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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귀토(토끼의 팔란) - 재미진 수궁가 이후의 땅과 바다의 이야기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2. 9. 1.

예전, 명절이 되면 TV를 통해 가끔씩 볼 수 있었던 mbc 마당극장.

지금도 kbs 에서 하는 국악한마당을 가끔 흘쩍 보기도 했지만

창극을 현장에서 직접 보게되다니...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에 비해 떨어지는 창극에 대한 인식.

미경, 승현, 승훈 까지 모두 함께한 가족나들이인데

괜히 지루한 것은 아닐지 하는 약간의 불안감(무려 150분간의 런닝타임).

심지어 그렇게 옆을 자주 지나다녔지만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본 건 이번이 처음.

설렌다.

남산의 자연과 어우러져 자리한 국립극장은 광화문 한복판의 세종문화회관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국악공연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 같던데

의외로 실내는 현대식으로 깔끔하다.

신기했던 무대 디자인.

무대가 관객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배우들은 거기에서 중심을 잡고 연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뛰고, 노래한다.  대단)

그리고 무대안의 네모난 또다른 무대는 예전 시장터에서 이루어지던 마당놀이터를 떠오르게 한다.

그곳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연기의 무대이기도 하고, 때로는 배우들이 관객이 되어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보는 놀이장소가 되기도 한다.

바다가 되면 낮아지고, 육지가 되면 높아지기도 하고...

뮤지컬과는 다른, 단순한 듯 하면서도 또다른 의미로서의 장소를 품는 흥미로운 무대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토는 무려 51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배우라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배우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토자(김준수 배우), 자라(유태평양 배우), 토녀(민은경 배우) , 용왕, 주꾸미, 단장 등등

육지와 바다에 사는, 그리고 하늘늘 나는 새까지 많은 동물들을 배우들이 연기한다.

김준수 배우는 토끼와 너무 싱크로율이 높아서 깜짝.

동물들의 특징들을 잡아낸 배우들의 연기는 명무 공옥진님의 춤에서 영감을 받아서 표현했다고 하는데, 

몸짓과 창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이끌어낸다.

"귀토"라는 작품은 초연 1년만에 재공연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연기와 창들이 더 익살스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무대 좌우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대사들을 한글과 영어로 표시하고 있어서 귀로 놓친 부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신기함)

 

귀토는 우리가 흔히 아는 수궁가(별주부전)의 끝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론 당연히 창작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더욱이나 현대화된 대사들로 흥겨움을 더한다.

뭍으로 돌아온 토끼와 그의 부인이 죽고, 그의 아이(토자)와 연인 토녀가 겪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니 그 상상부터가 흥미롭다.

토자가 살던 곳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토자와 자라의 만남과 함께 용왕이 사는 수궁으로 변화하면서 진행된다.

뭍의 고단한 삶(팔란, 8개의 어려움)을 피해 용궁에 가면 이상향의 삶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던 토자는,

바다 속 삶 또한 뭍의 삶과 마찬가지로 고단한 삶들의 연속임을 말하는 바다 동물들을 보게된다.

어렵고 힘든 삶이어도 자신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토자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수궁가 속 이야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하다.

 

창극이 재미있니?

판소리가 재미있어?

무대예술은 뮤지컬이 최고지....

라는 이야기를 누군가 한다면,

판소리와 국악, 창극에 문외한인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귀토"라는 창극을 한번 보고 나서 이야기 해보라고 하고 싶다.

(처음이자 유일하게 접한 창극이 너무 인상이 깊어서 일 수도 있지만)

"귀토"는 처음부터 무대가 끝난 이후의 커튼콜까지 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참, 국악의 타악기와 현악기 울림은 서양악기와는 다른 울림을 심장에 전달한다.

음악의 울림만으로도 흥겨움이 전해져 온다.

가을이 부쩍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하는 남산의 하늘과

서쪽방향이 아님에도 붉은 해질녁의 모습을 보이는 서울의 하늘.

지금은 이름이 바뀐 예전 타워호텔의 모습과 하늘과 구름도 좋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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