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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안똔체홉극장- 벚꽃동산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4. 23.

안똔체홉극장의 봄 레퍼토리 중

첫 번째는 '벚꽃동산" 이네요.

 

사실 유명한 안톤체홉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저에게도 처음입니다.

벚꽃동산이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체리동산이라고 하네요

붉은색의 포스터를 쓴 이유는 체리의 색깔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느 귀족의 아름다운 몰락이라고 써 있지만

몰락이라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몰락의 자리에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귀족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죠

저는 오렌지패스를 가지고 있어서 벚꽃동산을 2번 관람했습니다.

한번은 승훈이와 함께.

한번은 저 혼자(당근마켓을 통해 다른 한 분을 초대해서 같이 보게 되었죠)

 

첫 번째 공연의 캐스팅은

남명지(라넵스까야), 유태균(가예프), 로빠힌(조환), 최지훈(뻬쨔), 박장용(피르스), 정연주(바랴), 한소진(아냐), 노수린(샤를로따), 조희제(삐쉭), 류종현(야샤), 장희수(두나샤),  박준홍(예삐호도프)

 

두 번째 공연의 캐스팅은

성병숙(라넵스까야), 유태균(가예프), 로빠힌(조환), 신우혁(뻬쨔), 정창옥(피르스), 정연주(바랴), 한소진(아냐), 노수린(샤를로따), 김병춘(삐쉭), 류종현(야샤), 장희수(두나샤), 박준홍(예삐호도프), 박장용(행인), 나신영(손님), 진민혁(손님)

무대는 간결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집니다.

 

작품에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합니다.

구시대적 품위와 영광만 생각하는 귀족.

망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사랑과 친절만으로 포장된 여귀족

농노해방과 함께 새로운 신흥세력으로 등장하는 상인

농노해방의 시대를 거부한 체 과거의 구속적 삶을 살고자 하는 집사하인

노동과 이상주의를 말하는 철학자 대학생

새로운 세상과 사상에 눈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여성

빚더미에 살지만 낙천적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웃주민 등등

 

각자의 개성대로, 각자의 성격대로 그들은 삶을 살아갑니다.

그 삶에는 정답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흥망성쇠는 남게 되겠죠

 

 

STORY

20세기 초, 러시아 어느 지방.
귀족출신의 미망인 라넵스까야는 5년만에 프랑스에서 자신의 영지로 돌아온다.
자신의 아들이 익사했고, 남편이 알콜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그곳으로.
그곳은 이제 희망이 없는 빚더미로 변하고 말았는데, 그동안 큰 부자가 된 그 집안의 농노출신 로빠힌이 그녀에게 체리농원을 없애고 별장지로 바꾼 후 임대사업을 하면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해결책을 내놓지만 가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체리농원이 잘려지는 것을 심각하게 여기며 그녀의 오빠 역시 그 제안을 거절한다.
한편 외동딸 아냐는 그 집안의 가정교사였던 뻬쨔의 진보적인 사상에 동의를 하고 귀족신분을 버리고 신여성이 될 것을 다짐한다.
몇 달 후, 영지는 결국 경매에 들어가게 되는데 공교롭게 부인은 그날 파티를 벌인다.

파티 도중 영지를 산 사람이 밝혀지는데...

[벚꽃동산]의 메타포  -안똔체홉학회 학술부

체홉은 독특한 발상으로 작품 속에 많은 풍자적 메타포를 내포한다.
그는 이런 메타포를 등장인물의 이름에도 즐겨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주인공 라넵스까야의 이름은 류보비(Любовь) 즉 LOVE라는 뜻으로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뜻도 있지만 아무런 현실적 능력은 없고 사랑 밖에 모르는 그런 여자로 상징된다.

그리고 1막에서 그 많은 방 중에 하필 조그마한 어린이 방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장면은 그들의 정신적 미성숙, 미래보다는 추억만을 생각하는 정체된 사회를 상징하며, 벚꽃동산이 시작되는 길목에 낡은 예배당 앞뜰의 묘지터가 배경인 2막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수많은 하층민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벚꽃동산이라고 말하는 이것은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데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이 발표된 이듬해에 러시아 1차혁명(1905)이 일어났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또한,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파티를 여는 3막의 상황은 아이러니의 진수를 보여준다. 눈 앞에 다가 오는 현실을 망각한 채 정신이 나간듯이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무지와 나태를 용납할 수 없음을, 4막에서 모두 새로움을 치장하며 각자의 길로 떠나며 막을 내리지만 현실은 또 실수를 반복하고야 만다는 이 희곡의 아이러니와 메타포는 가히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문학의 정점을 찍는 Masterpiece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로빠힌'은 말합니다

우린 서로서로 잘난 체 하지만 인생은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
이 땅에는 자기가 무엇때문에 사는지도 모르며 사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을 한다면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뻬쨔'는 말합니다

지난 길을 뒤돌아 보지 마세요.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자기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같은 작품의 공연을 주요 배역의 다른 캐스팅을 통한 관람을 하고 보니,

배역 한 명, 한 명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분위기, 극전개들이 차이가 나는지 극명하게 비교가 됩니다.

 

남명지 배우가 라넵스까야 역을, 박장용 배우가 피르스 역을 맡아서 극이 전개되었을 때는

웃음적 요소가 많이 빠진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어쩌면 몰락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귀족가문의 모습.

우아한 모습의 여자귀족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그리고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는 집사하인의 모습 등이 진행되는 등 

연극이 전체적으로는 정통극의 모습이 물씬 풍겨왔다고 생각됩니다.

 

반면

성병숙 배우가 라넵스까야 역을, 정창옥 배구가 피르스 역을 맡아서 극이 전개되었을 때는

정통극이기는 하지만 희극적 요소가 더 많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성병숙 배우, 김병춘 배우께서는 에드립들을 더 가미함으로써 웃음적 요소들을 더 부여했구요.

정창옥 배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변화를 거부한 집사하인의 삶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음을 느끼게 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