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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영화

어느 가족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8. 1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면서

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일상속에서 어쩌면 저렇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

이번 어느 가족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이전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영화는 여전히 이전 그의 작품들처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속 할머니, 부부, 누나, 동생, 여동생 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점만 뺀다면

할머니의 연금과 아빠의 막노동, 엄마의 맞벌이(해고 되지만), 웃음이 가득하고 연애를 하는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다섯 살 짜리 여자아이를 받아들이고 품에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은 그것을 유괴라고 하는 기존의 인식조차도 관객이 거부하게 한다.

 

영화는 중반까지의 다소 기괴한 도둑질과 함께 아름다운 가족의 삶을 보여주지만

중반이후 우리가 가족이라고 믿고 있었던 영화속 시바타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면서 우리에게 커다란 질문을 하나 던진다

법적,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하지만 가족 구성원간 어떤 교류도 가지고 있는 가족과

법적, 제도적 뿐만 아니라 피 한 방울 썩이지 않았지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형태의 시바타 들의 모임중

어느 것이 진정 가족의 모습인지를 묻는다.



나는 일본의 일상적인 삶을 알지 못한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복지가 강하고,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경제 대국이고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어두운 면도 보여준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일용잡부 일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아빠 시바타 오사무의 삶.

그 조차도 다치게 되었으나 사회보장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일본사회.



못사는 사람들끼리 더 가난해 지라는 것

 

워크쉐어 라는 미명하에 회사에서 잘린 엄마 시바타 노부요의 삶 또한 정상적인 일본의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남편과의 사별뒤 가짜 가족들을 통해 조금은 행복하게 죽음을 맞았을런지도 모르는 할머니 시바타 하츠에의 삶



사람과의 관계는 돈에 연결된 관계

라며, 사람과의 관계를 냉소하고 유리너머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경제생활을 이어가지만 다른 사람과의 사랑있는 관계를 꿈꾸는 시바타 아키의 삶.


부모를 잃은 기억을 간직한 체,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지만, 오사무를 아빠, 노부요를 엄마, 유리를 여동생이라 부르지 않고 조용히 어우러지고 있는 남자 아이 쇼타의 삶,



진짜 아빠, 엄마의 폭력에서 벗어나 시타바 일행의 하나가 되어가는 유리(나중의 린)의 삶.



취조실속, 엄마이고픈 시바타 노부요는 울먹이며 경찰에게 말한다

낳아야만 엄마인가요?

우리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그 질문,

형사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낳지 않으면 엄마가 될 수 없으니까요


영화는 잔인하다.

우리가 원하는 답을 말하지 않는다.

아니 그 답에 눈물을 훔치며 인정하는 노부요를 그저 조용히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엄마였으면 했던 '노부요'도 혼란했던 것이 아닐까... (삶의 여건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자들이 모여서 행복했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엄마라고 불리지 않은 것에 개의치 않았으나

어른의 삶과 생각이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있어 강요가 될 수 있겠구나? 
자신의 답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을 그 순간 느낀게 아닐까 라는...

대화는 어른들간에 하는데. 그 대화속에
가족의 일환이어야 할 아이의 입장이 빠졌던 걸 느끼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느낌이랄까


영화속 스위미이야기는 이들에게 다가올 어려움을 암시하는 듯하다.

커다란 물고기 앞에서 힘없고 작은 물고기들이 뭉치고 뭉쳐서 더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해 커다란 물고기를 물리친다는 스위미이야기는

일본의 일반사회에서 탈락한 듯한 힘없고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시바타일행이 기존의 관습적 가족과 갈등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관습적 가족관계를 뛰어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노부요와는 언제 사랑(관계)를 갖느냐

는 아키의 질문에 오사무는 대답한다.


우리는 그렇게 없어도 된다. 그런 관계가 아니다


법적 문제도 육체적 관계가 없어도 된다는 그의 말은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는 "낳아야만 엄마인가요?"라던 노부요의 질문과 연결된다.

하지만 영화는 오사무와 노부요의 관계를 담아낸다.

격정적인 사랑이나 에로티시즘과는 상관없이 지극히 평온한(식사를 하다가) 관계를 맺는 장면은,

취조관의 질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은 체 눈물짓던 노부요의 모습처럼,

가족간에 육체적 관계가 없어도 괜찮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 던지는 질문같은 장면이다


6명의 등장인물은 한 장소에서 자고, 먹고, 생활한다.

일반적인 가정처럼 한 테두리안에서 생활해 나가고, 어느 가족보다 끈끈해 보였던 삶들은 사실 각자의 어두운 상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상처들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봉합만으로는 완전한 가정을 완성하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속 시바타 가족은, 법률적인 진짜 가족들마냥

아빠, 엄마, 아들, , 할머니, 고모처럼 우리가 익히 아는 가족의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영화의 잔인함은

하나로 합쳐지기를 원하는 나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해체의 단계로 진행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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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소리에 가족들이 하나둘씩 마루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들이 머무는 낡고 허름한 공간에서는 불꽃이 보이지 않는다.

소리만으로 펑펑터지는 그 하늘을 보며

그들 각자는 비로소 불꽃이라는 하나의 상상을 하게 된다

 

한 공간에 있을 뿐 한 곳을 보지 못하고, 하나가 되지 못하는 제도적 가족들에게

상상만으로도 하나가 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이 장면은 그래서 제도적 가족에 대한 반론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마치 보여지는 그 모습이 진실만은 아니라는 듯 너무나 평온하게...

 

그러나 중국의 포스터처럼 아름답고 환한 불꽃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영화는 끝내 불꽃의 어떠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가 이들에게 들어맞는다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도 거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들이 상상하는 각자의 상상이 하나의 상상이 아니고 각각의 상상에 그쳤을 수 도 있다.

가족이라는 것이 강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남자 아이 쇼타를 주웠던 곳을 말하며, 부모를 찾으라는 엄마이고 싶었던 그녀의 말은

가족을 지키는 것은 자신들의 능력밖임을, 한계를 보여줄 뿐이다.

이제는 아빠가 아니라 아저씨로 돌아갈게.

 

아빠이고 싶었지만 아빠라는 불림을 들을 수 없었던 오사무의 그 말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아픔이었다.

아빠라고 불러달라는 '오사무'에 대해 '쇼타'는 아빠라고 부르는 선택을 하지 않아 왔었다.

가족은 선택하는 것일까? 선택당하는 것일까?

영화는 이쯤에서 이 질문에 대하여 다시 우리의 가슴을 다시 희망으로 이끈다.

현실적인 제약은 그들 가슴속에 숨겨진 마음을 말로써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극복되는 듯하다.

허물어질 듯, 허물어질 듯 하지만 허물어지지 않고 있는 시바타 일행의 집을 다시 찾은 아키의 장면은 시바타 가족이 다시 살아나갈 터전의 모습을 희망하게 한다.  


아 빠

 

하룻밤 같이 자고 떠나는 차 안 쇼타의 말은, 이제는 아저씨가 아니라 시바타의 아빠와 아들로 살아갈 그들을 희망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잔인하기만 하다.

시바타 가족에게서 배운 노래를 부르며 베란다 너머를 바라보는 ‘쥬리의 모습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어떤 결말도 내리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라지만 내게는 베란다의 높은 담장만큼 높은 현실의 벽이 또한번 드리워지는 것 같은 무거움을 느끼게 한다.

아마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의 엔딩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못하고 뭔가가 더 있지는 않을까 라는 아쉬움을 간직하는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여전히 가족의 의미를 찾는 탐색을 할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가족영화는 계속 될 것 같다.

어느 가족의 결론이 없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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