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에 보기만 하던, 이름으로는 많이 듣던 "연우소극장"을 드디어 가보게 됩니다.
오늘 관람하게 될 연극은 "나는 아니다"
공연시간까지 남는 시간은 연우소극장 옆에 있는 "JCC 아트센터",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을 둘러봅니다
이 건물들은 일본의 거장 "안도타다오"에 의해 건축되었는데요
‘길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부딪히며 대화한다’는 테마를 가지고
혜화문(惠化門)을 향해 오르는 작은 언덕길 위에 자신의 건축물을 설계하였다.
건물들은 보는 곳에 상관없이 사선의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쉼터에서 자연과 마주칠 수 있게 되어 있네요 (열린 공간임을 표방하는데도 입장금지로 접근을 막아놓은 곳들이 있어서 아쉽네요)
작은 공간에 앉아 쉼을 가진 후 연우소극장에서의 "나는 아니다" 관람.
김이율 작가는
"나는 아니다" 라는 외침은 단순한 반발이 아니라 자아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진실'한 나를 찾기 위한 투쟁입니다.
반대로 "나는 아니다" 라는 외침은 '진실'을 거부하고자하는 부정과 비겁의 말이기도 합니다.
과연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 걸까.
이 연극이 바로 내 안의 거울입니다.
라고 작품의 의도를 말하는데요.
진실이라는 단어와 정반대로 대립되는 부정, 비겁이라는 단어 사이에 어떤 간극들이 존재하는지를 찾는 것이 이 작품의 관람포인트 일 것 같습니다.
연우소극장은 생각보다 극장 환경이 좋지는 않네요. ㅜㅜ
출입구를 들어가면 무대가 나오는데, 출입구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관람석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공간 아울"과도 같은 구조)
이날은 환기도 잘 안되고, 에어콘은 틀었으나 약간 더웠다는... (외투를 벗으라는 사전 안내가 있기는 했지만).
하지만 무대와 관람석의 높이차가 많지 않고 관람석과 무대가 멀지는 않아서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보기는 괜찮네요.
배우분들은 더블 혹은 트리플로 캐스팅되었는데요.
오늘은 김영민(마창석 역), 김정필(수사관 역), 유귀영(최민중 역), 양시현(무당), 이송이(새끼무당 역), 강인기(주방장 역), 민경록(조폭 역), 최상민, 안현(경호원 역) 배우님들이 활약해 주십니다.
무대에는 제단 같은 소품장치가 단촐하게 극의 시작과 함께 합니다. 이 장치는 극의 마지막에도 등장하구요.
액운을 떨치기 위한 굿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액운을 떨치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하는 "업보"를 이야기 합니다.
그 "업보"는 그러나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조작되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시놉시스
철가방 마창석은
어린 아들의 무탈을 기원하며 굿판을 연다
무당은 그에게 빨간 팬티를 입으면 아들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말한다
한편,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마창석은 희한한 영화사에 오디션을 보러간다.
제작자로 둔갑한 수사관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마창석을 국가권력의 희생양으로 조작을 감행하는데...
조작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진한 풍자와 아픔으로 꾸몄다.
과연, 이 시대의 마창석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극의 주제는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극의 전개는 희극적입니다.
진실을 모르는 한 사람을 둘러싼 다수의 사람들의 속임과 조작은
진실을 모르는 한 사람에게는 비극의 결과이지만 속임과 조작을 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의 과정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합니다.
비극적인 결과를 모르는 한 사람의 행동은 희극적이고 우스꽝스럽기만 합니다.
반대로 희망의 결과를 얻는 다수의 사람들의 행동은 슬프고 모순적이어서 우스꽝스럽습니다.
마창석과 수사관은 각각
나는 아니다
를 말하고 상황을 부정합니다.
하지만 의미는 사뭇 다릅니다.
마창석은 조작에 의해 마주친 현실 앞, 자신에 대해 부정합니다.
반면 수사관은 현실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조작과 허위의 행동을 부정합니다.
이야기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게도 역사의 반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조작을 하고, 누군가는 그로 인해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한 조작과 위선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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