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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세자매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3. 9.

안똔체홉의 대표적 장막극중 하나이자  "안똔체홉 철학의 완성적 서사시" 라고 하는 "세자매"

2024년 안똔체홉극장의 8대 장막전의 세 번째 작품이네요.

장막극답게 1,2막이 있는 1부는 80분, 3, 4막이 있는 2부는 85분의 공연시간입니다.

중간 15분의 휴식이 없다면 정말 극도의 집중력이 있어야만 하는....

15분의 휴식이 있더라도 대사의 내용을 음미하려면 집중력은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배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렌지 카드의 시효도 이제 한달 밖에는 안 남았네요.

24년 시즌권을 구매할 것인지 고민이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예매신청 후 오늘도 공연 세 시간전 이렇게 핸드폰으로 좌석이 배정된 티켓이 날아오네요.

 

 

안똔체홉학회

 

이 작품은 러시아 사실주의희곡의 거장 안똔 체홉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체홉연출의 대가 전훈의 번역, 연출로 41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을 수상한 2시간 40분짜리 고전명작이다. 그 지루하다는 체홉을 전혀 지루하지않게 만들기로 유명한 연출자의 말을 빌면 ‘체홉의 4대장막은 원래 지루한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라면 사실주의 작품의 가장 중요한 ‘구어체 번역’이 한국에 없었고, 대사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정말 드러내지 않고 연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그가 번역한 체홉의 희곡은 대화체라 술술 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사에 드러나지 않은 등장인물의 속마음에 대한 진실한 표출이 극적 긴장감을 주기 충분했다. 더불어 연출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던 연기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여 마치 감독의 작전대로만 움직이는 선수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연기법의 실행으로 무대에서 진실을 찾는 연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결국 연극은 배우예술이라는 본질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 변방의 어느 군사도시

작고한 육군장성인 아버지의 기일이자 막내 이리나의 스무해 생일을 맞아 젊은 사남매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각자의 꿈을 쫓는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첫째 올가는 그곳에서 교육보다는 행정에 시달리는 중학교사로(후에 교장이 된다),

유명한 교수를 꿈꿨던 맏아들 안드레이는 그저 그런 말단공무원으로,

둘째 마새는 실패한 결혼과 불륜의 상처만 남고,

막내 이리나는 희망없는 직업에 약혼자가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하지만 그들은 비록 현재의 삶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남은 생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고 성실하게 살아내어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기로 다짐한다.


 

장막극 답게 다양한 인물과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오늘은 

정연주 (올가 역), 서송희 (마샤 역), 정유림 (이리나 역), 이주환 (안드레이 역), 강희만 (끌루이긴 역), 이지수 (나타샤 역), 진남수 (대장 베르쉬닌 역), 장정인 (뚜젠바흐 역), 조희제 (살료늬 역), 박장용 (군의관 역), 정창옥 (시의회 수위 역), 조경미 (유모 역), 젉음 군인들, 젊은 시녀 역의 배우님들께서 활약해 주십니다.

 

안똔체홉극장 공연 작품을 보아온 것도 1년 여가 되어가다보니, 아무래도 배우님들이 눈에 많이 익네요.

어떤 배우님들은 배역마다 새로운 모습에 놀라기도 한 반면에

어떤 배우님들은 작품마다 비슷한 연기스펙트럼을 보여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안똔체홉의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이 비슷한 부분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정유림 배우님은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보이는 이리나 역을 멋지게 소화해 내시네요.

진남수 배우님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대사모습도 인상깊네요

 

 

군대에 의해 도시가 유지되고 있는 러시아 변방의 어느 도시.

세기 초 거부할 수 없는 사회의 변혁을 예견하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러시아의 변혁만큼이나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성공에, 자신의 꿈에 도달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가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삶은 의지대로 되어가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사회의 변혁을 예견한다. 그리고 변화된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지에 대해서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희망대로 미래를 그려본다.

 

누군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가 그저 껍데기에 존재할 뿐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반대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같은 인간과 사물들,

그런 존재들에게는 무엇이 의미있는 것이고, 삶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

 

이 세상엔 아무 것도 없어.
우리라는 인간도 없어 우린 존재하지 않아.
다만 존재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뿐이지....

 

철학적 질문과 대답들로 이루어진 연극은

결국 하루하루의 충실한 삶, 일하는 기쁨을 살아감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영원히 사라지고 잊혀질거야.
하지만 현재의 역경은 후세대의 기쁨으로 바뀌어 행복과 평화가 이 땅에 찾아올거야. 
그리고 우리를 그리워하고 축복해 줄 거야

 

안똔체홉의 작품을 보다보면

몰락해가는 러시아의 사회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부패하고 나약하고 무기력한 환경에 반항하고 환멸을 느끼면서도, 개개인 각자들은 아무런 의욕도 갖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세자매" 또한 안똔체홉의 다른 작품과 비슷한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변혁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하는 사람들

누군가는 변화에 도태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미래를 꿈꾸고 희망하고 열정을 쏟아갑니다.

민중은 본인의 역할, 각자의 일을 통해서 미래를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안똔체홉의 생각은 극중 곳곳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그의 사후에 일어난 "러시아 혁명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어쩌랴, 러시아 혁명에 의해 일어난 공산주의 또한 결국 부패하고 나약하고 무기력함으로 귀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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