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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소멸세계 - 무라타 사야카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3. 16.

2차 세계대전 이후(직접적으로 일본의 패망이후라는 표현은 없지만)의 세계

지금까지 세계가 발전해 오며서 현재가 이루어진 결혼의 의미, 가족의 의미, 사랑에 의한 섹스의 의미, 아이의 의미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세계의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뭔가 낯선 이국의 삶에 적응해 나가지 못하는 사람의 느낌을 받는다.


지금의 현실에서 정상이고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것이

책 속의 세상에서는 비정상이고 맞지 않는 일들인 세상


사랑의 결과 결혼을 하고, 사랑의 결과 아이를 출산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을 이루어나가는 현실에 비해,

책 속의 세상에서는

부부간에의 교미(지금의 sex)는 근친상간인 해서는 안되는 행위이며, 사랑에 빠져서도 되지 않는 세계.

아이는 그저 세대를 이어나가기 위한 목적일 뿐이기에 인공수정에 의한 출산만이 정상으로 인정되는 사회.

사회의 진화라는 것이 그저 세대의 이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세상은,

현실의 세계도 진화라는 명목하에 소멸되어 가는 것을  정당화 하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무언가가 점점 소멸되어지는 세상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정상의 사회에서는

부부라도 각각의 연인을 두고 그 연인과의 sex와 사랑은 인정해 준다

인간과의 사랑뿐 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것(캐릭터, 다른 상상의 존재)과의 사랑도 인정해 준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는 부부간의 사랑은, 교미는 비정상인 일일 뿐이다.

가족은 그저 다음 세대를 만드는 데 있어 경제적, 정신적 안정 정도만 줄 수 있는 도구.

사랑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결혼을 하고, 한 공간에 머물뿐 구속이 되지 못하는 결혼한 부부들의 삶이 정상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 세계에서는 이미 논쟁자체가 소멸된 이야기일 뿐이다.

 

주인공 아마네(엄마와 아빠의 교미를 통해 태어난)는 엄마의 저주때문일까?

어린 시절

몸 속에 늘 사랑의 결정이 있고, 한번 좋아하면 영원히 연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온다.

그래서 연애와 육체는 연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일반인들처럼 캐릭터와의 사랑도 하면서도, 인간과의 교미도 여전히 시도한다.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삶의 그녀는 정상인들의 삶을 비집고 들어가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는

 

"사랑을 통해 내가 되었고, 내 형태를 갖추기 위해 연인(캐릭터, 사람)이 필요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도 생각하며 자란다."

 

하지만 아마네 또한 성장하면서 자신이 엄마로 부터 들으면서 생각해 왔던 믿음들에 대해 회의하게 된다.


어느덧 부부간의 sex가, 남자와 여자간의 sex가 경멸스러워지게 된 세상

아마네는 교미를 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비정상성에 대해 반문한다.

 

'엄마는 자신이 믿는 비정상적인 세상을 성취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아내와 남편이 근친상간을, 교미를 하는 세상.

엄마가 모은 낡은 책과 영화만으로는 자신이 믿는 세상을 유지할 수 없어서 나와 남편을 통해 엄마가 믿는 세상을 섭취하려는 게 아닐까?'

 

정상이라 믿었던 것이 대다수 존재에게 있어서 비정상으로 인식되어지는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아담과 이브는 금단의 열매를 먹고 수치심과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하잖아. 모두 금단의 열매와 정반대의 것을 따먹고 낙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그때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인간이 바로 우리일지도 모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속에서 아미네는 정상의 세상속에서 느끼는 자신의 비정상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누군가는 정상으로 느껴지는 세계의 질서가

음모에 의한 비정상적인 세계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정상의 세계에서 무엇이 소멸되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텔레비전이나 만화를 계속 보는 사이에 말이지. 어느새 성욕이나 연애 감정의 '씨앗'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그 안에 싹을 틔우고 자라는 게 아닐까. 그렇게 몸속에서 자라난 사랑이라는 감정과 성욕에 휘둘려서 엄청난 돈을 쓰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음모 아닐까?"

 

 

"마스터베이션을 해온 것 뿐일까. 어떤 상대든 결국 그의 육체를 이용해 자위해온 것뿐일지도 모른다.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자궁에 정자 없는 정액을 쏟아붓는 것. 그 행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섹스라는 행위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 행위를 섹스라 믿고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인간과의 교미(섹스)가 소멸되어가는 세계, 섹스의 의미가 소멸되어가는 세계.


