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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WHY DOES THE WORLD EXIST?) - 짐 홀트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9. 23.

왜 세상은 無가 아니라 有인가?" 라는 영원한 철학적 문제에 대하여 저자가 아돌프 그륀바움, 종교철학자 리처드 스윈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번 와인버그 등 석학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바탕으로 하는 철학사색서.

인류의 시작이래 무수한 석학들이 각자의 전문분야식 접근법으로 세상의 존재, 시작과 끝, 유와 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 주제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될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다고 하나, 석학들의 사고의 흐름을 쫓아가기에는 내 내공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부담감과 함께 시작된 철학적 탐색은 여전한 부담감과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의 혼돈과 함께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 수수께끼와의 만남

2. 철학적 개관

3. 무에 대한 간략한 역사

4. 위대한 거부파

5. 무한 또는 유한?

6. 옥스퍼드의 논리적인 유신론자

7. 다중우주 문제의 현자

8. 궁극의 공짜 점심

9. ‘최종 이론’을 기다리며

10. 플라톤학파의 주장

11. 무엇인가 존재하기 위한 윤리적 필요성

12. 모든 영혼들의 마지막 말

13. 가벼운 시 한 구절 같은 세상

14. 자기 자신 : 나는 정말로 존재하는가

15. 다시 무로 돌아와서




세상에 무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아무런 법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칙도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가 존재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무는 그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증명 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어떤 의문에 대해, 근대에 이를 때까지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인가라는 질문을 아무도 분명하게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좀 이상하게 비춰진다. 아마도 이 질문에서 ‘무’라는 부분이 질문 전체를 철저하게 근대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대 이전의 문화에서는 우주의 근원에 대해 일종의 창조 신화들이 그 설명을 대신해 왔다. 그렇지만 그러한 신화들은 절대 순전한 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창조 신화들은 언제나 근본적인 존재나 혹은 실제에서 비롯된 어떤 것들을 그 배경에 깔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사상가들은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여전히 세 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낙관주의자들’은 이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언젠가는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관주의자들’은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결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를 깨닫기 위한 실체를 너무나 모르고 있기 때문이거나, 혹은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그 이유가 인간의 지적인 한계를 넘어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우주의 내적 본성을 꿰뚫어보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생존을 위한 태생적 도구일지도 모르니까.

‘거부주의자들’은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을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 의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계속해서 믿고 있다.




순진한 무를 벗어나면 놀라운 숫자의 실체들이 존재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실체들은 어떤 다른 ‘재료’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순진하며 추상적인 조직체들이며 숫자의 조직을 흉내낼 수 있다. 앞서 우리는 공집합에서 숫자 1과 2, 그리고 3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숫자는 그 복잡한 상호관계의 얽히고설킴 속에서 복잡한 세상을 흉내낼 수 있다. 분명 숫자는 우주 전체의 모습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 우주가 수학적으로 만들어진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면 최소한 숫자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나왔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실체의 본질은 무로 이루어진 공집합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시작에 무가 있다는 가정이 먼저 수반되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