 

개인적으로는 김보민 작가를 소개하는 말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 같다

개화의 시대를 거쳐 현대를 맞이한 우리나라의 모습처럼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과 건물, 풍경이 있는 한편으로
새로운 콘크리트 건물들과 아파트들이 들어선 모습들도 공존하는 시대,

거기에 더해 더이상 연결되지 않는 곳은 없다는 듯이 연결되어진 다리와 비행기까지.

맑은 하늘이 있는가 하면, 구름에 가려진 산이 있고, 비가오는 돌담길도 있다.

 

봄날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나무는 꽃을 피우고, 새들은 꽃 주변에 모여 지저귑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평화 속에는 섬뜩한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움, 평화와 대치되는 죽음이라는 매개체는

그렇게 순리의 삶 속에 모순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누런 구렁이 또한 자신만의 순리대로 나무에 올랐겠지만,

각자의 순리들이 모인 그 조합에서마저도 모순적 상황들은 수시로 발생합니다.

꽃을 노리는 새, 새를 노리는 구렁이

평화로운 일상(봄날 ?)이라는 제목과는 너무도 모순되는 상황입니다.

혼돈의 시대

촛불은 영혼을 갉아먹으면서야 어둠을 밝힙니다.


이성자

유화, 목판화 및 도자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성과 대지, 동양과 서양, 지구와 시간, 예술과 우주 등의 주제를 형상화하였습니다. 1960년대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여성과 대지'라는 주제에 담았고, 1970~80년대에는 선과 면이 교차하여 '중복'된 형상과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된 '도시' 이미지를 표현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극지로 가는 길' 연작을 통해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표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과 반원, 선 등 기하학적 요소에 집중하게 되었으며, 한국의 색동에 관심을 두기도 했습니다. 또한 추상 작업을 통해 자연의 모티프를 다루어 왔습니다.


김미라, 양유완, 정유리

은은 향균성이 높고 오래도록 아름답다는 특징이 있어 예로부터 식기류에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삼국시대 때 금 은 동으로 제작된 기물은 신분이 높은 계급만 사용했으며, 조선시대에는 계절에 따라 은기, 유기 그릇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시된 작품은 주병으로, 풍류와 희로애락을 담는 매개체로서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되, 현대에 맞는 술문화를 위해 구현한 공예작품입니다.

조상들이 술 마시는 예를 중요시하여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킨 만큼, 전통적인 형태와 비례, 재료, 기능, 의미 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술 문화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은 주병


권대섭, 김용회, 김일웅, 박성철, 신경균, 심현석, 여병욱, 이강효, 이윤신, 이인진, 정재효, 조창근, 허상욱

다기는 계절과 자연을 벗삼아 차를 즐기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부터 지금까지 우리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차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례는 편안하면서도 예를 갖추어 생각을 나누고 몸과 정신을 다듬고 교감하는 자리에 함께해 왔습니다.

신라와 고려 시대부터 마실 거리였던 차에서 나아가 부처님을 공양하고, 국가 행사에서 축배를 들 때, 조상을 섬길 때 등 의례용으로서 차 한 잔에 정신성을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다기는 다양한 소재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매력을 다양한 쓰임새로 선보이며, 겉모습만이 아니라 현대적 차문화를 대변할 수 있는 재치와 감성을 담아냈습니다.

우리 다기가 지니고 있는 손맛과 안정된 비례는 살리되 생활 속에서 차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재해석의 과정을 거친 작품들입니다.

 

흐음, 어떤 의미의 작품들일까?

비단주머니? 금은보화를 싸맨 보자기?

 


이종상

이종상은 고구려 벽화에 대한 연구부터 화폐용 위인 영정 제작까지 한국의 역사를 아우르며 작품을 제작해 왔습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를 계승하는 취지로 독도를 수십 번이나 오가며 그려온 독도 그림을 통해, 독도문화심기 운동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국미술의 자생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원형상' 시리즈를 제작하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습니다.


백남준

음악, 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예술운동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백남준은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지만, 그의 작품은 인간의 관념과 행위,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에 대한 깊은 탐구를 기반으로 합니다. 달과 토끼와 같은 한국의 민속적인 상징을 즐겨 활용하여 작업한 백남준은 서양의 과학 기술 그리고 문명적 진보와 연계하여 세계화 시대 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 토끼와 달

 

작은 서랍 안에는 하얀 달 위에 앉아 있는 옥토끼가 보입니다.

달이라는 사물에 갇혀있는 옥토끼.

그런데 달 또한 작은 옥색의 서랍안에 갇혀있습니다.

서랍유리 안으로 보이는 달은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고,

달 위에 있는 옥토끼도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됩니다.

특이하게도 미술관 건물 안에는 카페가 없습니다.

대신 건물의 뒷편 외부에 이렇게 옥외 카페가 운영중입니다.

차가운 겨울에는 어렵겠지만, 봄, 가을에 찾는 야외 카페는 제법 여유롭네요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기증에 의해 서울대학교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대기업이 공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중 삼성이 미술계에 미친 공도 상당합니다

그 덕에 이렇게 자유롭게 일반인이 미술품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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