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공연들을 보다보면 역시나 대학로 및 그 주변에는 수많은 소극장이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오늘 공연장은 혜화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나온씨어터”입니다.
나온씨어터 극장건물 1층에는 제법 여유롭고 커피맛이 좋은 카페가 위치하고 있으니, 극장안에서 대기하는 것보다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하는게 좋습니다.
큰 길가에 있지 않아서 약간 어두운 극장입구지만 실제 지하공연장의 컨디션은 괜찮아 보입니다.
오늘 보게되는 연극 “어슬렁”은 2020년 신촌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제 12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은 물론 제 5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올해 연극 판(PAAN) 페스티벌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공연을 제작한 극단907(구공칠)은
지금 여기에 사는 한 인간이 왜,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연극으로 만들고자(하는 것)
을 과제로 삼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오늘 공연은
배선희 (자연 역), 하영미 (영미 역) 배우님이시다.
배선희 배우와 하영미 배우의 훌륭한 케미로 극의 몰입감과 완성도도 커지구요
배선희 배우는 극중 머리모양과 포스터 머리모양이 다르네요. 그래서 인지 연기에 대한 느낌이 훨씬 살아있습니다.
연기 속 감정의 변화들에 묘한 매력을 심어 놓습니다.
시놉시스
2020년 5월. 아직 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기 시작하던,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고 조심하던 때
크지 않은 빌라 옥탑의 조소학원에 두 사람이 들어선다.
“넌 어슬렁거리면서 내게로 와”
“어슬렁-거리다”
몸집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몸을 조금 흔들며 계속 천천히 걸어 다니다.
어슬렁, 어슬렁
“어슬렁”은 몸집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몸을 조금 흔들며 계속 천천히 걸어 다니는 모양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의 자연과 영미는 몸집이 크지는 않다.
그 둘은 빠르지도 뛰지도 않는다.. 그저 천천히 천천히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
오히려 어슬렁의 느낌을 주는 것은 그들의 몸짓이나 동작이 아니라 대사들이다.
극의 초반과 중반 둘의 대사와 말들은 어슬렁 어슬렁... 둘 간의 거리를 줄이지 못한다.
그런 느낌을 극대화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둘의 어눌하고 느린 말투의 설정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감정의 변화, 유머코드와도 매칭이 된다.
그런 어눌함과 어슬렁거림이 있었기에.
어눌하고 어슬렁 거리는 대사와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의 표현을 통해 변화를 보인다.
자연이 노래를 듣자고 하면서 스마튼폰을 틀었을 때는 음악의 음향은 생략되고 무대배경 속에 가사들이 지나간다. 마치 아직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할 수 없다는 듯이...
그리고 영미의 “Kokomo”가 나왔을 때는 가사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영미의 춤이 자연의 춤으로 옮겨진다.
드디어 어슬렁거리지 않고 글이 없어도, 말이 없어도 하나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변화됨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조명이 다 꺼지고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 속애서 대화하는 장면에 이르러서 둘은 진정 하나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연극 “어슬렁”의 특징 중 하나는
배우들의 인사이후 (커튼콜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두워진 무대 위 2개의 조소를 비추는 조명 속에서 둘의 녹음된 대사가 이어지는 장면이다.
어쩌면 우리가 희망하던, 생각하던 둘의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코로나 시대를 지난 지금,
나와 너의 관계, 우리의 관계, 사회의 관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고 듣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에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불편해 하는 시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눌하고 어슬렁 어슬렁 거리고 느리지만 결국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되어간다.
아니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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