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모시기 대작전’…건국대병원 ‘두각’

‘모시기 대작전’…건국대병원 ‘두각’

명의 스카우트 전쟁 불붙었다

병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력 있는 의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파격적인 대우는 물론 국내외를 막론하고 추진되고 있다. 결국 의사는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며 명의의 영입은 환자 수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최신식 의료 기기는 언제든 사들일 수 있지만 명의를 스카우트하는 것은 병원 내·외부의 역학 관계와 발전 전략은 물론 본인의 의중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돈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특히 한 병원이 이름 있는 명의를 데려오는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단연 건국대병원이다. 2005년 새 병원을 개원한 후 잇달아 거물급 의료진을 영입해 왔다. 2015년까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건국대병원이 영입한 거물급 의료진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송명근 교수다. 인기 드라마 ‘뉴하트’의 주인공 중 하나가 그를 모델로 했을 정도로 송 교수는 심장 수술에 관한 한 국내 최초 또는 최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최고의 명의로 손꼽힌다. 이를 감안해 건국대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송 교수의 이름을 따서 ‘송명근심혈관외과클리닉’을 지난해 10월 1일 개설했다. 그만큼 송 교수는 병원장에 준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미 캘리포니아대 루이스 J 이그나로 교수를 석학교수로, 홍승길 고려대 전 의무부총장을 의무부총장보로 영입했다. 루이스 교수는 1998년 심장 혈관 시스템 내 신호 전달 분자인 산화질소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산화질소는 남성의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비아그라’ 발명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홍승길 교수는 200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재임하며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과 강남 진출, 구로병원 신축 등 고려대의료원의 도약을 이끌어낸 인사다. 또 이번 달 들어서는 원자력병원장을 지낸 백남선 교수를 스카우트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백 교수는 1982년부터 최근까지 27년간 원자력병원에 근무하면서 외과 과장과 병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6년 국내 최초로 유방 보존 수술을 실시해 주목을 받았다. 지금도 대한임상암예방학회 회장 등 학계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고대·가톨릭대 등도 ‘활발’ 고려대의료원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의료원은 최근까지 국립암센터에서 유방암센터장과 암예방검진센터장을 맡아 온 이은숙 박사를 영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를 역임한 필립 박 교수에 이어 두 번째다. 의료원 차원에서 유방암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신호탄이다. 이 교수는 1986년 고려대 의대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을 마치고 노스웨스턴대학 암센터에서 2년 동안 연수했다. 유방 최소 절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안암병원에 유방암성형클리닉 개설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 고대 측의 복안이다. 지난 2월 부임한 필립 박 교수는 하버드 의대와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안암병원 외국인 진료센터에서 국내외 거주 외국인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있다. 가톨릭대도 스타 교수 영입에 열을 올리고있다. 실제로 종양학과 혈액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전후근 미국 뉴욕의대 교수 영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측은 전 교수에게 새 병원 암센터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심장초음파 분야의 권위자이자 재미 의학자인 미국 메이요클리닉 순환기내과 오재건 교수를 심장혈관센터 공동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메이요클리닉이 현직 교수를 자국 이외의 의료 기관에 장기간 파견한 것은 병원 건립 120년 역사상 처음이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