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야기는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무엇이 허구인지, 무엇이 실제인지
아니면 두 개 모두 허구인지 알 수가 없다.
명쾌하지 않은 소설은 책을 덮은 이후까지도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그것이 애당초 그 여자의 말을 토대로 쓰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소설이란 게 뭐, 본래 그런 거 아닌가. 현실을 재현하고 재구성하며, 나름의 해석과 개연성을 덧붙이는 일. 누가 보더라도 사기 결혼의 피해자를 어떻게 소설 속에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소설가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동시에,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이지 않나. 나는 여자가 들려준 이야기로부터 이것저것 살을 붙여나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의 이야기, 나와 미양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 여자는 내 소설의 문장들이 모두 다 자기의 것인 양 구는 것일까. 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내 문장과 사진을 아무데나 도용하는 것인가.
소설 뒤편, 박인성의 작품설명으로 내 감상을 대신한다.
임현의 소설에서 허구의 역할이란 처음에는 필요해서 활용되지만 어느샌가 통제할 수 없어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당신과 다른 나'는 그런 의미에서 서로 불가피하게 뒤얽히는 두 개의 서술적 의식 사이에서 점점 더 삶과 허구의 경계가 옅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연히 둘의 서술적 의식 가운데 어느 쪽도 신빙성의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서술자에 의한 교차 서술로 이루어지며, 언뜻 그 구도는 대칭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칭적이지 않을 뿐더러, 교묘하게 뒤얽혀 있다. 일차적으로 독자는 자신의 남편에 대하여 의심하며 서술하는 '여성-나'의 서술에 독자 또한 다소간 의문을 표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성에 대하여 감정적 판단을 내리는 '남성 소설가-나'의 서술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떠올린다면 곧바로 막막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 두 개의 서술적 의식 어느 한쪽을 그저 믿을 수 없다고, 혹은 미쳤따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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