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연은 18회를 맞이하는 "D.FESTA 소극장축제 in 서울" 참여작중 하나인 "공원 벤치가 견뎌야 하는 상실의 무게"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2020년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나름의 작품성은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또 배우진의 경우에도 2024년 제34회 거창국제연극제 여자배우 주연상(정소영 배우) 수상으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고 하네요.
작품에서 주는 호기심. 궁금하네요
오늘 공연에는 역시나 정소영 배우님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하시고, 원완규님이 남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치십니다.
공연장으로 들어서니 무대세팅을 축소해 놓은 미니어쳐가 있네요.
아! 이런 분위기의 배경에서 극이 진행되고 있구나 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역시나 무대는 벤치 하나가 놓여져 있습니다.
제목과 어울리는 무대장치인데요.
과연 저런 일반적인 벤치가 어떻게 상실의 무게를 견뎌낼까요?
시놉시스
중년의 평범한 회사원 원일. 그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한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슬픔과 죄책감에 빠져 있다.
명퇴 사실을 숨기고 3년 동안이나 출근하는 척 집을 나와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친구. 원인은 최소한의 도리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친구가 시간을 보냈다는 공원 벤치에 앉아 그가 남긴 다이어리를 읽기 시작한다.
그런 원일의 주변을 서성이는 중년의 주부, 지영. 자신에게 볼 일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 관심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원일. 실은 지영이 원일의 주변을 서성인 것은 그가 앉아 있던 공원 벤치 때문. 그녀는 자리를 비켜줄 수 없겠느냐고 묻는다.
무례하기까지 한 지영의 부탁에 황당해하는 원일. 그는 지영이 얼마 전 모친을 잃었다는 것, 원일의 친구처럼 지영의 모친도 이 공원 벤치에 나와 외롭게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원일과 마찬가지로 지영도 이곳에서 모친이 못다 한 뜨개질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정은 딱하지만, 그 역시 상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던 터라 벤치를 양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 결국 벤치를 공유하게 되는데….
친구의 죽음에 마주한 남자, 엄마의 죽음에 마주한 여자.
각자의 사연으로 벤치를 찾는 중년의 남자와 중년의 여자.
각각의 상실의 아픔으로 빈 공간이 되어진 둘의 마음,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슬픔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상실의 슬픔을 슬픔자체로 봐줬으면 하는 여자.
상실의 슬픔을 이겨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는 남자.
둘의 간극은 그러나 며칠간의 사건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며 메워진다.
상투적일 수 있는, 불륜일 수 있는 이야기가 상투적이지 않고 불륜스럽지 않는 설득력은 두 배우의 연기력 때문이리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물 흐르듯한 연기는, 힘들이지 않아도 얼마나 관객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왜 연기에 힘을 빼라는지를 지극히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정소영 배우님이 왜 연기상을 받으셨는지 알 수 있었던, 그리고 정소영 배우님의 연기와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 원완규 님이 연기도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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