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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기타

연극-청춘에 반하다 : 지나간 청춘이라 슬프고, 남겨진 청춘이라 두렵다

by 심심한 똘이장군 2023. 11. 21.

다시 찾은 달밤엔씨어터
오늘은 "청춘에 반하다" 공연입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연기잘하는 배우들이 공연하는 곳으로 나름 알려진 곳입니다.
지난 "사랑, 거짓말"에서는 조지훈 배우와 허정호 배우의 노래와 연기에 감동 먹었던 기억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죠.
 
오늘은 지난 번 공연관람때는 못 봤던 것 같은 귀여운 강아지 인형과 꽃다발이 있네요
(지난 번 관람은 정신없이 와서 자세히 보지 못해서 일수도 있어요 ㅜㅜ)
어떤 공연장들은 꽃다발 반입을 막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이곳은 꽃다발을 판매를 하면서 배우들 격려를 할 수 있게 하네요.
오늘이 첫 공연인데 배우님들은 얼마나 떨릴지...

 
"청춘에 반( 反 )하다"
음,,, 청춘의 열정, 매력에 빠져드는 반함이 아니라 
되돌릴 반( 反 )자를 쓰네요.
지금의 시절을 되돌리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청춘의 그 시절을 되돌리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그 시절로 가고 싶은 걸까요?
 

지나간 청춘이라 슬프고
남겨진 청춘이라 두렵다

 

 
이번 공연의 캐스트보드네요
원 캐스팅 역도 있고 더블 캐스팅 역도 있고 하네요.
 
조병수 역에는 조지훈 배우
이정수 역에는 이재민 배우
최갑수 역에는 김병수 배우
박웅호 역에는 김늘메 배우(오늘 출연), 박윤호 배우
  * 김늘메 배우는 까메오가 아닙니다. 90분 공연 내내 극의 분위기를 유머스럽게 해주는 연기를 펼치시죠
옆집여자(한솔, 멀티) 역에는 서별이 배우(오늘 출연), 박송연 배우
젊은남자(한결, 멀티) 역에는 허정호 배우(오늘 출연), 오지훈 배우
젊은여자(한솔, 멀티) 역에는 정맑음 배우(오늘 출연), 최효은 배우
가 출연하시네요

 
무대는 청춘술집의 실내!!!
중년(?) 남자들이 수다를 떨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죠?
좋은 친구가 있고, 음악이 있고, 술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추억이 피어오르는 곳

 

 

< 시놉시스 >

 
세 아이의 아빠인 갑수가 투잡으로 오픈한
아담한 술집 "청춘"
고등학교 밴드동창인 병수, 정수
그리고 큰형님 웅호가 한자리에 모인다
결혼한 남자나 결혼을 안 한 남자나
고민거리의 중심은 결혼!
 
그러다 갑수 옆가게에 새로 오픈했다는
카페 여사장의 존재로 들뜨게 되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가 궁금해 진다.
드디어 의문의 옆집여자가 청춘에 방문하게 되고...
 
불혹을 앞둔 남자들 그리고 불혹이 부러운 남자
그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고민,
솔직하고 속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은 40살이 살짝 모자란 39살의 남자 3명(조지훈, 이재민, 김병수)과 그보다 청춘이 조금 더 빨리 지난 선배 1명(김늘메)의 왈자지껄한 수다입니다.
그 수다에는 불편한 현실이 있고 추억하고픈 과거가 있고 내 꿈을 펼칠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선 배우들의 90분은 연기같지 않은 진짜 친구들의 수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조지훈 배우님이야 이미 이전의 공연부터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 바, 이번에도 여전하시네요.
등장에 깜짝 놀란 김늘메 배우는 까메오가 아닙니다. 90분 공연 내내 극의 분위기를 유머스럽게 하고, 관객의 반응에 맞춰서 연기를 하네요
이재민 배우, 김병수 배우까지 4분의 합도 장난이 아니네요.
허정호 배우, 정맑은 배우도 다른 배우님들의 연륜과 내공에 밀리지 않네요.
 
