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마지막으로 읽어 본 적이 언제였을까?
흥미로운 책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과는 또다른 시의 세계.
예전에 읽었던 시를 다시 보게 되는 느낌도 좋다.
성냥개비 사랑
- 프레베르
고요한 어둠이 깔리는 시간
성냥개비 세 알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붙여본다
하나는
당신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또 하나는
당신의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하나는
당신의 입술을
그 후엔
어둠 속에서
당신을 포옹하며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입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님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그대에게 가고 싶다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이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가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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