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쩌다 접하게 된/책

돌이킬 수 없는 약속 - 야쿠마루 가쿠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9. 8.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더욱이 일본의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게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사실 제목이나 장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책 표지를 장식한 이 문구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버려버린 과거 속에 묻어버린 15년 전 어떤 약속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당신이 한 약속을 지키세요!


15년이라는 시간과 약속이라는 단어사이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

 

방황하며 삶의 돌파구마저 없던 젊은 시절의 주인공,



나 같은 사람은 떠돌이처럼, 고독하게, 흔들흔들, 그때그때 살아가는 편이 좋다고, 그 편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내 마음속의 또 한 명의 내가 필사적으로 호소해왔다.




하지만 그녀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범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나까지 다 태워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리고 그의 목숨(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복수를 해 달라고 하던 노인.



“하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잖아!”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리고 둘 간의 약속.



“만약 약속을 깬다면... 언젠가, 당신도 나와 똑같은 괴로움에 시달리게 될 거에요. 그걸 잊지 말아요...”

그때 노부코가 보인 눈빛이 생각날 때마다 최근까지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현실화 되지 못할 것 같던 약속이

현실화 되어야만 하는 비현실적 상황



HEALTH

그 간판을 걸었을 때는 모든 세상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까지의 꾀죄죄했던 내 인생을 전부 청산할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었다.

모든 것은 역겨운 약속 위에 성립하고 있던 희망일 뿐이었는데도.


이야기는 비현실적 상황들을 따라 흐른다.

비현실적 흐름속에서 현실은 위태롭기만 하다.



나랑 만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혀 왔냐!

살인죄를 뒤집어 썼다고 하지만, 사실 그때의 응보를 받고 있는 것뿐 아니냐!


하지만 소설속 이야기는 그저 흐를 뿐이다.

미스테리 추리소설의 특징상 당연히 반전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한 번의 우연이 아닌 우연에 기인한 구성과 마무리(심지어 소설의 결말은 우연성이 빠지면 마무리되지 못할 듯 하다).

등장인물들의 너무 많은 얽히고설킴은 정교한 추리소설의 기대치를 크게 반감시키고 만다.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은 맘속에, 머릿속에 감흥을 남기지 않고 그저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저는 HEALTH 라는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최근에 알았는데, 스코틀랜드의 황무지에서 군생하는 키 작은 식물을 뜻하는 거죠?

기후가 무척 험한데도 1년 중 한 달만큼은 황량한 대지에 히스와 엉겅퀴 꽃을 피운다.

왠지 우리한테 딱 어울리는 가게 이름 같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