그런데 사실 공연에서는 전 서별이 배우의 연기에 울컥했었습니다.
멀티역에서는 코믹스러운 연기를 능청스럽게 하시더니
오빠가 죽었다는 그 슬픈 사실을 웃음에 묻어 전달하는 한솔의 모습!
진짜 슬픔은 웃음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더니 아무 대비없이 눈물이 찔끔찔끔...ㅜㅜ
 
오늘 공연의 이야기들이 제게 와닿는 건 그런 친구들이 내게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심지어 이번주에 수다떨기위해 만나기로 했다는... 공교롭게도 4인방!
10대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과 함께 느리게 가는 시간을 탓하곤 했었죠.
30은 안되기 위해 만 나이까지 들이밀던 20대가 지나,
의욕과 현실의 괴리에 욕구불만이던 30대.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40대를 건너
이제는 누군가에게 우리의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게 되는 50대의 삶에 접어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20대의 나를, 30대의 나를, 40대의 나를, 50대의 나를 알고 있는 그 친구들과의 수다에는
20대, 30대, 40대, 50대 때의 현실과 고민과 아픔들을 이제는 되돌아 보고 다독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모임에서는 미래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추가되겠죠
연극의 마지막처럼...

 
"사랑, 거짓말"에서는 노래들이 공연의 전개에 보다 깊게 관여되어 있다면
"청춘에 반하다"에서는 노래들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 연결고리 정도로 덜 관여된 느낌, 그래서 오히려 중년의 수다에 더 집중할 수 있던 것 같구요

 

공연에 쓰인 음악들은
"이별의 준비는 다됐어", "다짐", "흔들린 우정", "졸업"
 
"다짐"과 "흔들인 우정"을 부를때는 저도 들썩들썩였는데
혹시나 1열에 앉은 사람이라고 마이크를 넘기는 것은 아닌지...
김늘메 배우님은 애드립으로 그럴 수도 있기에...
긴장했다는...
 
생각해 보니 "사랑, 거짓말"에서도 그 음악들이 공연 후에도 귓전에 맴돌았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네요.

 
어떤 연극은 연극의 형식적인 부분과 고전적 접근을 진짜 관객의 입장으로 보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어떤 연극은 그냥 재미있게 봤다 하는 것으로 남는 연극이 있습니다.
반면 어떤 연극은 왠지 나의 이야기, 내 현실에 대비해 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는 연극이 있습니다
(심각하게 접근하기도, 유머코드로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연극은 유머코드 속에 내 현실을 투영해 보게 하는 연극이었습니다.
관객입장인 저의 경우는 이미 청춘의 시기를 한참 지난 나이이기에 무겁게 접근하기보다는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구요.

 
마지막 조병수의 대사가 지금도 아른아른
50을 넘은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기에... 
사라진 나를 찾아보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고생했는데
내 인생인데 그 안에서 정작 나는 사라지고 있어

 

 

오늘(12월 1일)은 "청춘에 반하다"의 또다른 캐스팅 배우들이 활약하는 공연을 보게 됩니다.

박윤호 배우, 박송연 배우, 오지훈 배우, 최효은 배우님의 다른 배우들과 바뀌어서 극을 진행하시네요.

같은 배우가 극에 참여하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배우들의 합이 달라지는데

다른 배우들이 펼칠 합들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오늘 관람석은 일부러 뒷쪽을 요청드렸어요

맨 앞 열에 앉을때는 배우들 개개인의 표정연기들을 보기에는 좋지만

극을 전체적으로 보는 느낌은 떨어지게 되니까요...

지난 번 관람은 앞쪽이었으니 오늘을 뒷편. 확실히 뒷편에 앉으니 극이 한 눈에 들어오기는 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 커튼콜 사진을 찍기가 좋네요.

지난 번 배우님들 사진을 못남겨 아쉬웠는데요.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박윤호 배우님의 힘인가요? 오늘 극의 진행이나 연기들이 조금은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우님들의 합도 그렇구요.

박송연 배우님, 오지훈 배우님, 최효은 배우님도 강약조절 잘하시면 극에 참여하시네요

중년으로 넘어가는 남자들의 수다스러움에 좀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박윤호 배우님께서

이번 시즌 공연은 일요일까지지만, 앞으로도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가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시는데요.

일회성이 아니라 시즌제의 장기공연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요즘 생각보다 중년의 관람객들이 대학로에도 늘어나고 있으니...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