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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 우리가 영웅을 떠나보내는 방법 ; 이제 쉬어도 돼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9. 5. 12.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하늘에서, 땅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히어로들.

영웅들은 우리 머릿속에 그렇게 이미지가 만들어져 새겨져 있다.

우리와는 다른 외모, 능력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고 우리를 구하는 장면들에서 우리는 환호했다

 

이제와서 나한테 희망을 주지마라는 호크아이에게 블랙위도우는 말한다.


미안해 너무 늦게 줘서 (희망을...)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히어로들은 생각지 못한 희망이라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주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들을 붙잡고 있어왔던 것이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제임스 로즈,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타로드, 로켓, 앤트맨, 와스프, 블랙팬서, 워 머신, 드랙스, 발키리, 네뷸라, 페퍼포츠 등 수많은 마블의 히어로들.




그런데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전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른 성격을 지녔다.

여전히 수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고, 그에 맞서는 강력한 악당들이 존재하며, 화려한 CG와 전투장면들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2008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캡틴 마블까지 21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간동안 이름만 들어도 우리를 가슴 설레게 했고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던 1세대 영웅들을 아름답게 보내주고, 2세대 영웅들을 맞이하는 영화라고 할까...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영웅들이 느꼈을 갈등과 고민, 삶이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흔히 우리는 영웅들은 일반적인 우리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멋있는 외모와 능력, 유머, 부유함 등을 보면 그들은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겠지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히어로들이 어떤 고민과 갈등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는 관심을 갖지 않은 체 지금까지 그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히어로로 살면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

히어로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한 동경은 지금까지의 히어로의 삶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세상의 문제를 자신의 등에 지고 있었던 아이언맨이 히어로의 삶이 아닌 토니스타크로서 어린 딸과 아내와 함께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삶을 살고자 하던 모습에서,

과거에서 만난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장면들 속에서 히어로로서 느꼈을 그의 무게감에 우리는 미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캡틴 아메리카는 어떨까?

과거에서 돌아오지 않은 체 일반인으로서 늙어온 모습으로 앉아있는 강변풍경 속에서야 비로서 캡틴은 캡틴이 아닌 자연스러운 한 사람으로서 희망하던 평안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천둥의 신, 토르도 천하무적의 강력이 아닌 맥주를 좋아하는 뚱뚱보 울보의 삶을 살아간다.

여전한 익살스러움 속에 히어로라는 이미지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옆집 아저씨와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우주 여행을 계속하면서...

 

영웅으로서의 힘에 겨운 삶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동화되어 늙어가는 영웅의 모습.

자유롭게 먹고 마시고 놀줄 아는 영웅의 모습.


괜찮아 놓아줘

 

라는 말과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영웅의 모습.

 

최강의 빌런(악당)인 타노스 조차도 자신 스스로가 생각했던 과업을 완수한 후 자신만의 정원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기이하게도 과거로부터 미래로 온 타노스가 지친 몸을 앉아 쉬면서 먼지로 사라지는 마지막 모습에서조차 악당의 죽음에 대한 통쾌함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한 인격체의 고독함 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점은 영웅의 고뇌와 악당의 고뇌가 유일하게 통하는 지점일 것이다.



  

영웅들도 그저 한 명의 인간이었으나 영웅으로서의 삶에 힘들고 괴로워했음을 몰라줬던 우리는 이제 그들의 바램대로 영웅들을 놓아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를 구해줬던 슈퍼 히어로들에게 이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것일 것이다.


우린 괜찮아. 이제 쉬어도 돼


라는 영화의 대사처럼,

영웅들로 인해 행복했던 우리가 이제는 그들의 부담을 없애주는 것!

그것이 1세대 히어로들의 퇴진을 통한 히어로들의 세대교체 속에 1세대 영웅들의 사람짐에 대해 우리가 갖출 수 있는 예우일 것이다.

   

































< 추가 >

마블 영화에는 영화가 끝난 후의 쿠키 영상을 통해 깨알 같은 웃음 코드를 보여주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쿠키 상 대신 엔딩크레딧에 지난 10년동안 활약한 어벤져스 멤버들의 사진과 이름, 사인이 함께 등장해 여운을 더하면서 히어로들의 퇴장에 대한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에서는 이전 영웅들의 퇴진에 대한 예우가 없이 너무도 영웅스럽지 않은 죽음으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