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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병원 네트워크화·전문화…‘신경영 접목’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8. 10. 7.
네트워크화·전문화…‘신경영 접목’
돌파구 찾는 의원급 로컬 병원
'전문화'는 로컬 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예송이빈후과 음성전문센터 상담 모습.
“하루가 다르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점점 종합병원으로 몰리고 있으며 전문화된 중견 병원들도 대형화되면서 자본이 부족한 개업의들의 상황이 점점 힘들어진다. 특히 올해는 불황의 여파로 방학이나 휴가 ‘특수’도 실종돼 정말 어렵다.” 한 강남 지역 성형외과 의사는 의원급 ‘로컬 병원’들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경쟁력이 없다면 ‘의사’라는 타이틀 하나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로컬 병원들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방법은 ‘네트워크화’ ‘전문화’ ‘외국인 환자 유치’ 등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외국인 환자 유치도 ‘관심’

이 가운데 몇 년 전쯤부터 로컬 병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네트워크화는 ‘메가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9월 현재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 등록된 브랜드는 모두 48개에 달한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병원까지 합치면 개별 병원 기준으로 1000여 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해관계가 맞는 몇몇 의사들이 공동 개원 형태로 설립해 회원사를 하나씩 불려나가는 프랜차이즈 형태가 초기 모델이라면 현재는 중견급 병원이 지분을 100% 소유하는 지사 형태로 직접 네트워크화하거나 수익성과는 별도로 특정 의학 이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화하는 형태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70여 개의 대규모 체인망을 자랑하는 예치과의 경우 주로 프랜차이즈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은 분원 형태의 네트워크화만 추진하고 로덴치과 네트워크는 본원의 아카데미를 거쳐 특정 교합 이론을 배운 개원의들만이 가입할 수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 병원이 로컬 병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까닭은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의료 기기 등을 공동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춘다거나 공동 홍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네트워크 병원 체인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의료 기술이나 기기를 활용할 수 있으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가입을 원하는 개업의들이 많아지는 것.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 ment Service Organization)의 활성화도 네트워크화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다. MSO는 병원의 직접적인 진료 행위 외에 의료 장비 구매, 인력 관리, 진료비 청구, 경영 컨설팅, 마케팅 등 병원 경연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사항들이 주된 업무지만 병원들이 MSO를 통해 관광 보험 의약품 의료 산업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그간 희망해 왔던 ‘병원의 수익 사업’을 가능케 해준다. 즉, 네트워크 병원들이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MSO를 거친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물론 네트워크 병원이 만능은 아니다. 네트워크에 가입하거나 네트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가입비를 내거나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가입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가입비 외에도 매달 수익의 10~15% 정도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원의가 한 달에 1000만 원을 번다고 하더라도 매달 100만 원씩 꼬박꼬박 로열티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급격히 확장돼 가던 네트워크 병원 수가 올 들어 정체 상태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상별 진료 과목별로 전문성을 강조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로컬 병원들의 큰 흐름이다. 특히 그동안 있어 왔던 전문화 경향을 넘어서 이제는 ‘세분화’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강남구 신사동의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는 국내 최초의 목소리 관리 및 치료 전문 센터다. 병원 관계자는 “아시아 최초로 레이저성대수술기(PDL)와 초고속후두촬영기를 도입해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 치료 장비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 2005년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의 주연 배우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를 돌봐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또 강남구 논현동의 서울수면센터는 이름 그대로 수면 관련 질환에 특화된 병원이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협진을 통해 코골이 수면장애 불면증 기면증 등 다양한 ‘잠’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웬만한 개업의는 이미 마케팅 전문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로컬 병원의 원장들은 이미 전문 최고경영자(CEO)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서울대 고려대 등의 MBA(경영학석사)에 진학하는 병원장들이 크게 늘고 있어요. 물론 각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공부하는 병원장들은 부지기수죠. 이들의 마케팅이나 경영에 관한 지식은 저희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병·의원 전문 홍보 회사인 닥터PR의 송경남 대표는 최근 개원의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기업들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병원들 사이에서 이뤄지며 화제가 됐다. 바로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한 BK동양성형외과가 그 주인공이다. 규모 1, 2위를 다투던 이들 간의 통합으로 현재 이 병원은 20여 명의 전문 의료진과 100여 명의 직원, 국내외 5개의 지점을 갖춰 성형외과 단일 규모로는 최대의 몸집을 자랑한다.

이 병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 환자 유치에 대한 노력이다. ‘해외 환자 유치’는 이미 로컬 병원은 물론 초대형 3차 의료 기관들까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부 역시 올 초 3월 보건의료산업을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료와 관광을 결합한 ‘메디컬 투어’를 전략적 의료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BK동양성형외과를 방문하는 해외 환자는 한 달에 30~40명, 1년이면 400~500명 선이다. 이 밖에 의사 교육으로도 외화 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는데, 한 해 BK동양성형외과를 방문해 강의를 듣고 라이브서저리(Live Surgery)로 수술을 배우는 해외 의사들의 수만 해도 200~300명으로 지금까지 600~700명이 이 병원을 찾았다.

특히 중국에는 2개의 병원을 직영하고 있으며 2개의 협력병원에 의료진이 2주에 한 번 직접 방문해 수술하고 있고, 현재 2명의 BK동양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중국 병원에 상주해 진료하고 있다. 이 병원의 홍성범 원장은 올해 초 한국 최초 중국 난징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현재 강의와 진료를 겸하고 있다.

적은 자본으로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숍인숍(shop in shop: 가게 내 재임대)’ 개념을 활용한 병원들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병원 한쪽에는 피부 관리를 위한 ‘에스테틱(aesthetics: 전신 피부 관리 숍)’이 입점해 있는 식이다. 마사지 등 비의료 행위는 에스테틱이 담당하고 고가 레이저 치료 등은 피부과 의사가 담당하면서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숍인숍 개념은 더 발전돼 중견 병원 내에 네트워크 병원의 지점이 들어서는 ‘숍인숍 병원’까지 등장했다. 윤호병원 내 들어선 민이비인후과가 대표적 사례다.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