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전문 병원 변신 ‘박차’…의료 관광 ‘앞장’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8. 10. 7.

전문 병원 변신 ‘박차’…의료 관광 ‘앞장’
중견 병원 ‘우리도 뛴다’


매머드급 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들의 치열한 신·증축 경쟁은 중견 병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0병상 안팎의 규모를 갖춘 중소형 병원 중 상당수는 이미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자본력에서 열세인 중견 병원들의 돌파구는 바로 ‘전문화’와 ‘특화’다.

김일출 한국의료산업연구소 소장은 “중소형 병원은 대형 종합병원이 못하는 것을 찾아 전문화, 집중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형 병원에서는 오래 걸리지만 중소형 병원에서는 빠르게 진료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대형 병원보다 전문 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문적 치료(42%), 진단의 정확성(22%), 시간 단축(13%), 전문 의료진(9%)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전문 병원제 전면 시행

정부도 전문 병원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5년부터 전문병원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정형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외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등 6 개 진료 과목과 뇌혈관질환 알코올질환 화상질환 심장질환 등 4개 질환별로 37개 전문 병원을 2차 시범 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2010년부터 전문병원제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박창규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제도과 사무관은 “중소형 병원은 전문화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전문 병원에 건강보험 의료 수가에 가산율을 인정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과 특화된 경쟁력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전문 병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공룡 병원’들에 맞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고 있다. 척추 질환 치료로 유명한 우리들병원은 이러한 최근의 흐름을 대표하는 선두주자 중 하나다.

우리들병원은 1982년 이상호 신경외과의원으로 시작해 척추 디스크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치료, 연구해 온 전문 병원이다. 현재 서울 김포공항과 청담동, 부산 온천과 동래, 대구 등 5곳에 병원을 두고 있으며 첨단 디지털 수술실과 비수술 치료 및 시술 후 재활을 위한 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상하이와 제주도 리조트 내에도 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척추 질환 치료의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종합 전문 병원을 표방한다. 가능하면 약을 쓰거나 메스로 절개하지 않고 원래의 정상 조직을 적게 파괴하는 최소 침습 수술 철학을 바탕으로 120여 명의 전문의와 1200여 명의 직원이 특정 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내시경 레이저를 이용한 디스크 수술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고, 최소 침습 척추 수술은 목과 등, 허리 디스크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우리들병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국제 의료 관광이다. 우리들병원의 전문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척추 질환을 치료 받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들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47개국 751명에 달했다. 미국이 276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캐나다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우리들병원만의 수술법이 따로 있어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2005년부터 청담동 우리들병원에 ‘우리들국제환자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은 최근 미국 의료관광협회(MTA)가 부여하는 ‘세계 최고의 국제병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 질환 분야에서는 미즈메디병원이 앞서가고 있다. 미즈메디병원은 강남·강서 두 병원 합해 하루 1800여 명의 외래 환자가 방문하며 연간 4500여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여성 질환 수술 건수도 2만여 건에 달한다. 두 병원을 합쳐 100병상 규모지만 근무하는 전문의가 80여 명에 달한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불임 의료 서비스 분야 ISO-9001 인증을 받았으며 불임 부부 지원 사업 지정 병원(2006년), 제왕절개율 낮은 의료기관(2006, 2007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 우수의료기관(2007년)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신생아 출생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미즈메디병원은 월 300여 건의 분만 건수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산과와 부인과, 불임 등 주력 분야가 다각화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 3월 인터넷 기반의 ‘미즈메디 콜센터’를 오픈했으며 내년에는 ‘미즈메디 케어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내년 신축되는 케어센터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타깃으로 한 국가건강검진센터와 유방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또한 ‘여성 전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성형 분야에도 진출해 조만간 ‘코스메틱 센터’도 오픈할 예정이다. ‘여성’을 테마로 수익성 있는 연관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장 항문 전문 병원 시대를 연 송도병원은 이를 발판으로 인구 노령화에 대비한 건강관리 병원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송도병원은 30여 명의 전문의가 9개의 세분화된 전문 클리닉에서 진료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항문 질환 클리닉과 여성 전문 클리닉, 소화기내시경 클리닉, 염증성 장질환 클리닉, 과민성 장질환 클리닉, 대장암 클리닉, 복강경 클리닉, 탈장 클리닉 등이다. 송도병원은 1988년 마이크로웨이브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데 이어 1994년에는 이보다 간편하고 통증이 없는 양극전기 온열요법을 역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현재 송도병원은 서울 신당동 본원을 비롯해 강서송도병원, 하남송도병원 등을 두고 있으며 건강검진 전문 병원인 양평 웰파크병원과 휴양 병원인 강원도 인제 정은병원도 운영하고 있다. 송도세포연구소에서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체세포 대량 복제 시스템을 갖추고 연구 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한 송도병원은 국내 최대의 도심형 실버타운인 서울시니어스타워의 모체이기도 하다. 송도병원 월파크 건강관리센터는 시니어스타원의 건강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 이후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김안과병원은 안과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다. 규모에서도 대형 병원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 병원 홍보팀 이계제 실장은 “전문의 숫자나 외래 진료 환자 수, 수술 건수 등 모든 기준에서 세브란스병원이나 서울삼성병원도 김안과병원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김안과병원의 외래 환자는 30만 명가량으로 2위 병원을 2배 이상 앞질렀다. 김안과병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안과 전문 병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전문화와 서비스 질 향상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송도병원은 인구 노령화에 대비한 겅간관리 병원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세계 최초 망막 병원 문 열어

김안과병원이 200억 원을 투자해 지난 8월 말 세계 최초로 망막 전문 병원을 개원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80병상 규모인 망막 병원은 서울 영등포에 있는 김안과병원 내에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망막 전문의만 13명에 달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성인병 증가와 서구식 생활 습관으로 인해 망막 질환의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김안과병원은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망막센터를 특화해 국내 망막 질환 연구 및 치료의 전문화 시대를 열었으며 현재까지 국내 망막 수술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