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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었는데 하게 된/의료관련

병원 호텔·화장품·골프장 등…‘짭짤하네’

by 심심한 똘이장군 2008. 10. 7.
호텔·화장품·골프장 등…‘짭짤하네’
수익사업 다각화 나선다
호텔이나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송도병원이 인수한 오색그린야드호텔.
국내 전문 병원들이 우수한 의료진과 특화된 경쟁력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매머드급 병상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공룡 병원’에도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규모에서 승기를 잡을 수 없다면 전문화와 틈새를 노려라.” 이들 병원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전문 병원들이 ‘짭짤한’ 수익 사업으로 시선을 옮겨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도 들어맞았다. “병원마저 돈벌이에 나서면 어쩌나”라는 지적은 어느새 ‘케케묵은’ 소리가 됐다. 전문 병원, 중소형 병원들의 사업 다각화는 마치 붐처럼 확산되고 있다.

병원 연계해 틈새 시장 뚫어

우선 대장 항문 전문 병원의 ‘대명사’인 송도병원은 최근 오색그린야드호텔을 인수, 오픈했다. 동시에 이곳에 인접해 있는 인제정은병원 오픈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휴양 개념이 가미된 인제병원 역시 모두 시니어스타워와 연계돼 입주자들이 원할 경우 각 지역 거점 병원에서 요양이나 휴양 등을 즐길 수 있도록 구상됐다.

이미 송도병원은 국내 최초로 도심형 실버타운을 설립하면서 병원계에서는 획기적인 일을 벌였다. 1998년 100가구 규모의 도심형 실버타운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강서구 가양동에 4번째 실버타운인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를 열었다. 이 실버타운은 ‘청와대 민원도 통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들어가기 힘든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입주를 위해서는 신청 후 3, 4년은 기다려야 한다.

이종균 송도병원 이사장은 “향후 제주에는 건강검진센터와 휴양 시설이 있는 제주국제노인휴양 관광 타운을, 전북 고창에는 ‘테마휴양 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송도병원이라는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전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전문 병원들이 경영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도 틈새와 전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면서 아직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 적절하게 대처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들병원은 이미 선발 주자로 나선 지 오래다. 척추 디스크 전문 병원으로 잘 알려진 우리들병원은 계열사인 우리들웰니스리조트를 통해 제주 서귀포시에 병원과 골프장을 겸한 ‘메디컬 골프 리조트’를 조성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상효동 일대에 122만2850㎡(옛 37만 평) 규모로 설립되는 우리들웰니스리조트는 무려 18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털 헬스 케어 프로젝트다. 병원, 골프장, 콘도미니엄, 문화 공간(공연장, 갤러리)이 들어선다. 이 회사는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18홀 골프장과 메디컬센터 등을 선보이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들병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척추 디스크 전문 병원으로 인지도를 쌓으며 몇 해 전에는 수도약품을 인수한 후 무려 17개의 계열사를 갖춘 거대 그룹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수도약품은 회사명을 ‘우리들생명과학’으로 변경하고 ‘우리들재단 패밀리’로 편입됐다. 수도약품 측은 “기존의 중소 제약사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탈피해 종합 의료 전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2014년 매출 2000억 원의 상위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회사명을 바꿨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은 골프장 건설 및 운영의 여세를 몰아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했다. ‘골든 팰리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종합병원과 명문 골프클럽이 운영하는 본격 유료 노인 복지 주택으로 입주자들은 24시간 메디컬 케어 시스템을 받게 된다. 현재 세란병원이 운영 중인 크리스탈 밸리 CC, 크리스탈 카운티 CC 이용 시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란병원 홍광표 원장은 “골든 팰리스는 국내 최초로 종합병원과 크리스탈밸리 컨트리클럽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인 만큼 최상의 의료 서비스는 물론 유비쿼터스 주거 환경, 다양한 문화, 예술, 레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란병원과 실버타운, 그리고 골프장을 연계하는 ‘삼각편대 노인 보양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화상 전문 병원으로 입지를 다진 베스티안병원도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사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 경쟁력 차원에서 화상 치료와 관련한 부가 사업에 눈을 돌려 수익성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이미 2002년부터 김경식 이사장은 “화상 환자를 위한 맞춤 화장품 사업 추진을 위해 수년 전부터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은 베스티안 ‘스킨&스카’ 클리닉을 선보이면서 실현됐다. 베스티안병원 관계자는 “화상 환자의 보다 빠른 피부 정상화와 노출 부위의 일그러짐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무려 월평균 800여 명의 환자를 케어하면서 화상 전문 병원으로서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세계 최고의 성형그룹’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슈퍼 성형외과’로 탄생한 BK동양성형외과 역시 기초 화장품 생산, 바이오 벤처 설립 등 사업 다각화 계획도 갖고 있다. 동국대 일산병원도 일산에 실버타운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ade in 병원’, 안정된 수익 구조 창출

일련의 이 같은 전문 병원, 중소형 병원들의 행보는 병원 진료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된 수익 구조를 창출한다는 데 공통분모가 있다. 현실적으로 수가 인상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스스로 ‘해법 찾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녹아 있다.

베스티안병원 손태식 이사는 “의료 환경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몸집 불리기에 나선 대형 병원들을 제외하고 중소형 병원들은 이제 스스로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환자 유치 경쟁에서 밀려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중소병원들의 ‘행진’이 의료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의 여파가 병원에도 예외없이 미쳐 지난해 중소 병원의 8%가 폐업 신고를 해 최근 3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 병원과 중소형 병원들의 움직임과 관련, 우리들병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도 수익 창출에 대한 일정 부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느냐”면서 “우리들병원 역시 20여 개에 이르는 계열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병원들의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의료, 건강, 토털 케어 등 유사한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측면도 있다. 게다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수월하다. 양질의 진료 수준, 최적의 환경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필수 전제 조건이 돼 버렸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수익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베스티안병원 손태식 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전문 병원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못 박았다.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대처하고 매머드급 병원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들 병원의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어떠한 흐름으로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숙경·데일리메디 기자 jsk6931@daily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