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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죽음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9. 11. 25.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후의 세계는 있을까?

중간계의 세계는 있을까?

우리들은 이런 질문과 상상을 숱하게 해왔다.

그것이 철학적이든, 현실적인 상황에서든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막연하게나마 부정적이고 어둡게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책의 검은 겉표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연 죽음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라는 부분에서

작가는 다른 시각들을 드러낸다.



죽음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과 연결짓고 출생은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정반대야.

죽음은 우리를 모든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해 주는 거니까.

우리는 순수한 영혼이 되지. 가벼워지는 거야

반대로, 곰곰이 따져 보면 태어나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야. 정신의 가족을 떠나 네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모인 육신의 가족에 안착하는 일이니까




육신에 가로막혀져 있는 부자유스러운 고통에서 해당된 자유로움이 죽음이라면

그 반대인 삶은 부자유스러움에 구속된 고통에 불과한 것이 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하얀 것이 삶이라는 인식 속에 살아가지만

실제 하얀 삶의 구속 뒤에 숨어져 있는 검은 자유를 나타내듯

책은 하얀 표지와 검은 표지를 넘나든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충격적 반전을 안겨주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 “죽음”이라는 소설은

죽은 자와 산 자, 그리고 그들 중간에 존재하는 영혼들(환생하기를 원하지 않는)의 이야기다.

산 자의 통로와 죽은 자의 통로를 연결하는 영매까지 추가하여...


하나는 산 자들의 통행로고 다른 하나는 죽은 자들의 통행로죠.

나는 중간에 위치해서 양쪽이 소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요.

하지만 끝내 양쪽 다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죠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소설가로서의 작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답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만 (실제 그의 소설의 전개를 보면 과학적 요소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전개과정과 극적 반전과정을 통한 SF적 요소들로 인해,..

소설 전반에 흐르는 전통적인 문학작가와 SF작가 사이의 괴리에 대한 이야기들은 작가 스스로가 느끼는 이야기들과 해답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창작원칙과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슬쩍이 아닌 대놓고 이야기한다.

첫 문장과 극적 반전의 결말을 그려놓고, 그 과정들을 채워나가는...


좋은 SF 작가는 죽은 작가야. 그러면 상상의 세계에 가볼 수라도 있을 테니까



다양성이 곧 우리의 힘이야. 특정 문학의 우월성을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세




그리고 누군가의 말을 빌어 자신이 생각하는 문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우리는 다 같은 존재들일세, 이야기꾼들이지. 나쁜 문학과 좋은 문학이란 구분은 애당초 없네. 그저 상상력의 문학에는 문체와 심리 묘사가, 문체를 중시하는 문학에는 상상력과 환상이 필요한 것뿐일세. 내용과 형식은 상반되는 게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이니까. 문학을 권력의 도구로 여기는 건 잘못된 생각일세.문학은 교육과 성찰과 오락의도구지. 작가인 자네들이 할 일은 의식의 고양이야.




하지만 "죽음"이라는 소설은, 1편과 2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소설의 제목과는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학에 대한 고민들이 이야기 되다가(그것도 꽤 많은 분량을)

죽음이라는 본연의 이야기는 너무도 갑작스러운 반전의 이야기로 결말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러한 반전이 극적이지도 개연성이 있지도 않은,

그래서 이전의 그의 소설에서 느꼈던 신선함이나 드라마틱함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유가,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아 인간 군집의 밀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결말은

이미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와 "엔드 게임"에서 최강의 빌런인 "타노스"의 생각과 너무나도 일치한다.

"죽음"이라는 소설이, 결말이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타노스"의 고뇌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에게,

책의 결말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으면 하는 수 없이 <상쇄>를 해야 하네. 세계 대전과 전염병, 지진이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야. 그래야 지나치게 높아진 인간 군집의 밀도를 낮춰 듬성듬성하게 만들어 놓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