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하늘은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햇살의 따스함과 바람의 선선함은 나를 이 곳 공원 한편 벤치에 묶어두는데 성공했다.
하루가 평화롭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구름이 평화롭고
아이들과 엄마의 시간이 평화롭다.
앵글밖 내 귓전을 울리는 새들의 울음도 평화롭기만 하다.
그렇게 장모님이 돌아가신지 1년을 맞는 제사의 시간은 평화롭다.
그러나 똑같은 동네, 똑같은 시간들이지만,
누군가의 부재함은 평화속 허허함을 느끼게 한다.
조금씩 부서져 내리는 담장에서
어딘가를 향하지만 출발하지 못하는 자전거마냥
부여 처가댁의 시간은 그렇게 부재함과 함께 조금씩 퇴락해 간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간절한 소망을 기원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의 싱그러움 속에서 허허함을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기원의 대상이 다를 것이다.
꽃의 시듬을 볼 것이고,
갈대의 쓸쓸함을 볼 것이고,
논의 잡풀이 더더욱 눈에 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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