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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영화

튼튼이의 모험(Loser’s Adventure)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8. 10. 9.

이번 아리랑시네센터 인디영화 상영작 <튼튼이의 모험>2017년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영화팬들 사이에 고봉수 사단의 저력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 함평농업고등학교 레슬링부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라고 한다.

(아쉽게도 실화의 바탕이었던 영화속 진짜 레슬링 선수는 지금은 현실적인 문제로 레슬링을 관두었다고 하니 튼튼이의 모험이 중단된 듯 한 느낌이다)

레슬링에 대한 애정으로 레슬링에 올인하는 튼튼한 18세 소년 충길’. 다문화 가정으로 엄마를 고향 필리핀에 보내주기 위해 막노동을 하고 있는 진권’, 진권의 여동생에게 한눈에 반해 레슬링을 시작하는 혁준’,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전업한 코치 상규가 주요 인물이 되어 전국체전 예선전에 도전하는 레슬링부의 모습을 그린다.





튼튼이의 모험이라는 한글 영화제목과 달리 영문제목은 “Loser’s Adventure”이다.


 

튼튼이의 모험이라는 제목은 크라잉넛의 노래 튼튼이의 모험의 가사가 이번 작품의 이야기와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붙였다고 한다.

 

씩씩하게 자신의 희망대로 삶을 살아가는 충길의 모습은 튼튼이의 모습으로 충분히 비춰질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만을 보면 영어 제목인 “Loser’s Adventure” 패자의 모험이 훨씬 어울리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튼튼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레슬링에서만큼은 패배만을 맛본다.

충길은 꿈에 그리던 1승을 거두고 이후 또다시 익숙한 패배를 맞보지만 다시 레슬링의 세계로 돌아간다.

진권은 여전히 막노동을, 블랙타이거를 떠난 혁준은 여전히 집에서 빈둥거린다.

그리고 상규는 현실의 삶으로 다시 돌아간다(다음 대회에 나가자고 부원들에게 얘기하지만)..

그리고 과거와 다름 없는 그들의 삶은 전국체전 예선이라는 이벤트에 열감기를 앓고난 듯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여전히 그들은 패배자이고 패배자의 삶을 살아간다.


출연배우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은 결코 희망적인 맺음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충길을 뺀 나머지 배역의 삶은 튼튼이라기 보다는 패자들의 삶이라는 그리고 그 삶이 지속될 것 같다는 새드무비의 느낌이 더 강해 보인다.

어쩌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코믹스러움은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씁쓸함을 내포하고 있는 블랙코미디에 더 가깝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 대다수의 영화평과는 다르기도 하지만 말이다.


 

 고교생 레슬러들의 땀내나는 고군분투기라는 설정 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춘들의 고민을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끌어낼 것은 물론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보여줄 것이다

 

라는 영화 홍보와 평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형적인 B급 영화라고 보아야 할까? B급 영화가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주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표현들, 조금은 어이없게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장치(대사, 복장, 장면 등등)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족구왕"에서 느꼈던 그런 웃음코드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웃음을 느끼기게 쉽지 않았다.

난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거나 다루는 사람은 아닌 일반인일 뿐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평을 할 때는 조심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의 툭 던지는 말이나 행동이 열심히 한 분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내 느낌은 당혹스러움이다.

당혹스러움에는 예상치 않게 기대감을 뛰어넘는 것에서 주는 당혹스러움이 있는가 하면,

기대감에 못 미치기에 느껴지는 당혹감도 있다  





그런데 사전지식없이 이 영화를 보면서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영화속 장치나 인물이 다른 무엇인가에서 차용해 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마주를 통해 그런 장치들의 영화속에 자연스럽게 담는 경우들도 많다.

아니면 공개적으로 패러디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영화관람후에 찾아본 이 영화의 제작노트나 전문가들의 영화평에는 오마주패러디에 대한 언급이 없다.

 

폭력써클에 몸담으면서 싸움꾼으로 있는 혁준

그는 본인이 몰랐떤 천부적 재능에 눈뜨게 되고 레슬링을 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캐릭터 아닌가?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농구천재 강백호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지 했는데, 심지어 혁준이 레슬링을 하게 된 동기에서 뜨아했다.

레슬링 부원의 동생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레슬링을 시작하는 혁준의 모습은

대단한 싸움꾼에 말썽장이였던 강백호가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동생 소연에 반해 농구를 시작하고 자신의 천재적 농구재능을 발견하는 과정과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

농구레슬링으로 바뀌었을 뿐

 

레슬링을 하다 막노동을 하던 진권’.

그는 다시 레슬링을 하게 되고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는 첫 임무로 체력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방황하지만 레슬링에 대한 열망만은 가득하다.

그런데 이것도 슬램덩크정대만과 자꾸 오버랩된다.

농구 재능을 가졌지만 부상으로 농구를 떠나 고등학교 일진생활을 하던 정대만이 다시 농구를 하고 싶다며 울먹이던, 그리고 머리를 삭발하던 장면, 공백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져 헐떡이던 장면과 닮아있다.

심지어 농구를 다시 하고 싶어하던 정대만과 농구부원이 체육관에서 폭력조직과 맞싸움을 하던 장면은

튼튼이의 모험에서도 똑같이 나온다.

등장하는 사람이 블랙 타이거로 바뀐 체육관 싸움장면은 마찬가지로 ‘슬램덩크‘튼튼이의 모험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레슬링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뭉친 충길

그의 꿈은 전국대회 출전이다.

충길의 모습은 재능은 없었으나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나가면서 농구로서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을 꿈꾸어오던 채치수주장의 모습이 녹아있다.

 

혁준이 블랙타이거 멤버와 바다에서 싸우는 씬 또한 김기덕 감독의 작품속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최초 촬영했던 버스속 격투씬으로 상영이 되었다면 달랐을까?)

 

당혹스러운 질문으로 인해, 영화속 B급 웃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에 오마주나 패러디라는 정보가 있었다면 온전히 B급 웃음의 재미에 빠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자체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는 여전히 영화제작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실제 함평중고등학교 레슬링 체육관에서의 촬영과 비전문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2천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촬영을 마무리 했다고 하니 엄청난게 힘든 작업이었음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주어진 예산, 주어진 틀에도 불구하고 열연을 보여준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력 또한 대단하다.


 

- 코치: 서울시내버스 7211번 운전기사님이자 고봉수 감독의 친삼촌

- 진권 엄마: 극 중 진권과 시합을 붙는 중학교 레슬링 선수(이 역시 실제 학생)의 어머니

- 고물상 김씨 아저씨: 촬영장소 섭외 중 만난 고물상 사장님

- 슈퍼 주인, 치킨집 주인, 경찰관: 실제 가게의 사장님과 경찰관 분들

- 오토바이녀(혁준 친구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는): 그날 딱 하루 현장에 나온 작가님

- 예선전 상대팀 코치, 선수들: 실제 이야기 주인공인 코치님과 현재 코치님이 이끌고 계신

   골프고 레슬링 팀

 

한 전문 배우들 뿐만 아니라 비전문 배우들을 통한 연기(심지어 많기까지 하다)를 통해서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제작비의 현실 때문이긴 하겠지만 위험스러운 새로운 시도인데 성공적으로 연출을 한 것은 감독의 역량이 발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싸이야!’


라고 외치는 어릴 적 체육관 형의 기합소리에 힘을 내었던 좋은 기억처럼 감독, 배우 모두의 앞길이 재미있고 활기차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델타보이즈튼튼이의 모험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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