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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체홉단편 선물세트 - 적들, 폴렌카, 청혼, 애수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12. 9.

2024년 겨울 체홉단편 선물세트로 접하게 될 오늘 공연은
"적들", "폴렌카", "청혼", "애수"  총 4편입니다.
각 작품이 평균 20분 내외로 공연을 하고 2편이 끝나는 시점에 휴식시간이 10분간 주어집니다.
 
"적들"은 오늘로 3번째. "청혼"은 2번째 관람이 되겠네요.
이상하게 "적들"은  관람일정상 많이 접하게 된다는...
다음 단편들 관람때도 "적들"이 있는데 ㅜㅜ

 
평일 늦은 시간대 공연이다 보니 조금은 피곤한 상태에서 안똔체홉극장에 도착했습니다.
조명이 들어오는 야간조형물과 커다란 화분, 몇 일전에는 보지 못했던 화분인데...
정말 극장앞에 조금씩 새단장을 해 나가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성병숙배우님께서 관람을 하러 오셨네요.
오늘 출연하는 배우들이나 다른 작품에 출연할 배우님들께서 대선배님과 인사하고 못다한 이야기들을 많이들 주고받는 모습을 귀동냥했습니다.
성병숙 배우님께서는 제가 너무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는...

 
"적들" 은 별도의 무대세팅이 필요하지 않은 무대는 그대로구요
내용은 그전에 봐왔던 부분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뭐라고 할까요 지금까지 본 "적들" 공연 중에서는 오늘이 제가 느끼기에는 감정들, 각자의 불쾌함들이 가장 잘 전달되었던 날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습니다.
"우혜인" 배우님에서  "서송희" 배우님으로 바뀐 부분이 서서히 안착이 된다고 할까요?
 
이전의 관람평은 아래 참고
https://kjk7326.tistory.com/16443717
https://kjk7326.tistory.com/16443773

체홉단편 선물세트-적들,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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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렌카" 에는 진민혁, 김세윤, 노명섭 배우님께서 출연하셨습니다.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오늘부터 그녀를 미워하기로 결심했어" 라고 하지만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폴렌카"
배경은 고전인데 사랑의 밀당의 모습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이네요.

 
"청혼" 에서는 여름때 봤던 무대세팅과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정경남 배우님은 이전 무대에서도 배역을 소화하셨는데, 이전의 강지현 배우님, 백상원 배우님을 대신하여 겨울시즌에는 박인옥, 전효진 배우님께서 활약해 주셨습니다.
두 분 배우님의 캐스팅에 변화가 생기면서 극은 이전에 비해 조금더 하이톤이고 유머스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이 관객에서 웃음을 많이 주기로 작정한 듯이, 현대적 요소나 연기들이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무대에서 움직이는 동선들과 동작도 많아지고, 빨라지면서 목소리 톤도 더 높아졌구요.
여름 버전이 블랙코메디적 분위기에 더 가까웠다면, 이번 버전은 코미디적 요소를 굳이 숨기려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과장스럽고 익살스러운 분위기가 극 전체적으로 조화로웠던 부분은 여름 버전보다는 이번 버전이 더 좋았던 듯!!!
 
이전의 관람평은 아래 참고
https://kjk7326.tistory.com/1644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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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는 이번에 처음에 관람하게 된 작품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많은 배우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창옥 배우님의 1인극에 가까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창옥 배우님의 연기가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성패를 좌우하는 작품이네요.
 
‘애수’의 원제는 “토스카(Тоска)” 라고 하네요. '까닭모를 깊은 슬픔' 이라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토스카(тоска)에는 “정신의 짓눌림, 영혼의 고통, 근심, 불안, 공포, 따분함, 비통, 비애, 비탄, 우수” 등이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한 늙은 마부가
자신의 아들을 갑자기 잃은 슬픔으로 비탄에 빠져 추운 것도, 손님이 오는 것도 잊은 채 거리에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라도 이번 주에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며, 자신의 처지를 말하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슬픔에 공감해 주지 않고 있죠.
결국 단지 오랜동안 그의 친구이자 동무였던 말에게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람의 언어인지, 말의 언어인지 구분할 수 없는 소리로 변하며 단편은 끝을 맺게 됩니다.
 
정창옥 배우님의 느릿느릿한 움직임, 그리고 슬픔을 품었지만 다 토해내지 못한 슬픔의 언어.
이제는 자신의 슬픔을 들어줄 단 한 존재인 말(이미 자신처럼 늙고 힘없어졌을)에게 건네는 언어가 변화(사람의 언어에서 말의 언어로) 되는 장면에서는 슬픔에 의해 잠식된 객체가 사람인지 말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불안과 공포 뒤의 절망까지 전달되어져 옵니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안톤 체홉의 작품 중 제게는 가장 울림이 있었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출연은 정창옥 배우님 외에도 정연주, 박민우, 노명섭, 진민혁, 정단휘, 나신영, 김세윤 배우님들께서 수고해 주셨네요.

 
커튼콜은 작품별로 출연하신 배우님들이 나오셔서 인사를 해 주셨구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무대가 꽉 차네요 ^^
오늘도 공연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