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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한국 의료산업의 틀, MSO가 바꾼다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7. 3. 9.

주식회사처럼 병원에 외부자본 투자 허용
병원 간 네트워크 확산 땐 수요 더 커질 듯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의료법 개정안은 이런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또 개정안의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산업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될 게 분명한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가령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리스 박사가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100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향후 의료산업의 5대 메가 트렌드가 무엇인지 고르도록 한 바에 따르면 아래의 다섯 가지로 나타났다. ▶정보기술이 병원 모습을 혁신시키며 ▶의료 서비스는 의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만성질환 관리 분야가 급격히 성장하며 ▶공보험과 민영 보험 간 연계가 확산되며 ▶다양한 형태의 병.의원 간 네트워크 및 통합의료 시스템이 각 지역 내에서 국가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점이었다.

물론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어색할 정도로 병원의 역사는 100여 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은 1885년 광혜원이었으나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병원으로는 1904년 설립된 세브란스병원이 최초다. 그 후 일제 하에서 서울대학병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병원 등 여러 병원이 설립되었으나 6.25전쟁으로 모든 시설이 파괴됐다. 따라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종합병원은 58년에 설립된 국립의료원이다. 대학병원이 신설되기 시작한 것도 70년대다.



그러나 그 후의 변화 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80년대는 종합병원이 급증했고, 94년에는 삼성서울병원이 출범해 병원계에 친절경쟁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경쟁 격화 및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해 대학병원들이 초대형화되고 있다. 내년까지 수도권에 증축되는 병상 수만 7000병상이 넘는다. 대학병원이 7~8개 이상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규모다. 전국 병원 수도 1300개를 넘었다. 미국의 하버드.펜실베이니아.컬럼비아대 등과 같은 초일류 대학 부설병원들이 한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병원 간 경쟁은 이제까지 신사끼리의 경쟁에서 메가 컴피티션, 즉 죽기 살기 차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도입될 병원지원회사(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제도도 의료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외부 자본이나 병원들이 MSO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병원 경영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와 자본투자에 대한 배당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병원 분야에서는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이나 적자 의료법인의 청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리법인 허용의 차선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MSO인데, 이미 치과나 성형외과 의원에서는 이와 유사한 조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병원과 외부 자본의 참여가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비전속 의사의 타병원 진료가 허용된다면, 즉 서울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제주도의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게 되는 일이 허용되면 병원 간 제휴 및 네트워크는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배를 탄 병원 수가 많아지면 경영지원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것이다.

정부가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서비스, 제약, 의료기기를 의료산업으로 정의하고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의료산업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대학 병원 두 곳을 혁신형 연구 중심병원으로 선정해 4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의료 허브가 될 첨단의료복합단지 도시를 선정하여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의료보험제도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이를 위해 2005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여기 소요되는 재원에 대한 정확한 추계와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이 충분치 못했다. 국민건강보험료도 세금과 같아서 일단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모든 국민은 이에 따라야만 한다. 향후 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동시에 필요 재원을 줄이기 위해 민영 건강보험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공보험 및 민영 보험 간 연계가 확산되고 민영 건강보험도 실제 치료비를 모두 지급하는 실손형으로 변화되면 경쟁력이 있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노령화도 의료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노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노인층은 의료 분야의 가장 큰 고객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환자들의 권리의식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변화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이다.

이처럼 의료산업의 변화는 매우 복합적이고 급속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경영기법은 물론 혁신 마인드와 진취적 기상을 가진 의료 경영자들이 절대로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의료계와 정부의 시스템적 접근이 종합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