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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1번 출구 연극제 - 가족사진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9. 29.

연극 "가족사진"은 7번째를 맞이하는 1번 출구 연극제의 공식 참가작입니다.
이번 1번 출구 연극제는 '나의 첫 번째 연극'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2024 서울시 지역대표 공연예술제이기도 합니다.
9월 1일 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예술제의
공식 초청작으로는 "세상친구", "블루 도그스" 가
공식 참가작으로는 "나한테 시집오지 않을래요?", "부정", "가족사진", "상상병 환자", "예외와 관습" 이 공연되고 있네요
"가족사진"은 "공간 아울"에서 진행되네요. 일부 공연은 "세명대학교 민송아트홀 2관"에서 진행되기도 합니다

어둠이 밝음을 서서히 몰아내고 있는 시간, 한 잔의 음료와 함께 공연을 기다려 봅니다.
오늘 자리는 가장 앞 중앙이네요.
1열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공간 아울을 아무래도 1열( A열)이 배우들의 표정을 보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팔을 기대기도 편하구요)
하지만 입구쪽을 극 전개상 동선으로 쓰는 경우는 배우와 제가 마치 같이 공연하는 것 같은 위치가 되어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도 역시나 ㅜㅜ

 
가족사진과 희미한 가족사진을 조르고 있는 목줄에서 
극의 내용이 유추가 되기도 하구요, 가족희비극이라는 포스터의 글귀에서도 약간은 유추가 가능합니다.

행복은 잠깐이야

 
라는 글귀의 의미는 이 극을 끌어가는 모티브입니다.
하지만 동기가 될지언정 목적이 될 수 는 없는 글귀이기도 하죠. 

 

< 기획의도  >
불행을 미워하지 말자.
인생은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다.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없고, 행복이 없다면 불행도 없다. 
그러니 계속 닥칠 불행을 생각하며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나에게 다가온 잠깐의 행복에 소중함을 느끼길 바란다.
행복은 잠깐이다. 그러니 놓치지 말자.

연극의 기획의도는 명확하네요.
공존할 수 밖에 없는 행복과 불행.
삶의 고통과 불행에 아파하며 삶을 포기하려하지만 삶에 어디 불행만 있었을까요?
대다수의 우리는 행복은 단기 기억으로 남지만, 불행은 장기 기억으로 간직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불행에 고통스러워 합니다.
 
극의 주제는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너무도 일치합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개인의 삶을 펼쳐보면 슬픔과 고통이 많지만 그 하나하나는 우스꽝스럽다.
인간은 누구가 살아가면서 비계획적인 두려움, 공포, 고통의 감정과 마주한다는 면에서 희극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과 희망에도 불구하고 불행과 마주하게 될 때 찾게되는 죽음은 비극이다.
 
이번 공연의 배우들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고통과 불행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인물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또다시 맞이하는 하루하루의 걱정거리를 위태롭게 풀어가며 살아가는 희극적 인물들을 연기하고 있다.
 

시놉시스  


도시 변두리 허름한 골목, 영정사진만 찍어주는 사진관 '추억관'에 한 고등학생이 찾야와 영정사진을 찍어달라고 이야기한다. 가족들이 단체 자살을 하려한다는 고민을 사진사에게 털어놓게 되는 고등학생.
자살을 막을  방법을 찾던 사진사는고심 끝에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고등학생의 가족들을 '추억관'으로 데려오라고 이야기하는데 ...


불행과 맞서싸울 힘을 잃은 가족에게 남은 것은 죽음이다.

자살로 표현되는 많은 형태의 삶에 대한 부정은 그러나 어쩌면 강한 삶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은 긍정의 또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집단 자살은 생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너무도 컸기에 실망과 고통이 그만큼이나 컸던 것이리라.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살려는 의지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
 
이야기는 쇼펜하우어의 이런 철학을 그대로 담아낸다.
삶의 고통에, 희망이 사라짐에 철저하게 아파하고 자살을 하려고 하지만,
가족의 저녁식사를 미리 준비해 놓는 엄마처럼 말이다

 
오늘 공연은
김성태 (아빠 역), 이성순 (엄마 역), 류지훈 (삼촌 역), 명인호 (사진사 역), 안동기 (아들 역), 박소연 (딸 역) 배우님들이 나오셨다.
희비극 답게 자살이라는 비극적 요소를 베이스로 희극적 상황들을 깨알같이 섞어놓았다.
희비극을 넘나드는 연기들 펼쳐준다.
다만, 자연스러운 생활연기톤의 연기들 속에 연극톤 발성이나 동작들이 부자연스럽게 매칭되는 경우도 간혹 느껴지는 아쉬움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지 않은 주제를 100분이라는 시간 속에 잘 버무려 넣은 연극이라는 느낌.
 
사진을 찍을 때면 잠깐이지만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처럼
그리고 그 사진이 영원한 미소를 우리에게 품는 것처럼
잠깐의 행복이라도 소중히 여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