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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접하게 된/책

환상의 빛

by 심심한 똘이장군 2015. 5. 3.

 

 

 

누군가에게 ‘나를 부르는 손짓’이 될 수 있는 ‘빛’이라는, 말 그대로 ‘환상’의 이야기로 시작돼 그것의 근저가 내내 형성되어 있지만 결국 남겨지는 것을 그것을 감내하면 살아가는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새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여자. 남편은 왜 죽었을까. 누군가의 죽음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일은 남겨진 자의 몫이 된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러하듯 그 이유는 모호하다.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환상의 빛이 있다고. 죽은 사람들은 가끔 그 환상의 빛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간다”라는 새 남편 다미오의 말에서 희미한 심정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모호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것은 빛이다. 어디엔가 가닿은 빛,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이들. 그 빛은 한순간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하면서 어떤 꿈을 꾸게 한다. 그 빛은 마음의 한켠에 자리한 헛된 희망이나 안도감, 죽음에 대한 충동 같은 것들을 비추기도 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그렇지만 슬프다고 울부짖지는 않는다

홀연히 떠난 남자의 뒤에 남겨진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그들이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환상의 이야기에 의해 만들어진, 무언가를 알 수도 할 수도 없는 이들의 지극한 현실의 시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틈들을 비집고 지나간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그저 바라본다.

 

결코 알 수 없을 이유로 기찻길을 걷던 그 남자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들을 상상하며 가슴이 무겁게 짓눌리는 것 같았다.

 

눈에는 비치지 않지만 때때로 저렇게 해면에서 빛이 날뛰는 때가 있는데, 잔물결의 일부분만을 일제히 비추는 거랍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고 아버님이 가르쳐주었습니다. 대체 사람의 어떤 마음을 속이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그러고 보면 저도 어쩌다 그 빛나는 잔물결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풍어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는 이 근방 어부 나부랭이들의 흐리멍덩한 눈에 한순간 꿈을 꾸게 하는 불온한 잔물결이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아마도 어쩌면, 그것에 답이 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어떤 식으로든 답을 찾아내고, 그 떠나간 사람들의 기억을 가슴 속 어딘가에 담고, 남은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 그것이 아마도 유미코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환상의 빛은 아마도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동시에 떠나간 사람들을 붙잡아 두지 않고, 떠나 보내는 하나의 길인 것처럼 느껴진다