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는걸. 죽느냐 죽이느냐. 둘 중 하나라고"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의 성매매(?) 에 내몰린 민신혜.
본인이 원하는 삶이 아닌 엄마가 목표로 하는 삶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인 강지용.
세상의 거침에 힘겨워
부드러움을 찾아 강지용은 민신혜를 만난다.
한없이 부드러운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꿈꾸는 강지용의 바램.
그렇기에 지옥의 수렁텅이에 있는 민신혜를 보면서, 강지용은 그녀를 지옥에서 건져올리기 위해 민신혜의 엄마를 살인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민신혜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다.
자신이 그토록 힘겨워 하던 자신의 지옥에서 자신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러니까, 네 인생이니까 남에게 휘둘리진 말았으면 해. ~~~ 나는 누가 시키는 대로 사는 게 싫었거든,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거야. ~~~ 엄마 같은 인간을 네 인생에 또 만들어 놓는 건 그렇지 않니? 누가 내 인생을 맘대로 흔드는 거, 정말 질색이다. 지긋지긋해."
누나의 말 속에는 지용이 지옥으로 생각했던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다.
"눈 앞의 얼굴은 누구의 얼굴도 아니었다. 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영화 속에서 살인범에게 살해되는 익명의 여인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런데, 그 위로 한 얼굴이 겹쳐진다. 그것은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문득, 이 순간을 내가 오랫동안 상상해 왔는지 모르겠다는, 어쩌면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나왔다. 간절하게 기다린 순간...... 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런데 오늘 아침 꿈에서 본 건 죽은 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꿈에서 본 건 죽은 여자가, 아니 내가 죽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마주하던 얼굴이었다. 부드러운 것이, 오늘 아침에는 필요했다."
지용은 신혜의 엄마를 죽였다.
하지만 신혜의 엄마속에는 자신이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지용의 엄마가 있었다.
신혜가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용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용의 지옥은 벗어난 것이 아니라, 또다른 지옥으로 빠지는 것이었다.
부드러운 안식처 신혜는.
부드러운 안식처가 아니라 달지만 차디찬, 그리고 딱딱하고 거칠기만 한 새로운 지옥이었습니다.
신혜에게 지용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새아버지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삶에 대해 거짓을 꾸미고, 허위의 동생을 만들고,
지용을 통해 자신의 엄마를 죽이게 한다.
그리고 다 사용한 도구는 버리는 법,
신혜는 지용을 버린다. 그리고 새아버지와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지용은 엄마로부터의 지옥에서 빠져나오자 했지만, 신혜라는 또다른 지옥에 빠진게 된다.
지옥을 빠져나오기 위한 지용의 선택.
악을 악으로 벌하기 위해 신혜를 찾아나서지만
지용앞의 신혜는
"내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잖아. 넌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잖아. 그랬잖아."
지용의 속마음을 그대로 읽어내고, 반항한다.
"사는 게 너무 불안하다고 했지. 네가 살고 있는 집이 지옥이라고 했지. 난 진짜 지옥이 어떤 곳일까 궁금해. 거기는 아직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장소일 거야. 그렇지만 언젠가 내가 가게 될 곳. 넌 아니고 나만. 강지용, 네가 있는 데는 지옥도 아니고 좆도 아냐, 이 바보야."
신혜는 자신의 지옥만을 지옥이라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대상이 지용이었을 뿐.
"믿음이 지나치면 그것도 지옥이 되더라고"
지용은 신혜를 믿었기 때문에 다시 지옥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신혜는 새아버지와의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또다른 지옥에 빠지고 만다.
"이제야 너를 이해하게 됐다는 걸 알아.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우린 죽는 날까지 같은 지옥에 살 거라는 것도 알아. 나는 이런 방식으로 너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거야."
"누구나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 때문에 운다. 나를 위해 울어 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지. 울음소리가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나만은 아니라는 위안, 그것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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