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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병원 내실 다지기 ‘각축’…첨단화 가속페달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8. 10. 7.
내실 다지기 ‘각축’…첨단화 가속페달
‘맹주’ 경쟁 뜨거운 강북 대형 병원
건국대병원은 우수 의료진 영입과 첨단 장비를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중동.’
서울 강북 지역의 대형 병원들의 최근 동향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강남과 수도권의 신도시 지역을 시발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덩치’ 경쟁은 강북 지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세브란스병원과 건국대병원이 새 단장 후 개원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하지만 속사정은 겉모양과 다르다. 내실 키우기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우수 의료진을 확보하는데 두 팔을 다 걷어붙였고 첨단 시설을 도입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각종 질환에 특화된 센터도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강북 지역 시장에서 무모하게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다져 지역 거점 유지는 물론 글로벌 병원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먼저 우수 의료진 영입 경쟁이 눈길을 끈다. 의료 서비스 역량의 핵심 중 핵심은 역시 의료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병원은 2005년 개원한 건국대병원이다. 2015년까지 빅5에 입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방암 권위자인 백남선 전 원자력병원장, 흉부외과의 송명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우수 의료진 영입 ‘전쟁’

건국대병원은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내부 인력 양성에도 공을 들였다. 개원 전에 20여 명의 젊은 의료진을 재단 비용으로 해외 연수를 보내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개원 후 10일 만에 간이식 수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고려대병원도 적극적이다. 필립 박 전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오동주 고려대의료원장도 “미주 방문을 통해 이름 있는 석학들을 모셔 한국 최고의 센터를 만들 예정”이라며 “현재대로 가면 고려대병원은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글로벌 연구 역량을 갖춘 해외의 저명한 한국인 연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의료진만 우수하다고 좋은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 장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강북의 대형 병원들은 고가의 첨단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이나 건국대병원 등은 비교적 최근에 개원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이나 의료영상저장통신시스템인 PACS 등 디지털 병원을 위한 정보기술(IT) 인프라는 기본일 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첨단 의료 장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수술 로봇 ‘다빈치’가 일반화됐을 정도로 첨단 장비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 로봇 수술을 최초로 도입한 병원으로 유명하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수술 장비인 ‘다빈치’의 제조사인 미국의 인튜니트서지컬사가 이 병원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로봇 수술 교육 센터를 설립한 것에서도 로봇 수술과 관련한 이 병원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해 국제 의료 기관 평가 인증인 JCI를 국내 최초로 획득해 국제적 수준의 병원임을 인정받아 화제가 됐다.

서울대병원도 첨단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이어서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첨단 시설 도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평이다. 뇌의 지도를 그려내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MEG,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도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장비인 ‘감마나이프’의 최신 모델 등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환자 유치 ‘너도나도’

질환별 전문 클리닉이나 전문 병원을 오픈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암센터와 재활병원, 심장혈관병원 등 전문 병원과 소화기병센터 등 7개의 센터, 15개의 암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암 전문 병원의 기공식을 가졌다. 지상 11층 400병상 규모인 이 병원은 2011년 개원할 계획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어린이병원인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리모델링에 착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암센터의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공사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에 준공할 신축 암센터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암 환자를 위한 외래 전용 시설이다. 이를 통해 대기 중인 암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병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감마나이프센터, 파킨슨센터, MEG센터 등 첨단 의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국내 유일의 류마티스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류마티스에 관한 한 ‘4차 병원’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엔 노인성질환센터도 열었다. 류마티스병원을 중심으로 축적한 노인성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려대병원은 첨단의학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 10층, 지하 3층에 400병상 규모다. 이 시설에 특화된 각종 센터와 연구 시설, 외래 진료 시설 등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특히 단순한 의료 시설을 넘어 문화와 여가 활용 시설로 꾸민다는 계획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2009년 착공해 2012년 완공할 계획이다. JCI 인증 획득을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열성이다. 과거의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친절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외부의 친절 서비스 강사를 초빙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은 기본적이다. 한양대병원은 내부에 ‘한양서비스아카데미’라는 별도의 서비스 교육 조직을 운영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고객서비스혁신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전 교직원에 강도 높은 고객 만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대학병원들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해외 환자 유치 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현재의 의료 수가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해외 환자 유치를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의료비가 국내에 비해 7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홍보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최근 국제의료협의회(회장 안유헌 한양대병원장)의 해외환자유치단을 미국에 파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병원도 여럿이다. 서울대병원은 몽골에 별도의 사무실을 설치한 상태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고려대병원도 오동주 원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교민과 교우들을 상대로 홍보를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한 전문적인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병원도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등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