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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제3회 연극 판 페스티벌, 세 판: 감마선에 노출되어 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11. 9.

제목이나 제목의 길이부터가 뭔가 연극적이지 않을 것 같은... 히어로물 연극이라니...

궁금하네요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펴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

 

극장은 몇 번의 공연관람으로 알고 있는 동숭무대소극장.

매번 입구 오른쪽 편 객석에 앉다가 이번에는 왼쪽 편 객석에 앉아봅니다.

 

역시나 B급의 히어로 코믹극 답게 70분의 공연시간동안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슈퍼히어로 3명만 나올 줄 알았더니 7명의 배우가 나오는 스케일이네요.

 

신정만 (스컹크맨, 최만수 역), 박신후 (블루씨스루 이강재 역), 류진현 (레드플라이 고혜정 역), 민지혁 (그린타키온 진순남 박사 역), 김연진, 이민아, 김준희 (멀티 역) 배우 가 출연하십니다

연기들을 감칠맛나게들 하시네요.

 

시놉시스

 

세 명의 히어로가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자신들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원치 않게 히어로가 되었고

그동안 국민과 국가, 나아가 지구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나이도 들었고 힘들어서 히어로를 관두겠노라고.

중년의 나이에 히어로가 된 세 박사는 스컹크맨과 블루씨스루 그리고 레드플라이라고 불린다.

스컹크맨은 방귀를 뀌어 질식시키는 능력, 불루씨스루는 투시 능력, 레드플라이는 커다란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이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하던 도중, 또 한 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그는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남자, 그린타키온이다.

그는 자신 혼자라도 히어로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한다.

히어로들 간의 의견 충돌과 각자의 속사정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세 명의 히어로들은 지구를 포기할 것인가? 그렇다면 지구는 누가 지키는가! 과연 지구의 운명은?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연극의 시작은 세 명의 슈퍼히어로가 히어로의 삶은 포기하겠다는 기자회견으로 시작합니다.

왜? 라는 질문에 슈퍼히어로의 삶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는 자신의 삶, 가족과의 삶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을 소회합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히어로들의 자기희생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슈퍼히어로 자신은 행복한 삶일까? 라는 궁극적 질문의 출발점에서 연극이 시작함을 관객에게 알리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극의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에서는 슈퍼히어로조차도 시기와 질투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슈퍼히어로이긴 하지만 그들또한 한 명의 객체이자 인간임을 말하는 듯 합니다.


우린 히어로의 삶을 강요당한 채 살아왔습니다.

단지 방귀 좀 뀌고, 투시 좀 하고, 날개 좀 펄럭거린다는 이유로 사오십 대의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우리에게 사생활은 없었습니다. 히어로가 된 지금의 삶은 우리가 원했던 삶이 아닙니다. 우리의 능력 또한 우리가 원했던 능력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가족이 있습니다. 아무리 국가와 인류를 위해 희생한다 해도 내 가족보다 우선일 순 없습니다.


 

이야기는 마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연속 시리즈물 같이 전개됩니다.

시즌 1의 종료와 함께 시즌 2에 대한 예고, 그리고 시즌 사이의 광고.

시즌 2의 시작은 시즌 2의 예고편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시즌 2의 종료와 함께 한 시즌 3의 예고는 새로운 시즌(또다른 시나리오에 의한 공연) 에 대한 기대감을 품도록 구성해 놨습니다.

진짜 히어로물 영화처럼 말입니다.

히어로들이지만 우리와 비슷하게 고민하고, 사랑하고, 시기하는 모습을 보이며 종료된 연극은,

상처가 아물고 성장하는 히어로로 돌아오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합니다

 

소극장이기에 영화처럼 화려한 히어로물의 액션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히어로의 영웅적 서사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보다는

히어로라는 단어에 매몰되어져 있는 일반인으로서의 삶에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보면

오히려 단촐한 무대장치가 극의 성격에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시민적 히어로에 맞는 배우들의 연기와 주제의식에 맞는 무대소품들에 어울려진 연출이 인상깊었던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연극의 코믹적 요소와 전개는 슈퍼히어로들의 괴로움과 물음에 대한 답을 희석시키고 맙니다.

웃고 떠도는 사이에 이미 히어로들의 고민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중간에 있는 정치적 풍자는 직접적이긴 합니다. 이에 대한 호불호는 관객의 정치적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물론 슈퍼히어로들도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