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환자 유치' 정부 뜻대로 성공할까 | |
전문가들 "의료사고·언어소통 등 기본적 인프라 구축 시급" | |
국가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동력산업인가? 아니면 허울뿐인 장밋빛 청사진인가? 해외환자 유인·알선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의료관광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들은 이미 내부적인 준비에 들어간 상태며 전국적으로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 열풍이 달아올랐다. 의료수가에 묶여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계에 해외환자 유치는 소위 '노다지 시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병원계는 지난 2007년 출범한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홍보·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언어소통을 비롯해 의료사고, 가격 경쟁력 등은 병원계의 고민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해외환자 유치가 단비를 내려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섣부른 기대감보다 내실을 다질 때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관광 시대를 맞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해외환자 유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의료공급자인 의료기관의 내부적인 준비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지적한다. 높은 치료기술을 자랑하는 선진국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동남아국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실 있는 국가군을 정해 타깃 마케팅을 진행하고 해외환자와 교감하는 언어 문제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뇌관으로 지목되온 의료사고 대비책 마련도 주문했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안 시행령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촉구했다.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국내 의료기관은 정확한 고객층 확보와 타깃 마케팅을 전개하고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선진국과 동남아국가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치열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효 교수는 "먼저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에서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현재 여건상 '빅5 병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소통 문제와 환자를 완벽히 케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 창출 측면에서 중증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보험 환자를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해외환자 유치는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국부 창출의 기회"라며 "국내 대형병원들이 최신 의료기기와 치료기술을 확보한 만큼 이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소 이용균 연구실장은 "해외환자 유치가 의료기관 등 의료계에 희망적이지만, 해외에 국내 의료기관의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의료기술과 의료사고, 가격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의료서비스를 중증과 경증질환 중 어느 분야에 집중할지 결정하지 않았고, 규제 장벽도 완벽히 해소되지 않아 애매모호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료기관은 우선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한다. 홍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와 교감하는 완벽한 의사소통, JCI 같은 인증제도 활성화도 거론됐다.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해외환자 유치한다고 말은 많아도 실체가 없다. JCI 등 내세울 만한 인증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의사소통 또한 단순히 치료 경과를 묻는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국제 인증제도가 정착되면 일정 부문 해결될"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의료관광 인프라 여건상 치료 후 인접 국가에서 관광을 겸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외국과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박형근 교수는 "사실 한국 병원계가 의료관광에 적합한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의료관광 환자 대부분이 모국의 높은 의료비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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