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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연극 - 배우연습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11. 9.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은 2인극을 알리고, 국내 연극의 명맥을 잇자라는 취지로 매년 가을이면 대학로 주변에서 열리곤 하는데, 2명의 배우만 올라 70분간 연기를 선보이는 2인극이라는 특징이 있네요.

올해로 24회를 맞는다고 하니 역사도 깊고 의미도 남다른 페스티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2인극의 특성상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한참 진행중인 가운데 오늘 관람할 참가작은 공식참가작인 “배우연습”

집에서 가까운 소극장 공유 로 gogo..

소극장 공유는 지하철의 울림이 있어서 항상 불안함을 가지는 곳인데, 2인극에 완전히 몰입하기 위한 공간으로는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던 곳인데... 역시나 오늘도 환경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공연은 30대의 한정윤 역에 박정림 배우님이, 20대의 양혜자 역에 박해란 배우님이 출연해서 연기를 보여주시네요.

시놉시스

 
30대 정윤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씻어내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20대 배우 혜자가 그녀의 연기 선생이다
서로 마주보고 대사를 나누면서, 두사람은 각자의 문제적 삶과 대면한다.
상처를 앓는 사람들은 닮았다.
가면을 쓰자.
모두는 솔직해지고 하나로 연결되었다


무언가 꽉막힌 가슴의 억눌림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연기연습실.

그곳에서의 첫 수업에서 그들의 단어는, 그들의 몸짓은 서로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지지 못하고 피상적일 뿐이다.

그러나 수업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서로가 닮아가고 서로에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간다.

배우연습이라는 끈을 통해 그들은 연결되어간다.

 

정윤은 말합니다.

연기를 통해서, 연기는 자신이 아닌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자신은 솔직해 질 수 있었다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기연습, 배우연습은 누군가를 연기하는 가면을 쓴 작업같지만(자신이 아닌 남이라는 사람), 결국은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배역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배역에 투영되어야 하기도 하니까요.

 

극 초반 박정림 배우의 어눌한 대사톤과 다가서지 못하는 손짓, 움직임, 발걸음의 연기표현은 자신의 폐쇄성에 대한 모습을,

그리고 극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러운 대사톤과, 자연스러운 손짓, 움직임, 발걸음으로 변화되는 연기표현은

누군가와의 배우연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지고 서로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허울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라는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연극에서는 연기(배역)라는 가면을 써야만 솔직해 지는 모습을 보이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과연 가면을 쓴 것은 일상의 나일까? 배역연기를 하고 있는 나일까? 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일상의 나야말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들키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오히려 가면의 뒤에 숨은 것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연기 배역)이 되어야만 자신의 내면을 끄집어 낼수 있다면 연기 배역이야말로 본인 자신이 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