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지만 매력적이고 명랑한 캐릭터는 없다는 작가.
그렇다. 이 책에는 명랑한 캐릭터는 없다. 명랑해 보이고자 하는 캐릭터는 있지만...
그렇지만 주인공은 확실하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핵전쟁뒤의 1997년 영국
폐허와 혼란속에 군사, 독재 권력이 등장한다.
물론 다른 환경처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한다.
머리-눈-귀-코-입-손가락으로 표현되는 행정권력의 조직체계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디에도 우리가 아는 사법기관이나 입법기관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리더(잃어버린 것의 지도자이자 폐허의 지배자)와 그의 그녀(정보망) 만이 존재할 뿐이다.
거기에는 일절의 반대라는 개념이나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세상은 결코 밝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하기에 그 암울함을 작가는 어두운 잉크색 톤의 화면으로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부자연스러운 컬러색의 등장을 통해,
주어진 규제의 세상과는 어긋나는 또다른 무언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세상은 "눈먼 자들의 세상"에서 표현되었던,
어떠한 세상에서도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세력이 등장하고,
그들과 대립하고, 진정한 자유를 깨우치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되는 장면과 흡사하다.
감옥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감옥인지 모르는 세상, 그 안의 사람들.
바깥의 세상이 있음을 어느 순간에는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편한 사람들.
지금의 규칙이 깨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들.
전체주의 정부를 전복시켜 혁명을 이루려고 하는 미스터리한 무정부주의자 "브이"
과거의 우리나라, 현재의 우리나라, 미래의 우리나라.
과거의 세계, 현재의 시계, 미래의 세계
언제나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들...
역사는 돌고 돈다.
전체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
"넌 감옥에 있어. 넌 감옥에서 태어났어. 넌 감옥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그 바깥에 다른 세상이 잇따는 것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어. 그건 네가 겁을 내고 있기 때문이야. 자유가 네게 다가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겁을 내는 거야."
"무법이란 '무질서'가 아니라 '리더가 없다'는 뜻이야. 무법과 함께 질서의 시대가 온다. 진실한 질서는 자발적인 질서를 말해. 광기와 모순의 혼돈 주기가 끝나고 나면 질서의 시대가 시작된다. 이것은 무법이 아니야. 혼돈일 뿐."
"과학만 있으면 아이디어의 성장을 돕는 이론과 형태의 씨앗을 낳을 수 있고, 실행이라는 밭에서 그 싹을 틔울 수 있어. 하지만 우리가 정원사로서 조심해야 할 게 있어. 어떤 것들은 파멸의 씨앗이거든.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피는 꽃들이 가장 위험한 법이지."
"무정부체제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하나는 창조자의 얼굴이고, 또 하나는 파괴자의 얼굴이야. 그렇기 때문에 파괴자는 제국을 붕괴시키고 그 잔해 위에 깨끗한 캔버스를 만들어 창조자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사람들은 사회의 잔해 속에 서 있어요. 그들 모두보다 더 오래 존재할 감옥에 서 있어요. 문은 열려 있죠. 나올 수 있어요. 아니면 서로 싸워 새로운 노예의 신세가 될 수도 있겠죠. 선택권은 그들에게 있죠. 늘 그렇듯이 그래야만 하고요. 난 그들을 이끌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난 그들이 다시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거에요. 그들이 창조하도록 돕고 그들이 서로 죽이지 않도록 도울 거에요. 살인자들의 시대는 이제 갔어요. 더 나은 우리 세상에 그들이 있을 곳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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