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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검은 옷의 수도사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2. 19.

안똔체홉학회 10년, 체홉서거 120년을 기념하는 2024년도의 안똔체홉 8대 장막전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

안똔체홉의 장막을 봐야한다는 누군가의 추천에 따라 작년에 구입한 오렌지365카드 구입의 본래목적이 이제서야 달성되는 듯한 ^^

오늘은 또 어떤 느낌일런지...

내가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

대본이나 평을 사전에 접하지 않고 보는 습관상,

오늘 공연 속 전개들에 대한 궁금증.

작품의 진행상 필요성 때문인지? 아니면 지하1층 극장의 공연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공연은 지하에 위치한 안똑체홉극장이 아니라 1층에 있는 애플스튜디오에서 진행되네요.

극장 좌석은 아무래도 지하1층 공연장에 비해서는 관객석이나 공연환경이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수도사의 신비로운 등장을 위한 안개 등의 표현을 위해서는 적절해 보였지만,

반대로 무대의 배경이 되는 문쪽 밖의 상황(차량이동, 소음) 들이 보여짐에 따라, 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불안요소가 되기도 해보입니다.

그래도 회당 20석으로 제한된 공연을 보게 되는 건 왠지 선택받은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듭니다.

 

이번 시즌의 캐스트는

장정인 (닥터 꼬브린 역), 김인수/김병춘 (원예사 뻬쏘쯔끼 역. 오늘은 김인수 배우님), 전채원 (따냐 역), 이강원  ( 수도사 역), 정연주 (바르바 역) 배우님들이십니다.

정연주 배우님은 이번에도 역시나 음악감독도 하시고 계시네요.

조연출은 우명호 님이십니다

아무래도 안똔체홉을 사랑하고 연구하시는 분들이신지라 다른 작품에서도 보셨던 낯익은 얼굴들이 많으시네요.

(안똔체홉극장 공연관람이 1년여가 되어가다보니 배우님들이 저를 알아보지는 못하겠지만, 저는 배우님들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는 ^^)

대본집 속 지난 배역들을 보니, 배우님들도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작품소개 

About

이 놀라우리만치 아방가르드한 작품은 1894년, 체홉이 34세에 쓴 중편소설이다.

이 시기의 작품은 체홉의 빛났던 후기와는 사뭇 다른 초현실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구성되어 거칠고 뜨거운 형이상학적인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그중 가장 신비롭고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 품이 바로<검은 옷의 수도사>이다.

체홉 작품이 대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관조와 예리한 통찰이, 조금은 음울한 색조의 신 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인간 심리세계의 잔 인한 분석이 어우러져 나타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한 여름 밤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바이올린 선율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삶과 죽음의 경계, 천재와 일반인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경 계에서 방황하고 저항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흔들기 때문이다.

전훈의 연출은 정통 사실주의 희곡 기본 구성에 초현실주의적이며 탐미주의적인 흐름과 함께 소설이 갖는 과거시제를 넘어 현재성으로 생생한 극적 진실을 전달하는 완벽한 희곡완성 의 정공법을 볼 수 있다.

Theme

한 천재가 자신의 환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행복하게 삶을 살지만 객관적으로 바라 보았을 때 정신이상자라면 치료를 해서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정신이상인 상태로 행복하다면 남에게 피해만 되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나은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천재철학자의 삶으로 바라본다.

from Director

주제가 부각 될 수 있도록 무대장치를 주인공의 하얀 뇌속으로 표현하였으며, 환각에서 보이는 수도사가 중앙아시아 무슬림에서부터 성지순례를 출발하였다는 것에 기인하여 동양적인 음악을 가미하였다.

그 안에서 오히려 정상적인 등장인물이 삶에 심히 미쳐있는 모습으로, 주인공이 오히려 평안하고 행복한 모습을 비추어 어떤것이 정상적인 것인지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한다.

Story

천재학자 꼬브린은 심각한 신경쇠약증세로 인해 주치의의 권고로 자신의 후견인이였던 러시아 대원예사 빼쏘쯔끼의 시골영지로 쉬러간다. 원예사의 딸 따냐는 자신의 첫사랑이 5년만에 온 것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으며 원예사 역시 그를 사위로 맞고 싶어한다. 꼬브린은 쉬는동안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큰 발견은 머리 속에 늘 맴돌았던 환각의 존재인 수도사를 실제로 눈 앞에서 보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자신의 학문적 소신이 증명됨을 기뻐한 그는 따냐에게 청혼을 하고 바로 결혼식을 올린다. 

모스크바에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만 그의 신경쇠약증세가 날로 심해지면서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체홉의 작품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급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지주계급, 의사, 군인, 지배계층 등등

외견상 그들은 존경받고 행복한 모습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체홉의 작품 속 그들은 열정을 쏟은 후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변화 속에서 이제는 쇠락하거나, 열정이 사라진 모습들로 등장합니다.

검은 옷의 수도사에도 대학교의 철학 교수, 존경받는 원예사와 그의 딸이 등장합니다.

지극히 일반적인 삶과 결혼을 꿈꾸는 과정에서

꼬부린 박사는 전설 속의 인물을 창조하고 그와 대화를 나눕니다.

검은 옷의 수도사는, 꼬부린 박사와 대화가 되고 삶의 의지가 되어주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꼬부린 박사의 그런 모습은 다른 일반적인(정상적인 ?)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불안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에게 있어서 꼬부린의 모습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전설 속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그 검은 옷의 수도사는 꼬부린 박사의 또다른 자아이기도 하겠죠.

그러기에 꼬부린 박사에게는 검은 옷의 수도사와의 대화는 자신의 물음과 답을 찾아가는 철학의 과정일런지도 모릅니다.

장정인 배우는 꼬부린 박사의 자아분열적 모습들, 삶에 지친,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감에 지침 모습들을 여실히 연기로써 보여줍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또한 갇혀진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전해져 옴을 느끼게 합니다.

 

붇다나, 마호메트,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자신들의 영감과 엑스터시를 식구들이나 의사들이 치료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행복했을까. 마호메트가 자신의 영감을 억누르려고 신경안정제를 매일 먹고 두 시가만 자신의 철학을 공부하고 우류를 정기적으로 먹었다면 그 뛰어난 선각자가 남긴거라곤 기르던 개뿐일거야. 이런 친절한 식구들과 의사들은 인류를 멍청하게 만들고 평범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문명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혹은 파괴시키고 있는 거지.

 

과연 행복함이란, 안정적이란, 정상적이란 것은 무엇일까요?

자아분열적 상황에 있는 꼬부린 박사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꼬부린 박사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모습은 시종일관 저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맞는거야?

당신또한 무언가를 질문하고 답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답을 찾아가며 위안을 삼지는 않고 있나? 라고 말입니다.

 

공연 후에는 "검은 옷의 수도사" 대본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공연 중에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던 대사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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