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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영화

변산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8. 26.

전라북도 부안이라는 시골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들의 성장영화! 아니 청춘의 성장영화!!!

(부안이 위치한 곳이 변산반도 지역임. 채석강도 있고, 격포항도 있고, 예전에는 변산가요제도 열렸던)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영화의 축은 학수(박정민)를 중심으로, 학수를 사랑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선미(고은)의 이야기이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게 노을밖에 없네

 

아버지와의 갈등속에서도 시적 재능을 발휘하는 학수(박정민).

고등학교 시절 도둑맞은 이 시 구절은 영화의 갈등의 요소이자,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사랑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했었고, 그리워 했었고

그것이 상대가 아닌, 내 자신의 마음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나한테 노을을 발견 시켜준 사람이 바로 너여

 

그리고 고향속 노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고마움을 뒤늦게 고백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젊음이 존재한다.




 

너는 정면을 안 봐.

 

하지만 고향을 떠난 학수의 의식은 그저 고향을 떠나지 전에 머물러 있다.

문제를 헤쳐가지 않고 피해가는 모습은 그들 또래의 젊은이들의 모습그대로이다.

나이를 먹어간다고 해서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도 아니지만...




보여줄 거라고는 노을밖에 없다는 폐항이지만

영화 속 폐항은 소멸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젊은이 꿈틀거리는 곳이다.

노을을 모르던 사람이 노을을 발견하듯

영화 속 고향은 사람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미 고향에는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고향 밖에 있던 사람인 아버지가 돌아오고, 떠났던 학수가 돌아온다.

남아 있던 사람과 돌아온 사람간의 다툼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로 종결된다.

지명이 들어가긴 했지만 전형적인 성장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시적 재능에 충만했던 학수가 왜 고향을 떠났는지, 시가 아닌 래퍼를 꿈꾸게 되었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은 채, 대사로써 갈등관계에 있는 현재를 풀어내는 것의 한계라든가

영화 전반에 흐르는 코믹코드로 인해 학수, 선미 그리고 아버지와의 갈등, 친구들이 그려내는 갈등(애정이든, 과거의 왕따놀이든)의 무거움은 사라져 버려 공감이 되지 않는다.

영화 비트에서 보여줬던 고민의 깊이처럼 감각적이지도 않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아니면 감독이 그려낸 청춘의 고민이 지금의 20대의 청춘이 아니라,

40대가, 50대가, 60대가 꿈꾸던 청춘의 고민.

지금보니 예전에 이랬던 적이 있지 하는 정도의 청춘의 회상정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