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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한 권으로 읽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111선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4. 10. 7.

시를 마지막으로 읽어 본 적이 언제였을까?

흥미로운 책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과는 또다른 시의 세계.

예전에 읽었던 시를 다시 보게 되는 느낌도 좋다.

 

 

성냥개비 사랑

                                     - 프레베르

 

고요한 어둠이 깔리는 시간

성냥개비 세 알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붙여본다

 

하나는

당신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또 하나는

당신의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하나는

당신의 입술을

그 후엔

어둠 속에서

당신을 포옹하며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입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님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그대에게 가고 싶다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이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가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 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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