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겉모습은 화려한 색으로 덮여있다.
자신의 색채를 뽐내야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듯이....
그런데 책표지를 한꺼풀 벗겨보면 그안은
이런듯 검은 바탕의 평범한 색에 자신의 글자만을 보여주고 있다.
색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하고,
화려한 꺼풀이면에는 순수한 본인들의 색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듯이...
아무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이름에 색깔이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
어느 순간 그들로부터 단절된 쓰쿠루가 16년이 흐른 뒤,
왜 자신이 그들에게서 단절이 되어야만 했는지
그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현실과 꿈의 세계도...
하루키의 소설은 일상의 세계에서 이야기의 끈을 잡아나간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일상적인 겉모습과 달리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다.
< 인물의 구성 >
사실 색채가 없는 것은 쓰쿠루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무척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무 살 시점에 다자키 스쿠루처럼 인생의 발걸음을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갖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에게 스무살은 우주와 세계, 그리고 자신을 다시보게 하는 감성의 본향이다. 스무살을 넘어서는 순간, 인간은 영원히 그 본향과 멀어지는 운명을 맞이한다.
자살을 생각하기 이전의 너무나 평범하고 특징없는 소년의 얼굴이었던 쓰쿠루는 20대를 거쳐 20대 이전의 그와는 다른 사고와 다른 겉모습을 갖게 된다.
마치 표피를 벗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나방처럼...
쓰쿠루의 상실감과 절망감은 친구로부터의 소외가 아닌 사실 이 근본적 한계가 원인일 수 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삶속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고 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지만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사라의 말처럼
직면해야 만 하는 사실들을 인식해야만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건 의지를 가진 저마다의 인간이라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이 책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내면에 대해 담담하게 진행해 나가면서, 사색하도록 하는 하루키만의 특징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1Q84 와 중첩되는,
깊은 밤에 대한 두려움,
파멸로 내몰수 있는 작은 난장이에 대한 경고... 등등의 표현이나 소재는 상상력의 빈곤을 느끼게도 한다.
또한 너무나 무덤덤하게 지내는 쓰쿠루의 지난 16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사라의 역할은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16년전의 그 단절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
여전히 쓰쿠루와의 단절을 회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세 친구들의 모습은
그리고 16년전의 그 일과 그 이후의 일들을 엮어나가는 전개는,
과거의 하루키의 느낌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비범함이 평범함에 뭍혀 버린 것일까???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출발역인가? 종착역인가요?
아니면, 출발역과 종착역의 중간 역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떠돌다 멈춰서 있는 역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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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록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새롭게 몸을 채운 물질이 무엇이든, 쓰쿠루는 그 내용물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인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그것들은 그림자의 무리로서 그의 몸에 머물고 그림자의 알을 한가득 낳았다. 이윽고 어둠이 사라지고 희미한 빛이 돌아오면 새들은 다시 날아와 그의 몸에 붙은 살을 세차게 쪼아 댔다. 그럴 때, 그는 자신이면서 자신이 아니었다. 다자키 쓰쿠루이면서 다자키 쓰쿠루가 아니었다.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느끼면 그는 자신의 몸을 떠났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무통의 장소에서 아픔을 견디는 다자키 쓰쿠루의 모습을 관찰했다. 의식을 강하게 집중하면 그것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 가는 거야"
"내용이 없기에 설령 일시적이라 해도, 거기서 쉴 자리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밤에 활동하는 고독한 새가 사람이 살지 않는 어느 집 지붕 뒤편에서 한낮의 안전한 휴식처를 구하듯이. 새들은 아마도 그 텅 비고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공간을 마음에 들어한 것이다."
"일단 말로 해 버리면 그것이 실재하는 것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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