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라는 건 참 묘하다.
폭풍처럼 웃기도 하고, 공감하며 웃기도 하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비웃기도 한다
그런데 블랙코미디, 뭔가 묘하다.
웃기게 시작하지 않는데,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고 있는 내가 있다.
무겁게 시작하지 않는데, 읽다보면 마음이 무거워 지고 있는 내가 있다.
시작과 끝이 같이 않은 반전의 이야기들은
책속뿐만 아니라 현실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 일뿐...
블랙코미디
“
운명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맡기라고
“
다행이다
말에 가시가 돋아서
기분이 안 좋을 줄 알고 걱정했어.
성격이 안 좋은 거였구나.
“
가난
누군가 말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불편한 것 뿐이라고.
맞다. 가난의 본질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부끄러울 정도의 불편함
“
빈손
빈손이 가장 행복하다고
많이 버릴수록 행복해진다고
부자들만 말하더라.
많이 버리려면 많이 갖고 있어야지.
“
아들 딸
대한민국에서 아들딸로 살기 힘든 이유
: 딸 같아서 성희롱하고 아들 같아서 갑질함
분노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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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 매크로
듣는 순간 기분 나쁜 말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
상처와 카리스마
사람들ㅣ 당신을 겁내는 건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그냥 쉽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받게 될 나를 겁내는 것이지,
당신을 겁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에게 대단한 카리스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나는 가끔 내가 상처 준 사람보다 가장 화나 있는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 같다.
“
손
나는 누굴 닦은 뒤에 내 손을 닦는 사람인지
내 손을 닦은 뒤에 누굴 닦아주는 사람인지
“
괴물소리
나는 요 몇 년 벌이가 좋아졌다
어디 가서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분명 넉넉해졌다.
형과 둘이 살기엔 꽤 큰 집에, 끼니 걱정 공과금 걱정은커녕 가끔 친구들에게 한 턱 낼 여유도 생겼다.
나에게는 이제 에어컴을 켤 때 전기 걱정을 하지 않고 심지어 희망온도까지 설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지금, 내 친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박봉으로 생활하며,
그마저도 가지지 못한 친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싶어서 ‘자신’을 잃기도 한다.
철탑에 올라간 이들은 줄에 도시락을 매달아 올려 끼니를 때우며,
누군가는 여전히 굶어 죽는다.
희망온도를 설정할 자유가 없는 이들을 다 적기엔 이 종이가 너무 작다.
나는 금수저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잘난 사람도 아니고 여태껏 착하게만 살아온 것도 아닌데,
에어컨을 맘대로 끄고 켤 수 있다.
우리 집 에어컨에선 괴물 숨소리가 난다.
“
KBS 1TV 동물의 세계
매일 저녁 다섯 시 삼십 분 KBS 1TV <동물의 세계>, 전체관람가
내장이 파먹힌 채 들판에 누워 있는 버펄로 사체를 구경하며 저녁밥을 먹는다.
동물의 사체는 초등학생 하교시간에 TV에서도 볼 수 있지만 사람의 시체는 그렇지 못하다.
사실 크게 다르게 생기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사람의 피부 속을 보면 징그러워하고 동물의 피부 속을, 우리는 구워먹기까지 한다.
나에게도 있는 모습이 드러난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
저게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일까?
나는 나의 못나고 못된 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를 극도로 미워하고 경계하곤 한다.
“
서러운 마음 나도 몰라
나는 어저면 기분이 나쁘고 싶은 걸까?
어째서 그토록 우울하고 슬프려 용을 쓰는 걸까?
나는 어쩌면 이해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어째서 그토록 외롭다고 징징대다가도 누가 내 마음 다 안다고 하면 성이 나는 걸까?
인스타 인증샷용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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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감정에도 냉장고가 있었으면 좋겠다.
남을 때 넣어뒀다가 모자랄 땐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게.
“
똥을 싸다가
촬영차 시골에 내려갔던 날,
모두 잠든 어두운 밤, 배가 아파 화장실로 향했다.
잠금장치가 고장 난 화장실에 아니나 다를까 문과 변기의 거리마저 멀었다.
행여 누가 들어올까 두려워 나는 계속 입으로 “아!” “아아!” 소리를 냈다.
왠지 모를 기시감
아,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았구나.
평생 나의 존재를 이렇게 피력하며 살았구나
나 여기 살아 있노라고.
여기 존재하노라고.
이렇게 유약한 나, 여기 존재하니
나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나는 이렇게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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