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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빅5 병원’ 대혈전 돌입…‘지존은 하나’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8. 10. 7.
‘빅5’ 대혈전 돌입…‘지존은 하나’
‘제2차 대전’ 강남 대형병원
강남 지역 병원들의 '몸집 불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초 650병상 규모의 국내 최대 암센터를 오픈한 삼성서울병원.
서울의 서초 송파 강남 등 ‘강남 3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의료 서비스의 1번지다. 종합병원들만 봐도 그렇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기업 계열 초대형 병원이 이 지역에 있다. 또 강남성모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등 전통의 터줏대감들 역시 건재하다. 특히 이른바 ‘빅5’ 중 유일하게 강남 지역에 진출하지 않았던 서울대병원이 몇 해 전 역삼역 인근 강남파이낸스센터에 대규모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함에 따라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병원들이 모두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 초 두산그룹 인수 후 급부상하고 있는 중앙대병원도 ‘범강남권’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유명 의료인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등 공격적 움직임을 보이는 건국대병원 역시 강남 지역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서울 강남 지역은 지역민들의 생활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을 뿐더러 지방 환자들의 접근성이 좋아 대형 병원의 입지로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강남 지역의 대형 병원들이지만 경쟁은 최근 몇 해간 소강상태를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단일 병원으론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아산병원이나 의료 업계에 ‘서비스’ 바람을 불러일으킨 삼성서울병원의 위세에 타 병원들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각 병원들이 대규모 리노베이션 및 새 병동 건립과 각 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환자 중심 진료 시스템 도입, 순혈주의를 넘어서는 활발한 인재 영입을 단행하며 상황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도약 준비 완료’

내년 봄 새 병동을 완공하고 그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강남성모병원은 잠시 ‘휴전 중’이었던 강남 지역 대형 병원의 역학 관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새 병동 명칭을 서울성모병원으로 하는 등 의료원 전체의 시스템도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는 70년의 역사와 교수진이 1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의료 교육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명동병원의 ‘적통’ 여의도성모병원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료 수요가 많은 강남 중심으로 의료원의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물리며 의료원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이 최근 합의점을 찾음에 따라 화려한 재도약이 점쳐지고 있는 것.

이 같은 재도약의 핵심에는 내년 4월 말 개원할 ‘서울성모병원’이 있다. 강남성모병원과 맞붙어 있는 서울성모병원은 지상 22층 지하 6층, 연면적 19만㎡, 1200병상 규모를 자랑한다. 또 암, 조혈모세포이식, 장기이식, 여성암, 심혈관, 안센터 등 6개 센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중심의 원스톱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우 가톨릭의료원 홍보팀장은 “기존 강남성모병원의 850병상과 개원하는 서울성모병원의 1200병상이 합해지면 2000병상을 넘어서는 ‘초대형 병원’이 탄생할 것”이라며 “특히 전국 8개 산하 병원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의 핵심 의료진 중 일부가 서울성모병원으로 각각 파견됨에 따라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백혈병 치료 노하우를 갖춘 여의도성모병원의 의료진이 서울성모병원의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이끌게 돼 이 분야의 국제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다.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역시 올해 1월 단지 내에 대규모의 ‘삼성암센터’를 개원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세웠다. 삼성암센터는 11만㎡의 암 환자 전용 건물에 652병상 규모를 갖춰 예전 최대였던 국립암센터(7만3720㎡·500병상)를 능가했다. 또 일본국립암센터의 600병상을 앞질러 아시아권에서도 규모와 치료 수준에서 정상급이다.

지하 8층,지상 11층의 최첨단 인텔리전트 건물에 들어선 삼성암센터는 미국 텍사스의 MD앤더슨암센터처럼 암과 관련해 예방·치료·교육·연구 등을 통합 관리하는 포괄적 암 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막강한 치료 인프라를 이용해 하루 평균 2250여 명의 외래 암 환자와 650여 명의 입원 환자가 암 전문 치료를 받는다.

특히 당일 협진 시스템과 원스톱 서비스의 구축으로 암 치료의 고질적 문제였던 수술 환자 적체와 치료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국내 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진료에서 수술에 이르기까지 길게는 6개월이 걸린다”며 “삼성암센터는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이를 1~2주 내로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그간 국내 의료 서비스의 질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각 병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친절’이나 ‘스피드’ 등의 키워드들이 삼성서울병원의 노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브랜드 파워는 삼성서울병원의 빠른 성장에 큰 힘이 돼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병원의 위상에 비해 연구 기능이 취약하고 또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생명과학연구소, 성균관대연구소, 인성의과학연구재단 등 ‘삼성’ 브랜드의 병원 및 의료 연구 기관들 중 삼성서울병원 외에는 별다른 시너지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1일부터 6개 기관을 통합 조정하는 삼성의료원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물론 그동안 삼성의료원의 존재는 있었지만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오면서 유명무실한 기관이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대성공을 이끈 이종철 원장이 의료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실권 기관으로 거듭났다. 즉, 삼성 의료 기관들의 ‘구조본’이 탄생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각 기관들의 전문화가 강화될 예정”이라며 “특히 생명공학 벤처 기업, 의료경영지원회사(MSO), 의료 정보업, 건강 증진 및 관리 조직 등의 신규 조직 설립 등 병원의 수익원 다각화가 이 조직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며 장기적으로는 메이요클리닉이 있는 미국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처럼 삼성서울병원 중심의 지역 의료 클러스터 조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진행 중인 서관 리모델링이 끝나면 규모가 2700병상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번 리모델링에서 주목할 점은 단지 ‘규모’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 2200병상 규모에서 500병상 정도가 늘어나긴 하지만 이전까지는 각 병실에 6개 병상씩 놓여 있었으나 리모델링 후 5개 병상씩으로 조정해 환자 개개인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앙대병원 ‘다크호스’ 떠올라

강남 지역 최초의 종합 병원 중 하나인 영동세브란스병원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옛 명성을 찾는데 힘쓰고 있다. 특히 공간 재배치와 센터 중심의 운영으로 진료의 스피드를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강남의 ‘프리미엄’을 살릴 수 있는 입지와 민첩함을 유지할 수 있는 병원 규모의 이점을 살려 해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편 ‘범강남권’으로 지목되는 중앙대병원 역시 의료계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이 병원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장 시절 병원의 혁신을 이끌었던 의사 출신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이 중앙대병원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의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앙대병원이 20년 넘게 뒤처져 있다가 흑석동병원을 개원하며 4년째 흑자를 내는 등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암센터 신축과 3차 진료 기관으로의 승격 등 굵직한 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외부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