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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서른의 반격 - 손원평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3. 26.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나이에 책임을 진다는 것.

지금의 나의 모습은 과거의 나의 삶이 투영된 것이다.

긍정적이었던 삶 뿐만 아니라 부정적 삶까지도 말이다.

생각하게 된다.

10대의 나의 모습은

20대의 나의 모습은

30대의 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지금 한참 만들어 나가고 있는 40대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게 될까?

 

 

 

 

 

"경건하게 라이팅 수업에 임하면서 나 하나쯤 없어진다고 해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그곳의 시스템에 감사했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우쿨렐레 수업을 계속 들은 건 그 반대의 맥락에서였는지 모른다. 나 하나만 빠져도 너무 티가 나는 상황에 대한 부채의식."

 

무의식 속에서조차도 찾게 되는 나라는 존재가치에 대한 의구심들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당연한 사람의 욕심속에

존재에 대한 인식에 부담스러워 하기 하기도 하고,

존재를 인식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해 하기도 한다.

 

 

 

"의자의 마법,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권위와 힘을 가진 줄 착각하는 마법에 걸리게 되죠. 그리고 수없이 깔린 의자에 앉으면 힘없는 대중이 되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에 걸립니다. 의자는 의자일 뿐이라는 걸 다들 까먹어버린단 소리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걸요?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거창한 혁명이나 체제 전복도 아니고 그저 한사람으로서 부당함에 대하여 작은 일침을 놓는 일, 그리고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고 행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반란이자 전복이라고 생각하는,

비정규직 인턴 김지혜, 원고를 써주고도 알바비를 받지 못한 인턴 규옥, 자기작품을 도용당하는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 무인,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남은.

이렇게 4인은 사회에서 겪는 부당함과 위선에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입장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비판하는 건 쉬워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간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순간에 놓이면 존엄성과 도덕, 상식을 지키는 건 소수의 몫이 돼요.내가 그런 환경과 역사를 통과했다면 똑같이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들의 반란은 옳기만 한 것일까?

꿈꾸었던 반란에 등을 돌린 무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그들은 비난만 할 수는 없었다.

이기심이라는 것은 사람을 반란의 소용돌이 밖에 있도록 한다.

존엄성, 도덕, 공정, 상식의 틀안에만 사람이 머무르지 않게 하는 이기심

그런 작용을 하는 것이 그저 이기심 하나에 불과할까?

사회의 부당함과 부정에 저항하던 시민운동가가 자신조차 결국에 그런 부당함과 부정에 몸담았던 사실을 접하게 되는 최근의 상황들을 보다보면 정의가 무엇인지, 부정에 맞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원래 다 그런거야라고 그냥 치부해 버릴 수 많은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언제 어떻게 보수화되는지 알아? 명백한 자기 재산이 생길 때야. ~~~그런 게 생기면 있지, 이 세상이 갑자기 되게 위험해 보인다?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어지거든."

 

결국 사람은 보수화 되어가고, 그 과정을 통해 작은 반란은 소멸되어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험하고 태풍의 바람도 결국에는 잠잠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억울하건 화가 나건, 사람들은 세상에 비일비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꾸역꾸역 잘도 잊어버렸다. 그래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잊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아니 살아지지 않는다."

 

 

"각자 악기를 들고, 서로의 음과 싸우면서. 그러고 있노라면, 혼자서 네 줄짜리 현을 튕겨 부드럽고 둔탁한 음을 내는 그 의미 없는 행위가 바로 인생이 아닌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다."

 

 

"존재를 어떻게 확인받아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뭘 확인받느냐고요."

 

"아마 그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거에요. ~~~외롭다고,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었느냐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괴롭고 끔찍하죠. 그런데 더 무서운 거는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거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질문을 외면하죠. 마주하면 괴로운 데다 답도 없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만 반복이니까. 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의심하는 끝없는 과정일 뿐이에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은 평온하게 돌아간다.

그것이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부정에 눈 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라고 애써 당위성을 찾는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그런 것이라고...

어느 순간 그런 의구심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들을 하게 되고,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 하고, 그것마저도 또다시 놓쳐버리는 과정들을

인생이라는 단어로 포장한다.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젊은 시절 진보가 아닌 사람 없고, 나이먹어 보수가 아닌 사람 없다고들 한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기 위한 몇 십년의 삶과 여정속에서

결국 찾아낸 정답은 무엇일까?

이 책의 마지막에서처럼 몇 십년의 노력에도 답은 그저 애초에 그건 언제나 있었던 사실 -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일까?

노력하고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