그런데 그것이 과연 비정상일까.

인간간의 교미가 이루어지지만, 그것이 자기만족이 더 큰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현실은

어쩌면 섹스의 의미가 마스터베이션과 다름없는 이 책의 세상과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우리도 왜 '가족'이 되었는지 잘 설명할 수 없다고. 단체 미팅에서 만나 조건이 맞고 성격도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해 남매처럼 살고 있으니까. '가족'이라 명명한 존재가 남과 어떻게 다른지, 이제 아무도 설명하지 못해. 우리는 이미 그걸 잃어버린 거야."

 

가족의 의미도 소멸되어가는 책 속의 세계.

가정, 가족에 대해 현실의 우리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도 가족의 의미가 소멸되어가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동기는 '고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홀로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그 감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실제로 다른 시스템 속에서 번식을 시작하고 나니 '가족'이란 무수히 존재하는 동물의 번식 시스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만일 이 '에덴 시스템'이 실패하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버린 것이다. 그나마 나를 '가족'과 이어주는 고리는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소망뿐이었다."

 

 

"인간이라는 한 마리의 동물로서 더없이 건전하다는 사실을요. 미래로 생명을 이어 나간다. 이 인간의 가장 중대한 목적을 몸과 마음이 모두 따르고 있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저는 '엄마'예요."

 

책 속의 세계는 그저 다음 세대로의 이전만을 목적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해야 하는 세계.

양육을 위한 사회공동체적 집단 세계


 

 

"저 멀리서 숨을 거둔 아이 몇 마리가 실려 나가자, 이내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 생명의 양배추밭은, 내가 이제껏 보아온 세상의 풍경 그 자체였다. 성장한 생명은 이내 이곳에서 소멸하고, 발생한 생명이 찾아온다. 생명의 알갱이가 옮겨지면 그 자리에 생긴 구멍에 새 생명이 깃든다. 생명은 무한히 들고 나며, 늘 변함없는 이 양배추밭의 풍경은 영원히 계속된다. 우리는 세상에 진열된 생명이다. 그뿐이다."


 

 

"남자나 여자, 그러한 구분 없이 우리는 모두 인류를 위한 자궁이 된 것이다. '정상'이라는 들리지 않는 음악이 우리 머리 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음악에 지배당하고 있다. 내 몸속에도 어느새 그 음악이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그 음악을 따라서 나는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아가'를 불렀다."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저 사람들도, 나도 '도중'에 있는 것이다. 그 위치가 다를 뿐이다.

 

 

"엄마는 세뇌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어? 세뇌되지 않은 뇌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해? 그럴 바에야 이 세상에 가장 적합한 광기로 미치는 게 훨씬 낫지."

 

 

"어떤 세상에 있어도 완벽하게 정상으로 존재하는 나를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광기가 뭔 줄 알아? 바로 정상이라는 거야. 안 그래?"


광기에 물든 정상은 실상은 비정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뇌라는 건. 그것이 다수를 대상으로 성공한다면 비정상도 정상으로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속의 광기어린 독일과 일본의 사회에서는

군중은 자신이 세뇌되었는지 조차 모른체 집단의 광기에 빠져들었다.

그 광기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저 그 세계에 완전히 정상적으로 동화되어 갔을 뿐이다.

그들은 가장 적합한 광기로 미쳐나갔는지도 모른다.

정상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의식의 소멸은 그렇게 현실의 세계에도 있었다.

 

 

 

"외롭다는 건...... 그건 말이지......"

 

그 감각이 순간적으로 떠오르지 않아서 고객를 갸웃거렸다. 머리로는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찌만, 어떠한 감각인지 기억나지 않았따. '고독'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멸의 세계에서는

진화라는 명목하에

'부부'도 소멸되어 갔다.

'가족'도 소멸되어 갔다.

'사랑'도 소멸되어 갔다.

'고독'도 소멸되어 갔다.

집단적 공동체 사회에서 '이성'도 소멸되어 갔다.

모든 비정상적인 것에 정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아마네의 광기도 소멸되어 질까?

아니면 그전에 새로운 생명에게 아마네는 자신의 소멸로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