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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9. 12. 11.

인류라는 존재가 진화하면서,

식생활 문화의 발전과 함께 발전을 거듭한 것이 거주문화일 것이다.

수렵의 생활에서는 거주의 개념보다는 그저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여 자신과 공동체의 신체를 보호하는 수준에서 동굴생활이 시작되었다면,

이동의 편리성이 강화되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한 곳에서의 군락생활은 필연적으로 안정적인 거주형태와 군락을 이루는 거주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마을과 도시형태의 거주양식문화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필요에 부응하는 건축양식의 발전을 수반하게 되었다.

 

현대화된 대도시에는 높은 마천루와 화려한 외관을 건축물들이 마치 자신들의 존재를 뽐내기라도 하듯 우뚝우뚝 서있다.

그런데 그런 도시들의 건축물을 보면, 화려함에 탄성을 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져 잠시 스쳐지나가는 상징물로서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을 가질지언정 말이다.

 

유현준 교수는 이 책에서 건축과 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건축물은 건물의 외부(외향)에서 내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의 내부에서 외부로의 시선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례들은 건물 밖의 시간으로 건물을 평하기도 하고 있기는 하다)

 

건축물과 도시에는

그 곳에 살고, 그 곳을 구성하는


인간


그리고 애초에 그 곳에 있었을


자연


그리고 그들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인간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현준 교수 나름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기준임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건축물'의 판단은 '현재 위치에서는 매우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만약 이 건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가정할 때 이상하게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건축물이 대지의 가치와 주변 환경을 제대로 활용한 훌륭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의 베트남 전쟁 기념관은 아름다운 자연과 주변 형세를 이용한 드라마틱한 최고의 건축물인 반면 그것을 다른 지역에 옮겨 놓으면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된 건축물이 된다는 점에서,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은 개성 있고,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서울이 아닌 런던이나 파리로 옮겨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축물이 될 수 있기에 '아름다움 건축물'일지는 몰라도 주변의 환경과 연관을 맺지 못하는 '훌륭한 건축물'은 아니라는 사례를 들기도 한다.

 

또한 도시의 거리를 형성함에 있어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리는 이벤트 밀도가 높고, ‘공간의 속도가 느려야 사람들이 찾고 싶은 거리로 인식하게 됨을 수치와 사례로 들고 있기도 하다.

화려한 외관과는 별개로 명동과 파리의 광장처럼 많은 가게의 입구가 보행자를 향해 구성되어 있는 공간일수록 사람들이 찾고 싶은 명소가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기도 하다.

전주역 앞에 그의 생각이 반영된 거리가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저자는 현대 건축은 '형광등'이라는 발명품에 의해 단조롭고 재미없는, 그래서 자연과의 어울림을 고려하지 않고, 효율성만을 따지는 건축물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단조로움과 자연을 고려하지 않는 건축물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건축소재의 통일화 등의 영향도 받았다고 말한다)

이전에 자연 채광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이 값싸게, 그리고 어느 곳에나 인공 빛을 낼 수 있는 형광등의 등장으로 더 이상 채광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건축물이 재미없고 단조로워졌다는 것이다.

(채광에 대한 고려가 없어졌다는 것은 결국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는 것이 된다)



유현준 교수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편견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때로는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즘의 학문이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하는 융합화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면, 건축만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된다.

 

유현준 교수는 우리나라 건축에 있어서도 "한국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은 분명히 다르다"라고 말한다. 지금에 남아 있는 기와지붕과 한옥만이 한국적인 것은 아니며, 다양한 형태의 것, 요소들이 반영된 건축물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가 획일화된 디자인 건축물의 대표로 꼽고 있는 아파트 또한 미래에는 한국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진화해 왔듯이, 그리고 진화해 나가듯이

건축과 도시 또한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 생명처럼 시대의 정신과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살아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