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날개’는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가 "이상(김혜경)" 의 마지막 삶의 순간을 다룬 연극이다.
세 번째 희곡열전 작품으로 극단 ‘다힘’이 초연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 희곡열전에 대한 소개는 글 하단 참고
60분 내외의 길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이상의 마지막을 밀도있게 그려냈는지 궁금하다.
작품 소개처럼 이번 작품은
이상의 마지막 삶의 순간을 이상 본인의 시선과
그의 부인 동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죽음이라는 결말에 다가서는 한 인간과 관련인물이 겪게 되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시놉시스
폐병이 너무 심해 살미 며칠 안 남은 이상.
그를 보기 위해 이상의 부인(동림)은 서울에서 도쿄로 출발한다.
12시간의 기차를 타고 , 8시간의 연락선을 타고
다시 24시간의 기차를 타고 도쿄로 향한다.
이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동림은 아직도 먼 길을 달려오고 있다.
안정을 위해 글을 쓰지 말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펜을 잡는 이상.
가까스로 동림이 도착했지만, 이상은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한다.
겨우 입을 뗀 이상은 동림에게 마지막 부탁을 건네는데...
오늘의 캐스트는
신대식 (이상 역), 정유라 (동림 역), 박세훈 (남성 역), 최호석 (백상 역), 정단비 (간호사 역), 장영근 (건우 역)
신대식 배우님은작/연출을 모두 하셨네요.
무대는 좌우를 구분하여 세팅되고, 이야기도 구분하여 전개됩니다
왼쪽은 이상이 최후의 시간을 맞이하는 병원
오른쪽은 동림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기차안.
한 공간안에 두 개의 장소가 있고, 이야기 전개 장소가 구분될 때마다 조명을 활용하네요.
이런 구조의 무대세팅에서는 한쪽의 장소와 등장인물이 펼치는 극의 전개시점에
암전된 다른 장소, 등장인물의 상황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네요
"이상"에게 향하고 있는 동림은
기차 안에서 만난 남성과의 대화를 통해, "이상"의 시 "거울"을 읇조립니다.
거울이라는 시를 통해 "이상"은 자의식의 세계와 진짜 자신이 충돌하는 현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거울속의 나"와 "현실속의 나"는 접근할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낯선 관계에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나와 거울 속의 나는 자아를 상실하고 고뇌하는 현대의식의 비극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충돌과 자기분열적 세계는 "이상"에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차 안에서 만난 남자, 제주출신 백상, 이상의 친구 건우, 간호사까지
일제의 수탈과 억압이라는 시대상이라는 불의에 대항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그저 현실에 숨어지내는 자신들의 삶에
누군가는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후일을 도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아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 거울 >
- 이 상 -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처음 무대를 보면서 느꼈던 것이 왜 사과를 무대에 매달아 놨을까 였습니다.
"이상"의 최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는...
그러한 의문은 극의 마지막에서야 풀어졌습니다.
"이상"의 죽음과 함께 울려지는 "최후"라는 시.
연극 내내 무대위에 매달려 있던 사과는 "죽음"이라는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이상"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겠죠.
최후
- 이상 -
사과 한개가 떨어졌다.
지구는 부서질 정도로 아픔을 느낀다.
마지막이다.
가장 이른 여하한 정신도 발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하던 존재조차도 희미한 한 사람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세상에게 아픔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아프게 살아왔음을 알 수 있게 해주기를 바라는 희망이기를 고대했을지 모른다는...
그러나 그러한 희망조차도 죽음에서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신대식 배우님의 연기는 "이상" 그 이상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폐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죽음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없애고자 하는 모습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애틋함.
죽음 앞에서도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로서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통해서야 날개짓을 꿈꿀 수 있었던 천재 시인 "이상"
너무도 리얼하게 연기해 내고 있습니다.
기침 하나, 발음하나에서의 애절함이 전해져 옵니다.
다른 배우님들도 고생많으셨구요.
조금은 어색한 연기들이 보이는 건 저만의 느낌일지도 모릅니다만,
희곡열전
선정된 작가의 작품을 참가예술단체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응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극제 입니다.
제1회 2021년에는 "김환일" 작가의 3작품 "고해(告解), 고해(苦海)", "2인실", "무간도"를, 제2회 2022년은 "희곡열전"이라는 제목으로 개칭하고, (사)한국극작가협회와 업무협력으로 확장하여, 작가 이강백 님의 희곡집 1에 수록된 "셋", "다섯", "결혼", "알", "파수꾼"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이번 제3회 2023년은 "이상전"이라는 명칭으로 11월 24일 부터 12월 17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공연됩니다. 작가 이상의 작품세계를 통해 시, 수필, 소설로 더 확장하여, 문학의 장르 구분을 두지 않고, 여러 예술단체의 독자적인 풀이에 자율성을 더 주게 되었습니다. 2024년 제5회를 기다리며 전문 예술 단체 또는 프로젝트 예술인 모임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함께 할 예술단체들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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