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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4. 6. 6.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더니

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의 아픔이자 우리나라의 아픔인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던 작가의 시선은

어느덧 우리나라의 또다른 아픔이자 광주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망언들이 나오고 있는 제주 4.3사건과 민간인 학살이라는 제주도민의 아픔을 다룬다.

살았었던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은 사랑과 아픔으로 연결되고,

경하와 인선의 기억과 아픔은 광주의 아픔과 제주의 아픔으로 연결된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

 

소설에서 눈은 , 경하와 인선을 연결한다.

빛인지 어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사이에서 느리게 느리게 하강하는 수천 수만의 하얀 눈송이들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 살았었던 자들과 살아있는 자들을 연결하고,정심과 인선을, 인선과 경하를 연결한다.

 

고통스러운 삶과 비극적인 역사의 기억에 마주친 세상속 누군가는 그러한 고통을 거부한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통속으로 들어간다. 아픔과 고통 속에서 한줄기 빛과 삶의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싸우는 인간의 간절함, 그리고 남은 자들의 사랑과 살았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사랑이야말로 아픔의 기억을 지워나가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금방 녹아 없어질 것 같은 약하디 약하고 차가운 눈이지만 그 눈을 받아내는 손 위에서는 무엇보다도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은폐와 거짓 속에 수많은 시간이 흘러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를 누군가는 원하겠지만, 그리고 한 명 두 명 세상에서 사라져가겠지만, 기억과 진실은 사람과 사람의 말로, 글자로 이어져 간다.

살았었던 자들의 자리는 살아가는 자들로 이어지며 죽음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작별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